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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깨가루 May 16. 2024

수능 수학, 끝까지 문제를 푸는 즐거움

수능 영역들은 기본적으로 학생의 사고력을 평가한다. 국어와 영어는 언어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인 문해력을 주로 평가한다. 수학은 언어가 아닌 숫자와 수리적 기호를 통해 세계를 이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인 수리력을 주로 평가한다. 수학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삶을 살다 보면 어떠한 현상을 관찰하고, 느끼는 점들이 생긴다. 이를 사람들은 언어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수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지리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 개념을 암기시키기 위해 조직화 전략을 사용하였더니, 기존보다 학습 결과가 훨씬 좋아지는 현상을 관찰하였다고 해보자. 이를 언어적으로 “조직화 전략을 사용하면 학생들의 암기 학습에 훨씬 효과적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으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암기 학습 결과를 Y, 조직화 전략 사용 정도를 A, 학생의 학습 이해력을 B로 치환한다면, “Y = A × B” 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식은 어떤 의미일까? 학생의 학습 이해력이 동일하다면, 조직화 전략 사용 정도가 높을수록 암기 학습 결과가 갑절, 혹은 곱절로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곱하기)”를 사용함으로써 조직화 전략의 사용이 암기 학습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수학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수학은 우리 주변의 여러 현상들을 언어가 아닌 숫자와 기호를 통해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 거기에서 파생되는 수학적 개념을 연구하는 학문인 것이다. 과거 토지의 넓이를 재는 것에서 기하학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에서 확률과 통계가, 순간의 변화량과 그 변화의 총량을 생각해 보는 것에서 미분과 적분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 수학은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수학적 개념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수학적 개념은 현상을 숫자와 기호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수학 공부의 출발점이다.


예를 들어 로그 함수를 공부한다면, 로그 함수를 왜 사용하게 되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로그 함수는 x값이 증가하면 y값이 그 만큼은 증가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로그 함수는 엄청 큰 숫자를 작은 숫자로 줄여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로그 함수 그래프를 떠올려보면 x축의 값이 증가할수록 y축의 값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x값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y값은 조금만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을 활용하면 큰 숫자를 계산하기에 용이하다.


(아래 첨자, 위 첨자가 적용되지 않아, 별도 프로그램으로 작성함)


뿐만 아니라 진도를 통한 지진 강도 표현, pH를 통한 물질의 수소 이온 농도 표현, 소리 강도를 인간의 청각이 받아들이는 수준(데시벨) 표현 등에서 로그를 활용하면 각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수학 개념들을 충분히 이해하였다면, 문제를 통해 배운 개념을 적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 문제부터 천천히 풀고, 점차 수준을 높여 어려운 문제에도 도전해보아야 한다. 문제를 풀 때 중요한 점은  첫째, 문제에 개념을 “적용”해 볼 것. 둘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 풀이의 실마리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기출문제를 통해 하는 것이 중요하고, 많이 풀다 보면 기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이디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문제는 2023학년도 대비 수능 문제이다. 한 번 풀어보도록 하자.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 지수함수, 로그함수, 절댓값의 개념을 정확하게 적용하여 함수 f(x)를 그래프로 도해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방정식과 함수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함수 g(t)의 최댓값이 4”가 되는 경우를 따져볼 수 있다.


우선 함수 f(x)를 그려보도록 하자. x=0이라면 f(0)의 값은 지수함수의 경우 f(0)=l9-nl, 로그함수인 경우 f(0)=l2-nl이 된다. 여기서 n의 값에 따라 f(0)의 값이 바뀐다. n=1이 되면 지수함수의 경우 f(0)=8, 로그함수의 경우 f(0)=1이 된다. 이를 통해 지수함수, 로그함수 각각 (0, 8), (0, 1)을 지나는 함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함수의 특징과 x값의 범위에 맞게 그래프를 그린 후, 절댓값을 적용하여 그래프를 최종 완성하여 준다. 이를 그리면 아래와 같다.

n=1 인 경우, f(x)의 그래프


이 그래프를 통해 g(t)를 도출하여 보자. "실수 t에 대하여 방정식 f(x)=t의 서로 다른 실근의 개수를 g(t)라고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f(x)=t라는 것은 함수 f(x)가 t값을 가진다는 말이 되고, g(t)는 f(x)=t를 만드는 x값이 몇 개 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그래프에서 t=1/2이라면, f(x)=1/2인 경우의 x값이 몇 개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위 그래프에 f(x)=1/2인 직선을 하나 그으면 직선과 만나는 x의 개수가 2개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다. 그 직선을 가상적으로 아래위로 움직여보는 것이다. 움직여보면 함수 g(t)의 최댓값, 즉 f(x)=t 일 때, 고려할 수 있는 g(t)의 최댓값이 2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g(t)=2가 되는 것이다.


n=1인, t=1/2인 경우 g(t)=2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


이제 이를 바탕으로 g(t)=4를 만들기 위해 n값을 조정해 보자. n은 자연수이기에, 1씩 올려보자. n=2가 되는 경우의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이다. 그러면 아쉽게도 g(t)=3 임을 확인할 수 있다. n=3이면? 이 때는 로그함수가 절댓값의 영향을 받아 형태가 변화한다. 결과적으로 g(t)=4 임을 확인할 수 있다.


n=3인, t=1/2인 경우 g(t)=4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


여기서 일일이 모든 그래프를 그리는 걸 수능 수학은 원하지 않는다. n을 1씩 증가시켜서 g(t)=4가 시작되는 n과 끝나는 n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위와 같은 그래프의 형태가 언제 시작되고, 언제까지 유지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문제가 요구하는 아이디어인 것이다. 결국 n을 1씩 증가시키면서 그래프 형태를 생각, 확인하다 보면 n=3에서 시작된 그래프 형태가 n=8까지 유지되고, n=9가 되면 지수 함수로 인해 그래프 형태가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n=9일 때 g(t)=3 임을 그래프 도해를 통해 확인하면 아래와 같다.


n=9인, t=1/2인 경우 g(t)=3임을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프

결과적으로 n=3,4,5,6,7,8인 경우 g(t)=4가 되고, 정답은 33이 된다.


결국 수능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수학적 개념을 실제 쓰임과 관련하여 충분히 이해한다.

둘째, 문제를 풀 때 개념을 적용하도록 하며, 실마리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해결해 본다.

셋째,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문제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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