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를 샀다
겉은 단단하고 윤이 났다
껍질을 까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루 이틀
서늘한 바람 잘 드는 곳에 두었다
후숙이라는 이름으로
기다림의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러나
속은 이미 썩어 있었다
검고 무른 속살은
제 값을 못하는 것에 대한 실망과
기다림의 허무가 밀려왔다
아보카도를 다시 샀다
이번에도 나는
같은 곳, 바람 잘 드는 곳에 두었다
다시 한번 믿었다
버터같이 부드러운 속살을
이번에는
속이 적당히 잘 익어 있었다
비벼먹고
빵에 넣어 샌드위치도 만들고
하루치의 만족을 안고 돌아섰다
어쩌면 인생은
두 번째 아보카도를 기다리는 일
첫 번째의 쓴맛을 삼키고도
다시 잘 고를 수 있다는
희망 안고
어쩌다 속을 모르는
썩은 열매가 올 때도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익어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기다림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도 나는
서늘한 바람이 잘 드는 곳
무언가를 놓아둔다
그것이 또 한 번
내게 썩은 속을 내밀지라도
견디며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