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진 골목을 채우는 애완견
대박이
서가가 있는 골목은 어른들만 드문드문 지나고, 골목을 뛰며 놀던 아이 목소리는 오래전에 끊어졌다. 인근 코딱지만 한 놀이터는 언제부턴가 흉물이 되었고, 곧 허물 거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아이들이 떠난 골목은 생기를 잃었다. 그렇게 골목은 조금씩 나이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한 녀석이 골목의 생기를 장악하고 있다. 흰 털에 동그란 눈, 날렵한 허리와 가벼운 발걸음. 대박이다. 우습게도 ‘대박이’다. 건강원 사장님이 기르는 애완견은 이름값 하듯 모르는 이가 없다. 대박이는 인기꾼이다. 누가 지나가든 앙탈스럽지만 사람들은 그런 대박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야, 대박아.
-대박이 산책 나왔나?
-대박아 오늘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대박아 오늘은 왜 이렇게 얌전하냐?
대박아, 대박아, 대박아~
언제부턴가 이 골목 대박이 신드롬이 생긴 듯하다. 골목이 늙어갈수록 대박이의 존재는 또렷해진다. 개 한 마리의 출현이 마을 전체의 안부가 된 셈이다. 대박이를 사이에 두고 냉랭하던 이웃끼리 말문이 트고 안부가 이어진다.
아이들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세발자전거 소리, 아장아장 걸을 때마다 빽빽 소리가 나던 신발, 깔깔거리는 웃음, 때로는 떼쓰며 고집 피우는 울음. 골목에서 아이들이 자라났고, 어른들이 웃었다.
자란 아이들은 골목을 떠났다. 남은 건 나이 든 어른들과 개 한 마리, 어른들은 이제 개를 바라보며 웃는다. 아이의 웃음을 회상하듯, 기다리듯. 사람들은 대박이에게 아이에게 대하듯 말을 건다.
도시는 이처럼 아이 없이 늙어간다. 반려견은 어느덧 자식을 대신하고, 손주의 빈자리를 채운다. 공원에는 유모차 대신 반려견 유모차가 굴러다니고 때로는 반려견을 업고 다닌다. 반려견에게 이름을 붙이고 생일을 챙기고, 건강검진에 프로필사진과 장례를 치른다.
대박이는 그런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다. 도시의 노년이, 골목의 공백이,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대박이 곁에 모인다.
언젠가 누군가가 말했다. 개가 암에 걸려 치료비만 삼천만 원을 썼다고. 그래도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진짜인지 부풀린 액수인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반려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깊다는 말이겠지. 그 말을 대변하듯 대박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아이 소리가 끊긴 골목,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바로 대박이니까. 말 못 하는 생명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을 쳐다보고 꼬리를 흔든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살아간다고 믿었지만, 때로는 개 한 마리의 눈빛이 사람을 살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지금도 골목에서 한바탕 웃음이 이어진다. 대박이를 사이에 두고.
*이놈 은근히 까탈스럽다. 이제 겨우 내게 온순하다.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