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6-10. 6-11.
6-9. 모두로서 함께 하는 나는 어떤 나일까요
“이번에는 모두로서 함께 하는 나에 대한 말을 또렷하게 알아볼까요? 내가 숨을 쉬는 것은 저마다 따로 하는 일이지만 바람이 있어야 내가 숨을 쉬고, 다른 생명이 있어야 내가 음식을 먹고, 집이 있어야 내가 잠을 자고, 무엇인가 있어야 내가 느끼고, 말이 있어야 내가 생각을 해요.”
선생님께서는 말씀을 이으셨어요.
“우리가 살아가고 자라려면 음식이 꼭 있어야 해요. 나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모두 살아있던 동물이나 식물이었어요. 닭고기, 꽁치, 쌀, 콩나물, 사과 모두 살아있던 것이잖아요. 나는 흙이나 돌이나 썩은 것은 먹지 못해요. 그리고 누군가 벼를 심고 가꾸고 쌀을 나르고 팔고 사서 밥을 지어서 그릇에 담아 주어야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지요. 그리고 벼는 해와 바람과 구름과 땅이 모두 어우러져서 길러줘요. 나는 내 입으로 밥을 먹지만 나와 밥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이어져 있어요. 나와 이 모든 것은 아주 커다란 울타리의 한 쪽들이에요. 그래서 나는 벼, 밥, 해, 구름, 바람, 땅, 농사짓는 분, 운전하는 분, 쌀을 파는 분, 돈을 버는 아빠, 밥을 짓는 엄마와 따로 있지만 또 이 모두와 함께 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 벼, 쌀, 밥, 해, 구름, 바람, 땅, 사람들 모두 난 것이에요. 그래서 나는 낱낱이 따로 하면서 모두로서 함께 하는 것이지요.”
나는 오래전에 들었던 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 따로 하면서 모두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어요.
모두로서 함께 하는 나를 우리라고 말한대요. 세상에 난 것은 모두 서로 어울려 있잖아요. 해가 비춰야 풀과 나무가 자라고 풀과 나무가 있어야 동물들이 먹고 살고 또 그래야 사람도 살아갈 수 있어요. 숨을 쉴 때 바람이 있어야 하고, 예쁜 꽃이 자랄 때 물이 있어야 하고, 아기가 자랄 때 사랑이 있어야 해요. 학교에 갈 때 옷도 있어야 하고, 신발도 있어야 하고, 책가방도 있어야 하고 모두 모두 있어야 해요. 나는 모든 것과 더불어 있고 함께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6-10. 온인 나를 알아야 해요
저마다 하는 나는 낱낱이 따로따로 뚝뚝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렇지만 낱낱의 나는 그 어느 것과도 이어짐 없이 똑 떨어져서 있을 수 없대요. 이 말은 참말이에요. 나는 엄마와 떨어질 수 없고 가족과도 떨어질 수 없고 숨을 쉬려면 바람과도 떨어질 수 없고 이 세상 모든 것과 떨어질 수 없어요. 이것은 사람뿐만이 아니에요. 동물들도 식물들도 땅도 바다도 바람도 해도 모두 서로서로 이어져 함께 어울려 있어요.
만약 내가 우리 엄마를 내 엄마라고 하고, 동생도 내 엄마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엄마는 하나인데 나와 동생이 저마다 제 엄마라고 하게 되는 거예요. 엄마와 나와 동생이 쪽이 되어 우리를 이루어요. 엄마 쪽에서는 나와 동생이 자녀가 되는 것이고, 나와 동생 쪽에서는 엄마가 엄마인 것이 되는 것이에요. 동생의 쪽에서는 엄마가 되고 나는 누나가 되고, 나의 쪽에서는 엄마가 되고 동생이 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큰 지구라고 하더라도 지구라는 울타리에서는 모두가 한 쪽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울타리를 말하는 것이고 ‘울’이 ‘우리’인 것이지요. 가족이라는 울타리, 교실이라는 울타리, 학교라는 울타리, 우리 마을이라는 울타리, 우리 고장이라는 울타리, 우리나라라는 울타리, 우리 지구라는 울타리가 있어요. 나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울타리 가운데의 한 쪽이에요. 나는 그렇게 한쪽이면서 울타리가 작으면 작은 대로 울타리가 크면 큰 대로 그 나름의 다른 우리와 온인 나를 이루고 있어요. 나는 쪽인 나와 우리인 나로 이루어져 있어요.
