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은 만져진다
요즘은 고객 경험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자주 접한다. 디지털 커머스를 하는 회사에서는 오늘 뭐 먹지 처럼 일상다반사처럼 쓰이는 말이 고객 경험이다. 최근엔 BX라이팅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런 고객 경험을 카피라이팅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을까. 나는 먼저 고객 경험을 내 시선으로 정의해 보고자 했다. 카피라이터가 보기에 고객 경험은 [감각의 총합]이라고 본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모든 것들의 총합이 고객 경험이다. 그렇다면 내가 쓴 카피를 보고 고객들이 무언가를 연상할 수 있고 익숙한 소리를 환청으로 듣고 내가 쓴 카피를 보고 뭔가를 만졌을 때의 느낌과 냄새를 연상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글을 통해 기억과 느낌,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카피를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거나 새로 디자인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테면 폭신폭신함 을 고객 경험에 기반한 카피라이팅으로 표현해 보자. 고객들의 머릿속에 경험으로 알고 있을 폭신폭신함에 대한 어휘들을 먼저 모아 보는 것이다. 솜사탕, 새로 산 패딩, 뚱냥이의 뱃살, 한가진 오후 소파에 베고 누운 쿠션, 갓 쪄낸 찐빵 같은 폭신함처럼. 나는 '갓 쪄낸 찐빵 같은'이 가장 좋았다. 갓 쪄낸 찐빵에서는 손으로 눌렀을 때 느껴지는 폭신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포근한 폭신함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촉각뿐 아니라 시각과 후각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요즘의 나는 질감이 만져지고, 냄새가 풍기는 카피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생각의 결과 문장의 깊이, 단어들의 새로운 조합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묘사에 신경이 더 써진달까. 묘사를 하자면 제품을 가까이 들여다 보고 속속들이 쓰는 것도 중요하고 멀리서 떨어져 보았을 때 선망감이 들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의 나는 내 카피를 보는 사람이 어떤 것을 경험하는지가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어떤 글은 만져진다. 내 카피가 그런 글이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