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시절을 늘어놓으려다 속을 풀고 싶어 회사 이야기를 꺼낸다.
… 글에서조차 하고픈 말이 두서없고 엉망진창이니 왜 이렇게까지 일머리가 없는지도 알만하다.
J컴퍼니, 개통 공장, 그 회사
권고사직 후 약 10개월 동안의 백수생활이 이어졌다.
실업급여를 받은 기간은 7개월인데, 이렇게 오래 쉴 생각은 없었다.
우선 직무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어리지 않은 나이, 조각난 경력, 제각기의 업계. 경력으로 이어질만한 건더기가 없었다.
그제야 지난날들을 후회했다. 그저 집 근처를 맴돌며 업계, 직무 상관없이 이력서 넣고 회사를 결정하던 날들.
실업급여를 받으며 지원했던 직무는 마케팅이었다. 마케팅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해본 적도 없었지만 마지막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했던 마케팅을 떠올리며 지원을 했다.
결과는 전멸. 설마 연락이 하나도 안 올까 했는데 진짜 안 왔다. 경험상 어디라도 넣으면 하나라도 연락이 오긴 하던데..
이 길은 아니구나, 그나마 경력으로 비빌 수 있다고 생각해 경영지원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이게 웬 걸, 영업지원과 경지는 다른 직무였다. 비빌 수 있는 게 아니었구나..
첫 취업 시장부터 지금까지 '역대급' 경제 상황은 이어져갔다. 언제나 찐 of 찐으로 안 좋아져 간다.
더군다나 이젠 나이가 한참 어리거나 경력 있는 또래와 경쟁해야 한다.
약 4-50개의 이력서를 넣은 곳 중 6개의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2개는 연락 와도 안 간다고 생각했던 곳이고, 한 곳은 정말 가고 싶었다.
현재 연락 오면 다녀야지,라고 생각한 마지막 면접을 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입사 3개월 차. 부서 이름만 경영지원이지 사실상 영업지원이나 다름없다. 이게 아닌데.. 싶지만 기왕 다니기로 한 거 잘 배워서 오래 다니고 싶다.
또다시 신입이 되었다. 남들은 이 나이, 이전 재직 기간을 생각하면 최소 주임에서 대리 정도는 거뜬히 달고 있을 텐데. 비교하면 뭐 하나 싶다. 어쨌든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있어 다행이다.
마감시간과 업무를 놓치기를 반복. 나조차 내가 이해가 안 될 지경이니 타인에겐 얼마나 한심해 보일지.
하루 종일 실수와 긴장에서 벗어나 집에 가는 길, 눈물이 쏟아졌다.
부족하고, 어리숙하고, 나조차 믿을 수 없는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아줬던가. 이제는 만날 일 없는, 일상에서 나를 떠올릴 일 없는 사수들과 팀장들이 떠올랐다.
나만큼 남을 이해하고 참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며 살지만 사실 타인도 누구보다 나를 봐주고 있다.
그만두고 싶다가도 어딜 가도 처음부터 배우고, 혼나고, 또 배우고. 이 짓을 또 할 자신이 없다.
연차도, 야근비도 없는 회사. 사정이 생겨 오전 늦게 출근했을 때 눈치 보던 나, 매일 20분에서 1시간을 무급 노동하던 나. 회사에 홀로 남아 업무를 마무리하던 나.
문득 착취당했음, 현재 또한 다른 상황은 아님을 깨달았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 편으론 일도 지지리 못하는 실수투성이 내가 월급을 쥐어 쥘 수 있음에 감사함이 들었다.
주 7일 중 주 5일을 회사 안에 갇혀 자유를 누리지 못했으나, 한편으론 내 밥벌이는 스스로 할 수 있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저 할 수밖에.
물론 집에 있는 지금조차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