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가을이 짙어지고 단풍이 물들다 못해 흠뻑 젖을 무렵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도착하기 전에는 까르르 웃으며 걸었고 걸으며 은행나무에게 바라는 마음을 전해야지 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그저 겸손해졌다.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를 제 곁에 둘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새로운 소원을 빌면 혹여나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까 싶어 함부로 빌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하며 욕심내지 말고 살아야지.
우리 부부는 둘째를 계획하며 시험관을 하고 있다. 계획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느 날 남편이 아이의 치료중일 때의 사진을 보다가 '둘째는 우리에겐 욕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도 행복하고 만족하고 있는데, 욕심을 내면 안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남편은 불안한 것이다. 내가 불안해하고 조심스러워하듯 남편도 그런 것이다.
아이가 다시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과 믿음사이에서 불안한 우리의 마음이 다시 우리를 옭아매지 않을까? 우리에게 둘째는 간절하지만 그만큼 조심스럽다. 왜 이런 것 마저도 눈치를 보는건 정말 나다운 것 같다.
고작 은행나무 앞에서 소원을 비는 것뿐인데도 겸손함과 움츠러듦으로 가벼운 소원을 하나 빌지 못하고 그저 감사한 마음만 전하고 왔다.
시간이 지나면 장난스러운 소원도 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가령 로또 당첨이라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