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 대한 고찰 3
월급 하면 떠오르는 말들을 생각해 보자.
쥐꼬리만 한
세상 물가 다 올라도 안 오르는
빠듯한
따박따박
통장을 스치는
월급날 되면 등등일 것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
세상 물가 다 올라도 내 월급만 안 오르는
빠듯한 월급으로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있으니까
월급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들에는
숨겨져 있는 괄호 안 말들이 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기엔) 쥐꼬리만 한
(먹고살기만 하기에도) 빠듯한
(다 나갈 데가 있어) 통장을 스치는
(쓸 데가 정해져 있어) 따박따박 들어와야 할
괄호 안의 말들은 고정되어 있는 생각이다.
고정되어 있는 생각이
월급 = 쓰기 위한 돈으로 규정하고
월급쟁이인 나를
먹고살기에 필요한 돈을 버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래서 딱
살 만큼만,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중산층 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만
만족하고 한 달, 또 한 달
그 상태를 유지하며 살게 만든다.
멈춘 상태가 된다.
나는 성장을 멈춘 모든 존재는
바로 해체와 소멸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주의 법칙이 그렇기 때문이고
나 또한 우주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쓰기 위해 들어오는 돈에는
다른 돈을 불러들일 힘이 없다.
쓰고, 사는데 급급한 사람에게는
다른 인생을 살아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월급을 한 달 살기에 필요한 돈이 아니라
내년의 내가 되기에 필요한 돈으로 생각했다.
그러자 전에는 꽤 만족스러웠던 월급이
터무니없이 작게 보였고
이 상황이 불편했다.
그렇게 나를 묶고 있는 사슬 하나가
떼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