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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조 Jul 21. 2024

나는 나여서 좋다

8

어느 봄 볍씨를 뿌려놓은 논에 개구리가 우글우글 많았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볍씨를 논에 물을 가둔 뒤 평평하게 고른 뒤 그 위에다 씨앗을 뿌려 키웠다

지금은 농사가 모든 과정이 기계화되었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모든 농사는 수작업이었다.

볍씨를 뿌린 뒤 여러 날이 지나면 싹이 나면서 파릇파릇 모가 되어간다. 그런 논에 한해 농사가 달려있다.

사촌동생과 나는 개구리가 알을 낳아 부화되어 우글거리는 그 논에 들어가 막대를 휘두르며 개구리를 잡겠다고 뛰어다녔다. 당연히 논은 엉망이 되어 버렸고 그해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노한 아버지의 응징은 내 두 다리를 거꾸로 치켜들고 냇물에 던져버린다고 하셨고 나는 거꾸로 들린 채 아버지의 두다리를 꽉 잡고 아버지 살려주세요 하면서 마구 울었다

그런 큰 소동을 일으켰는데도 아버지께서는 내게 매를 들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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