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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note Record, Part 3.

모던 재즈를 대표하는 기타 명반 그리고 블루노트

by XandO

블루노트의 혁신은

루디 반 겔더의 녹음기술과 앨범 자켓의 차별화에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악기들의 발전과 그를 활용한 새로운 연주자들의 발굴

그리고 새로운 음악 스타일과 전통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혁신을 일구어 낸다.


1950년대는 솔리드바디 전기 기타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였다.
1950년 펜더가 브로드캐스터(훗날 텔레캐스터)를 내놓고,

1952년 깁슨이 레스폴을 출시하면서

기타는 더 이상 밴드의 구석에서 리듬 반주를 연주하는

존재감 없는 그림자에 머물지 않는다.

새롭게 발전된 전기기타는 전보다 긴 서스테인과 큰 볼륨,

그리고 피드백 없는 명료한 톤을 제공하며

밴드의 전면에 나서는 리드 악기로 부상했다.


사실 그 전조는 이미 1940년대에 나타났다.

T-본 워커는 할로우 바디기타에 전기적 장치와 앰프를 사용하여

블루스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그의 뒤를 이어 B.B. 킹은 노래하듯 울부짖는 벤딩 테크닉과

절묘한 비브라토로 블루스 기타의 새로운 언어를 확립한다.


1960년대에 들어 블루스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서 폭발했다.

에릭 클랩튼은 1966년 앨범 '비노(Beano)'에서

마샬 앰프와 깁슨 레스폴을 결합해

강렬한 디스토션 톤을 선보였고,

알버트 킹은 플라잉 브이 모델을 거꾸로 잡고 연주하며

블루스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격정적인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이처럼 전기 기타의 발명과 기술적 진화,

그리고 블루스와 록으로 이어진 기타라는 악기가 가진 표현력의 확장은

재즈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블루노트는 재즈 레이블이었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 재즈와 블루스, 소울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기기타를 전면에 내세운 재즈 명반들을 만들어낸다


블루노트 명반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명반들이다.


Chitlins Con Carne - Kenny Burrell


블루노트는 40년대를 시작으로 유행하던

비밥과 하드밥의 전통적 어법에 머물지 않고,

블루스에 깊게 뿌리를 둔

새로운 사운드로 무장한

전기기타와 기타 연주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Kenny Burrell의 < Midnight Blue >(1963)은

블루노트의 새로운 소리에 대한 발 빠른 움직임의 증거였다.

재킷의 짙은 남색 바탕은 새벽 공기 같은 차분함이 느껴지고,

그 위에 간결한 활자로 새겨진 앨범 타이틀은

음반에 담긴 소리처럼 절제되어 있다.


턴테이블 바늘이 LP위로 떨어지는 순간,

첫 곡 [ Chitlins Con Carne ]의 블루지한 기타 리듬은

마치 오랜 친구가 오래간만에 걸어온 전화 목소리처럼

반가우면서도 친근하고 능청스럽다.


루디 반 겔더는 이 앨범에서도

기타의 스트링이 블루지하게 튕겨지는 소리,

드럼의 심벌이 울리는 미묘한 잔향,

그리고 하몬드 오르간의 깊은 울림을

마치 눈앞에서 연주되는 것처럼 생생하게 잡아낸다.


특히 케니 버렐의 기타는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다.

한 음 한 음이 귓바퀴 안에서만 맴도는 것처럼

명료하고 명확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의 섬세한 손끝이 공기 중을 떠도는 음들

하나하나 메만지듯, 어루만지듯

그렇게 방안을 유유히 떠 다닌다.

루디 반 겔더의 녹음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소리를 녹음하는 것을 넘어,

연주자의 숨결과 감성까지 포착하여 앨범에 담았다.


앨범 재킷 디자이너 리드 마일즈(Reid Miles)는

앨범의 사운드가 그렇듯 단순함과 강렬함의 미학에 집중했다.

그의 디자인은 늘 그렇듯

복잡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멀리한다.

