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주세요
디즈니가 AI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들의 기억과 경험 데이터를 수집하여 AI가 개개인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실험이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몹시 궁금하다. AI가 고객의 기억 데이터를 습득한다면 그 데이터는 과거의 고객 것이다. 지금의 고객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는데, 과거에 이런 걸 좋아했으니 지금은 이런 걸 좋아할 거야라고 추론해서 제안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떠 올려 보면 지금도 여전히 좋은 것도 있지만 내가 그때 왜 좋아했지? 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것들도 있다. 글을 이렇게 쓰는 걸 보니 고객의 기억 데이터를 수집하는 AI에 대해서 반발심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항상 하고 싶었던 것이었으니까. 나는 고객의 내밀한 속내를 알고 쓰는 카피와 짐작하고 쓰는 카피가 같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상의 고객을 내 앞에 앉혀 놓고 상상 속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카피를 쓰곤 한다. 그런데 AI는 상상이 아니라 실제 고객의 데이터를 가지고 쓴다면, 그것도 고객이 스스로 자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순도 높은 데이터를 가지고 카피를 쓴다면 나는 배가 많이 아프다. 생산과 비용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AI는 정말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다. 효과면에서도 그러할지 디즈니의 실험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넓게 보면 AI도 UX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멋진 도구이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행보를 응원한다. 나도 흐름에 맞춰 더 성장할 것이다. 디즈니도 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