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를 떠올리자면.
지나치게 내성적인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아르바이트는 인형탈 알바였다. 나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과 마주할 수 있는 일.
하지만 막상 일자리를 구할 때 인형탈 알바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막연히 다이소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옆 동네에 있는 다이소에서 사람을 구했다. 운이 좋았다.
면접 보러 갔을 때 입었던 착장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내게 그 착장은 나름 꾸민 복장이었다.
짙은 청색의 청바지, 연청 셔츠 위에 입은 아이보리 니트, 그 위에 걸친 싸구려 검은색 코트.
생에 첫 면접, 점장님과의 첫 대면. 합격이었다.
물건 자리를 익히기 위해 처음엔 그냥 매장 안을 떠돌았던 거 같다.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면 진열을 도와주는 정도.
아르바이트지만 첫 직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 그곳에서 나는 서툴고 느리게 배워갔다.
처음으로 카운터를 맡게 되고 작았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담당 매대가 생겨 내 나름의 방식대로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몇 개월 적응기간이 지나고 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었다. 내가 목소리도 작고 소극적이어서 뭘 시켜야 할까, 데리고 갈 수 있겠나 싶을 즈음에 늘어가는 게 보였다고.
다행이었다. 한 끗 차이로 잘릴 수도 있었다.
함께 일했던 분들의 이름과 얼굴이 아직도 떠오른다.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친절과 관용으로 함께 해주셨던 분들이다. 뒤에서는 모르는 일이지미나.
어리숙하고 어린 내가 그 힘든 노동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돈의 힘이 크지만,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덕이다.
스스로 처음 번 돈이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사는 게 즐거웠다. 짧지만 그 시절,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뭐든 빨리 질려버리는 내게 기쁨도 잠시, 모든 게 권태로웠다.
일 좀 적응하려고 했건만. 꼭 일해보고 싶었던 다이소, 그곳에서 5개월 만에 퇴사한다.
그리 길지 않은 근속임에도 기억도, 추억도 얻은 게 많다.
동네 안에서만 지내던 내가 옆 동네의 재미를 알게 된 것.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난 것. 내 세계가 조금이나마 넓어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