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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Feb 01. 2021

과거회상 #그 어린애는 컵라면을 좋아하지 않았다.(3)

한 초등학생의 추억

벽에 걸린 시계는 오른쪽을 가리킨 시간, 아이는 혼자만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에 빠져든다. 아마도 '잠에서 깨고 나면 집안에 누군가 들어와 있지 않을까?' 또는 아이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그런 큰 기대를 맘에 품고 잠에 빠진 듯하다.


'새~근, 새~근'


 아이가 잠에 빠져들어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에서 뛰노는 동안, 벽에 걸린 시간은 혼자서 열심히 발을 굴린다.


'똑-딱, 똑-딱'


 벽에 걸린 시계는 전자시계인데, 형체와 다른 소리를 낸다. 조용한 방 안에서 사람들을 깨우려고 전자시계는 큰 소리를 낸다. 잠이 쉽게 들기에는 너무나도 큰 소리가 난다. 하지만 아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듯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시계가 360도를 세 번 돌고 지난한 시간이 흘러 드디어 문밖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열쇠가 찰그락 거리는 소리, 열쇠를 구멍에 넣고 돌리는 소리 그리고 문이 덜-컥하고 열리려는 소리. 덜-컥 소리 이후에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문은 아이가 자는 것을 깨우지 말라는 듯,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사람에게 '현관'이라 불리기 어려운 작은 공간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벌-컥 소리가 나며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이 열린 공간 틈 사이로 빗줄기가 쏟아진다. 물줄기가 후드득하고 쏟아지는 우산과 함께 들어선 인영은 작은 공간에 물을 탈-탈 털어낸다.


 아직 물기가 많이 묻어있는 우산을 무심한 듯 바닥에 던져놓고,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놓는다. 가지런히 놓은 신발 옆에, 잠을 자고 있던 아이의 꾀죄죄한 신발이 보인다. 그 인영은 신발을 벗고 앞을 쳐다본다.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는 한 마디 외친다.


"엄~마"


 그러면서 아이는 옷이 젖어있는 엄마에게 달려든다. 자신의 옷에 빗물이 스며드는 것은 상관없다는 듯, 아이는 그렇게 엄마에게 안긴다. 엄마는 아이가 기특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웃어준다. 그 눈빛에는 '오늘 하루도 고생이 많았어. 혼자 잘 지냈구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잠시 방안을 두리번거리던 엄마는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도 육개장 컵라면 먹었어? 매일 그것만 먹어서 어떻게 해. 엄마가 돈 더 써도 되니까 몸에 좋은 거 먹으라고 그랬잖아. 그러다가 몸 상하면 어쩌려고 그래."


 엄마의 걱정 어린 말에 아이는 한 번 싱긋 웃어준다. 그리고 대답한다.


"괜찮아. 나 육개장 컵라면 좋아하잖아."


 너무 빠르게 철이 들어버린 아이는 그렇게 대답하고, 자신의 건강은 괜찮다는 듯이 활-짝 웃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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