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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note Record, Part 5.

블루노트의 부활과 브루스 런드발.

by XandO

1940~50년대, 블루노트 레코드(Blue Note Records)는

미국 재즈의 혁신을 이끌며 하드 밥과 모던 재즈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레이블은 음악 시장의 변화와

내부 경영의 불안정 속에서 심각한 침체기를 맞이한다.

무엇보다 1971년 공동 창립자 프랜시스 울프(Francis Wolff)의 사망은

블루노트 레코드의 입지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울프는 블루노트의 기획과 운영을 사실상 이끌어온 인물이었기에,

그의 부재는 레이블 정체성의 심각한 흔들림을 의미했다.

또한, 1960년대 말까지 중요한 프로듀서 역할을 맡았던

듀크 피어슨(Duke Pearson)의 이탈 역시 제작 시스템의 공백을 남겼다.

게다가, 경영 구조도 잦은 변화를 겪었다.

1960년대 말 리버티 레코드에 인수된 후,

1970년대에는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nited Artists) 산하에서 운영되었다.

이 시기 블루노트는 새로운 녹음보다는

과거 1950~60년대의 명반을 재발매하는 데 의존했으며,

새로운 앨범 녹음 세션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1979년 United Artists Record가 EMI에 인수되면서

그 산하의 블루노트 역시 EMI 소속으로 편입되기에 이른다.

당시 EMI가 내놓은 재발매반은

오일 쇼크 이후 레코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저품질 바이닐 생산과

대중의 관심이 록·팝·디스코로 쏠리는 흐름도

블루노트의 입지를 흐트러트리는데 한몫한다.


이와 같은 내부 문제와 더불어,

재즈 시장 전반의 판도 변화도 블루노트의 어려움을 심화시켰다.

1970년대에는 록, 소울, 펑크의 영향을 받은

퓨전 재즈(Jazz Fusion)가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고,

하드 밥 중심의 블루노트 사운드는 시장의 관심에서 전점 더 멀어졌다.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 Black Byrd >(1973) 같은

재즈-펑크 작품이 상업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전통적인 블루노트의 색채와는 거리가 있었다.


Black Byrd - Donald Byrd


바로 이 시기에 등장한 도널드 버드(Donald Byrd)의 < Black Byrd >(1973)는

블루노트가 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해 택한 새로운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이 곡은 블루노트가 전통적인 하드 밥(Hard Bop)의 길에서 벗어나,

대중성과 상업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환점을 드러낸다.

실질적으로 2002년 노라 존스의 앨범 < Come Away With Me >가 발매되기 전까지

앨범 < Black Byrd >는 레이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중 하나였고,

이 성공은 재정적 위기를 겪던 블루노트가 다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성 우선에서 생존을 위한 대중성으로의 이동이라는 진지한 고민을 만들어준다.

< Black Byrd >는 바로 그 변화를 규정하는 곡이었다.


음악적으로도 이 곡은 재즈 시장의 흐름을 압축한다.

펜더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 일렉트릭 베이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펑크 리듬이 중심을 이루며,

전통적인 비밥의 복잡한 화성과 구조 대신 그루브(groove)가 핵심이 된다.

이는 재즈가 더 이상 순수 예술음악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재즈-펑크(Jazz-Funk)와 퓨전(Fusion)이라는

새로운 주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곡은 소울(Soul), R&B와 같은

흑인 대중음악의 리듬 감각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재즈의 정체성이 확장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구체적인 사운드로 증명한 앨범이다.


< Black Byrd >는 또한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1970년대는 펑크와 소울이 흑인 사회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대변하던 시기였고,

도널드 버드의 음악은 이러한 블랙 프라이드(Black Pride)의 흐름과 함께했다.

재즈는 더 이상 소수의 마니아층만의 음악이 아니라,

동시대 흑인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리듬과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문화적 정체성의 도구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 Black Byrd > 침체기에 있던 블루노트의 위기와 대응,

그리고 시대적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곡이다.

이 곡의 성공은 블루노트가 다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계기였고,

동시에 1970년대 재즈가 기존의 전통적 양식을 넘어

대중음악과 교차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는지를 잘 드러낸다.




1970~80년대 초반,

블루노트는 사실상 ‘과거의 명반 재발매 레이블’로만 기능하고 있었다.

그러나 1985년 EMI는 재즈 시장에서 블루노트의 전통과 브랜드 가치를 다시 살리기 위해

브루스 런드발(Bruce Lundvall)을 신임 사장으로 앉혔다.

그리고 신임 경영인 브루스 런드발은 두 가지 원칙을 내세운다.


그중 하나는 블루노트의 유산 존중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하드 밥과

모던 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거장들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Round Midnight - Dexter Gorden


브루스 런드발 체제의 부활을 알린 첫 신호탄은

살아있는 전설인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의 컴백이었다.

영화 < 라운드 미드나잇 >(Round Midnight, 1986)에서

덱스터 고든은 파리의 재즈 색소포니스트를 연기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브루스 런드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영화 사운드트랙에서 미발표된 연주들을 모아

< The Other Side of ’Round Midnight >를 발매했다.

이 앨범은 블루노트가 더 이상 ‘카탈로그 재발매 레이블’이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현역 레이블임을 증명했다.

음악적으로도 고든 특유의 깊고 느긋한 테너 색소폰 음색은,

1950~60년대 블루노트 사운드의 영광을 되살려준다.


듣는 이는 마치 재즈의 과거와 현재가

한 장의 앨범 안에서 다시 만나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Thinkin' About Your Body - Bobby McFerrin


브루스 런드발은 동시에 미래를 향한 도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보비 맥퍼린(Bobby McFerrin)의 앨범 < Spontaneous Inventions >는

전통적 재즈와는 전혀 다른 지점을 건드렸다.

아카펠라 보컬 퍼포먼스, 즉흥성,

신체의 각 부분을 악기로 사용 획기적인 접근

그리고 배우 로빈 윌리엄스 같은 대중문화 아이콘과의 협업은

블루노트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앨범은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블루노트가 다시금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음악적으로는 재즈의 문법이

더 이상 정해진 악기와 뻔한 편성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맥퍼린 특유의 보컬 실험으로 증명한 셈이었다.


사족이긴 하지만,

바비 맥페린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곡으로는

이 앨범(Spontaneous Inventions) 다음에 발표된 앨범

< Simple Pleasures >(1988)에 수록된 [ Don't Worry, Be Happy ]이다.

아카펠라 곡으로는 유일하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블루노트가 아니고

EMI-Manhattan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곡이다.


Don't Worry Be Happy - Bobby McFerrin


1980년대, 브루스 런드발의 경영은 분명 블루노트를

다시 세상 무대 위로 불러내는 데 성공했다.

덱스터 고든의 앨범은 전통의 명예 회복이었고,

보비 맥퍼린의 프로젝트는 혁신과 대중성 확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블루노트 레코드(Blue Note Records)는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고 동시에 재즈의 영역을 확장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1980년대 중반에 부활한 이후,

레이블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적인 성공과 음악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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