타이포그래피와 작은 연주자의 사진만으로

이 앨범이 담은 소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작은 흑백 사진 속 케니 버렐은

악기를 든 채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는 기타를 응시한다.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하고 본질만 남긴다'


소리를 만든 자들과 이미지를 고민한 자들이

하나의 앨범으로 공통된 철학을 공유한다.


가장 완벽한 상태는

더 이상 무엇을 더할 필요 없이 꽉 찬 상태가 아니고

더 이상 아무것도 뺄 것이 없이 간결한 상태라고 했다.


Idle Moments - Grant Green


그랜트 그린의 Idle Moments(1963) 역시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기타 앨범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명반이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맑고 투명한 선율, 그 자체로

15분에 가까운 긴 연주 시간을

순식간에 현실 속에서 지워버린다.


루디 반 겔더는 그 투명한 사운드를

크리스털 잔 속의 물처럼 영롱하게 담아내었다.

마치 공기 중에 떠도는 음들을 푸른 재킷의 색으로

덧칠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장장 15분에 걸쳐 흐르는

기타 소리는 마치 ‘녹음된 음’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 같다는 생각이 든다.

루디 반 겔더는 클로즈 마이킹 기법을 통해 현의 진동과 앰프의 울림,

그리고 연주자의 손가락이 닿는 미세한 질감까지 고스란히 담아낸다.


Four on Six - Wes Montgomery


1950-60년대를 대표하는 기타 장인이라면

케니 버렐, 그랜트 그린과 더불어

Guitar Boss - Wes Montgomery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피크 대신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하는

그의 둥글고 부드러운 시그니처 사운드의 독특함과

멜로디 라인과 솔로 즉흥연주 부분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옥타브 주법을 활용한 연주는

전에 없던 격정적인 분위기로 듣는 이를 압도한다.

다음 세대의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블루노트에서는 웨스 몽고메리의 앨범을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하몬드 올겐의 장인인 지미 스미스와도

수많은 명연주를 남긴 웨스 몽고메리가

블루노트에서는 단 한 장의 정규 앨범도 남기지 않았다.

( 웨스 몽고메리의 앨범 중 < Beginnings >라는 제목의 앨범이

블루 노트에서 발매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의 초기 미공개 녹음들을 모아

1970년대에 블루 노트가 재발매한 앨범이다.

따라서 1950~60년대에 블루 노트에서 발매된 정규 앨범은 없다.)


당시, 하드밥의 유행을 이끌던 재즈 레이블 중에는

블루노트와 더불어 리버사이드 ( Riverside Records )가 있었다.

블루노트가 보다 끈적하고 펑키한 블루스 기반의 하드밥 사운드를 추구하였다면

리버사이드는 웨스 몽고메리를 비롯하여

빌 에반스, 뗄로니우스 몽크, 캐논볼 애덜리 등의 아티스트를 간판으로 내세우며

보다 서정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모던 재즈를 추구하였다.


1959년,

리버사이드의 프로듀서 오린 킵니우스 ( Orrin Keepnews )에게 발탁된 웨스 몽고메리는

1959년에서 1963년까지 리버사이드와 전속계약을 맺으며

그의 대표 앨범들의 대부분을 이 시기에

리버사이드에서 발매한다.


Full House - Wes Montgomery


블루노트의 올겐연주자 지미 스미스와의 조우도

지미 스미스가 1963년을 마지막으로 블루노트를 떠나

버브 레코드와 계약을 하게 되고

리버사이드가 재정난으로 폐업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1964년에 웨스 몽고메리도 버브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되면서

블루노트를 떠난 지미 스미스와

리버사이드를 떠난 웨스 몽고메리

두 연주자의 운명적인 만남이 버브 레코드에서 이루어진다.


O.G.D - Wes Montgomey & Jimmy Smith




결국, 1950~60년대의 전기기타의 발전사는

케니 버렐과 그랜트 그린의 두 앨범 그리고

그것들을 앨범으로 구체화시킨

블루노트의 시각적, 청각적 예술의 결합이라는 도전으로 완성되었다.

예술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으로 재즈의 어법을 바꾸었고,

블루노트는 이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포착해

자신들 만의 음반과 재킷, 사운드와 이미지가 서로를 마주보며

하나의 공감각적인 예술의 경험으로 완성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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