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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조 Jul 26. 2024

나는 나여서 좋다 11

아버지의 부재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순간은 그다지 많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항상 집에 계시지 않았고 아주 가끔씩만 집에 오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 것이었을까?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동네 주막에 계신 아버지를 데려오라고 막내 오빠랑 나를 보냈다.

그 주막에는 언제나 투전판이 벌어지고 있었고 뭇 동네남자들의 사랑방이었다. 아버지께서도 투전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무척 가난했다. 나중 오빠 언니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아버지께서는 많은 논을 그 투전판에다 바쳤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께서 나에게는 참 자상하셨다. 밖에 나가시지 않는 날은 함께 뒷산에서 새순으로 나온 소나무도

꺾어서 깎아주시고 과일이 열릴 때쯤이면 못생긴 복숭아를 따서 깎아주시기도 했다. 아버지 주머니에는 항상미제 제크나이프가 들어 있었는데 그것으로 복숭아도 깎아주시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또 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우리 집 울타리 주변과 텃밭 주변에는 아버지께서심어 놓으신 꽃들이 무척 많았다.

옥매화 향매화 흰 장미 붉고 노란 장미 종류들과 백합을 비롯해서 국화 등 봄부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갖가지 꽃이 피고 졌다. 형제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버지께서 내가 태어나서부터 외출이 뜸해지면서 집에 머무른 시간이 많아지셨다고 했다. 그런 아버지와의 인연이 유독 짧았던 이유는 내가 막내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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