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난 제주도 여행기[1편]

부정아 물러가라~ 긍정은 냉큼 오고!

by 애매모호

호기롭게 퇴사한 지 어느덧 3달이 다되어 간다.

생각보다 재취업, 이직준비는 정말이지 쉽지 않았고 점점 자기 통제력을 잃고 감정적으로나 생활적으로나 무너져가는 나날들이었다.


이러다가 나 되돌릴 수 없는 깊고 깜깜한 터널에 갇혀버리는 건 아닐까? 아무 성과도, 표시도 안나는 일들을 하며 나이만 먹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부정적인 생각, 불안, 걱정이 나를 야금야금 잡아 삼키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해. 나를 위해. 그렇게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부담감이 없는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이토록 아무 설렘 없이, 아무런 준비 없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나?

그동안의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옷은 뭘 입지? 어떤 경험들을 하고 올까? 여행 가기 전부터 기대하고 설레어하던 전과는 사뭇 다르다.

별다른 성과 없이 도망가듯이 가는 여행은 살짝의 우울감과 그것보다 훨씬 큰 죄책감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그럼에도 조금의 위안이라면 매일 다니던 독서실과 채용정보와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수정하던 나의 작은 방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정도?

모든 여행이 행복한 시작일수만은 없지 나 같은 여행도 있어야지 그럼,

이번 여행의 소박한 모토는 "부정아 물러가라! 긍정은 어서 오고!"이다. 나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제주 바다에 실려 보내고 오자!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출발 전날, 그나마 기대했던 제주도의 온난하고 화창한 날씨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제주도 장마 시작이지롱 메롱!

오케이 비옷도 챙기고 이왕 비 맞으면서 수영이나 해야지, 응~ 실내에서 요가수업도 듣고 책도 읽을 거야~ 아무리 날 밟아봐라 흥!

풉, 누구 마음대로? 너에게 예정보다 2주 빠른 생리를 선물로 주마 푸하하하, 역대급 생리통은 덤이다!

엄마,,, 아빠,,, 세상이 나를 억까해, 세상아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여행 당일 부랴부랴 약국 가서 생리통 약을 사고, 짐을 싸는데 비옷에, 우산에, 생리대에 짐이 짐을 낳고, 입고 싶었던 옷은 안 보이고

땀에 젖은 생쥐꼴이 되어 캐리어 하나와 짐가방을 어깨에 들쳐 매고 집 밖을 나섰다.

잠깐만, 아무리 국내선이어도 신분증 필요하잖아? 다시 무거운 짐들을 번쩍 들고 집으로 쫓아 들어갔다. 거의 체력훈련 수준.

신분증 챙겨서 다시 달려 버스 갈아타고 지하철에 골인! 비행시간에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괜찮을 거야!

오호 갑자기 핸드폰에 금까지 가있네, 이젠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나 그냥 비행기표 취소하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