왜 이제 알게 되었을까요? 여태까지 저마다 따로 하는 나가 나인 줄 알았어요. 내가 온전히 나이려면 저마다 따로 하는 나와 모두와 함께 하는 나임을 알아야 해요. 그게 바로 온인 나예요.
내가 커다란 우리의 한 쪽일수록 나는 더욱 작은 쪽이 되지만, 더욱 커다란 우리와 함께 하게 돼요. 예컨대 우리 가족은 다섯 명이니까 이 경우의 나는 1/5만큼의 나면서 우리 가족으로서의 나예요. 그리고 우리 배움방의 경우 1/25만큼의 나면서 우리 배움방으로서의 나예요. 배움방은 내가 우리 학급을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가족이라는 우리에서의 나는 배움방이라는 우리에서의 나보다 크지만 우리 가족은 우리 배움방보다 작아요. 저마다 따로 하는 나는 크지만 모두와 함께 하는 나는 작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라는 우리, 사람이라는 우리, 자연이라는 우리, 우주라는 우리의 경우로 따져본다면 저마다 하는 나는 점점 더 작아지지만 모두로서 함께 하는 나는 더없이 커져요. 커다란 우리가 바로 다름 아닌 또 한쪽의 내가 되는 셈이지요. 저마다 따로 하는 나와 모두와 함께 하는 나여야 온 것으로서의 나라는 것을 또렷이 알 수 있어요.
6-11. 닫힌 우리와 열린 우리를 알고 있나요
선생님께서는 여러 가지 우리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어요. 그 가운데 닫힌 우리와 열린 우리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말해볼게요.
“우리는 이쪽과 저쪽이 함께 어울려서 하나를 이룬 모두를 말해요. ‘우리 가족’이나 ‘우리 딸’에서처럼 가족이나 딸은 저마다 따로 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 쪽으로 함께 어울려 있어요. 가족에서 할아버지, 엄마, 아빠, 나와 동생은 오로지 우리끼리만 함께 해요. 가족이라는 우리에 닫혀있는 거예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우리 가족끼리 고루고루 하고, 여행을 갈 때도 우리 가족끼리 고루고루 해요. 우리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닫혀있기 때문에 남의 가족이 무엇을 하든 마음을 쓰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돈을 벌어오면 그 돈으로 우리 가족이 어떻게 행복해질까를 생각해요. 이 때 이 돈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돈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고루 쓰이는 돈이에요. 닫힌 우리에 있는 저마다에게 고루하게 되지요. 그 돈을 앞집이나 위층과 아래층의 다른 가족에게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골고루라는 말은 고루고루라는 말이 줄어든 것이에요.”
선생님의 말씀은 어렵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었어요. 어렵다는 것은 처음 듣는 말이어서 그럴 거예요. 선생님은 우리를 한 번 둘러보시더니 말씀을 이으셨어요.
“열린 우리는 닫힌 우리를 이루고 가운데 그 닫힌 우리의 밖에 있는 나머지 우리들과 함께하려고 하는 우리를 말해요. ‘우리 모두 다 함께’ 라는 말은 이쪽과 저쪽으로 함께 어울려 하나를 이룬 닫힌 우리를 넘어 나머지의 우리들과도 함께 한다는 뜻이에요. 우리 가족이 맛있는 것을 만들었을 때 이웃 가족과 나눠 먹거나, 우리 가족이 캠핑을 갔을 때 다른 가족들이 힘들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것이에요. 우리 가족만 생각하면 쓰레기도 함부 로 버리게 되고 물도 함부로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머지인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차례도 지키면서 모든 가족들이 즐거운 나들이가 되도록 애쓰잖아요. 우리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나머지 가족들의 울타리도 함께 하는 거예요. 우리 가족끼리는 고루고루 하고 나머지 가족들에 대해서는 두루두루 하는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닫힌 우리’가 나쁜 것처럼 보여요. ‘닫힌 우리’에 갇히게 되면 우리 밖의 것들에 대해 함부로 대하게 되어 더 큰 우리가 아파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나는 ‘닫힌 우리’만 생각하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선생님께서는 내 마음을 아셨는지 바로 이어서 말씀을 하셨어요.
“여러분은 어쩌면 닫힌 우리는 나쁘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렇지는 않아요. 닫힌 우리는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이 우리예요. 우리 가족,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우리 고장, 우리나라처럼 점점 우리가 커져요. 우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밖의 것이 적어져요. 그러면 고루하는 것이 늘어나고 두루하는 것이 줄어들어요. 닫힌 우리에서 우리 밖의 것에 대해서 두루하도록 하고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해요.”
모두가 나의 쪽이라고 생각하면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게 될 테니까 아주 멋진 일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