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조 Jul 03. 2024

UX시대의 카피라이터

조사는 어려워

한 글자의 힘. 이것을 절실히 깨닫는데 조사만큼 좋은 사례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여러 광고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스크린도어에 크게 붙어 있는 광고부터 객차 안 창문에 끼여 있는 조그마한 명함 전단지까지 살펴본다. 꽤 유명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서 광고를 크게 하고 있었는데 조사가 눈에 띄었다. 너만 오면 막차 ㄱㄱ라는 카피였다. 상품의 요지는 1,000명이 모이면 할인가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이 카피의 목적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었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파격가로 판매하는 상품이 곧 떠날 것 같은 마음과 서둘러서 올라타야 될 것 같은 마음을 지하철 플랫폼 성격에 어울리게 '막차'라는 표현을 써서 참 잘 썼다고 감탄하면서 서 있었다. 그런데 다음 열차를 기다리며 계속 생각하다 보니 너만 오면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뭔가 남겼다. 만약에 내가 첫 번째 모인 사람이라면? 오백 한 번째 모인 사람이라면? 나만 오면 바로 될 것 같았는데 아직 몇 백 명 더 모이길 기다려야 한다면? 빨리 할인가로 사고 싶으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서 모아야 할 것 같이 느껴진다면? 이렇게도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만'이라는 표현이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이런 유의 표현을 양날의 카피라고 표현하는 데 조바심을 내게 하면서도 자칫하면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는 카피여서이다. 나라면 만이라는 조사보다 '도' 나 '가'를 써서 너도 오면 또는 너가 오면이라고 시도를 해 봤을 것 같다. 물론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최종으로 컨펌 난 카피가 너만 오면 이었겠지.라고 생각하며 역시 조사는 어렵다...라고 되뇌며 들어온 열차에 올라탔다. 

작가의 이전글 UX시대의 카피라이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