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Bird ]가 표현한 비밥과 찰리 파커의 상징적 의미.
1988년 개봉한 영화 [Bird]는 비밥의 개척자이자 재즈의 혁신가로 알려진
찰리 파커(Charlie Parker)의 비극적 생애와 천재적인 음악 세계를 그린 전기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937년, 시카고의 유명한 리노 클럽(Reno Club)에서 열린
Afterhours Jam Session이 배경인데,
열여섯 살의 어린 찰리 파커가 무대에 올라,
열정만으로 무장한 채 폭주하듯 연주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 무대에는 이미 당대 최고의 연주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인 카운트 베이시 악단의 드러머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는
철 모르는 신참의 무모한 연주를 보다 못해 결국 자신의 심벌을 내던진다.
그 심벌이 무대 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금속성의 울림은
많은 것을 상징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 장면이 찰리 파커의 기억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그의 내면적 고통과 예술가로서의 분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한 장면을 통해
‘새로운 언어를 갈망하던 젊은 세대’가
기존 재즈의 질서와 정면으로 부딪히던 순간을 시각화했다.
심벌이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의 소리 속에는
곧 다가올 스윙 시대의 종말과 비밥의 서막이 예고되어 있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젊은 시절, 서부극의 상징이었지만
사실 평생 재즈를 사랑해 온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의 단골 관객이었고,
델로니어스 몽크 다큐멘터리 제작에 직접 투자할 만큼
재즈 보존에 힘써온 열혈 재즈팬이기도 하다. 또한, 찰리 파커에 대해서는
“그의 음악이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깊었으며,
결국 그 열정이 1988년 영화 [ Bird ]로 결실을 맺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의 구조 자체를 ‘비밥’처럼 만들었다
즉, 영화의 서사를
시간의 직선적인 나열 대신
기억과 즉흥, 반복과 변주로 구성한다.
재즈의 화성처럼 영화의 장면 장면은
느슨하게 암시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의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불안감과 긴장이 흐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 영화에서 택한 서사의 방법은
‘비밥의 개척자’로서의 찰리 파커보다,
자기 파괴적 천재의 내면을 재즈적으로 은유한 영상기록에 가깝다.
찰리 파커는 단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든 인물이 아니라,
음악의 사고방식을 뒤집은 존재였다. Bird의 첫 장면에 던져진 심벌은, 그가 맞서야 했던 구시대의 규율이자,
곧 ‘새로운 언어로 된 비밥의 선언문’이 되었다. 이후 전개될 비밥의 탄생과
그 격렬한 해방의 미학,
그리고 찰리 파커의 천재성과 비극은
이 한 장면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알토 색소폰의 거장이자 비밥 재즈의 창시자로 불리는
찰리 파커(Charlie Parker, Jr.)에게 붙은 별명과 칭송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상징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버드(Bird)’.
이 한 단어는 찰리 파커가 남긴 음악의 자유로움,
그리고 재즈의 혁신 그 자체를 압축한다.
그의 초기 별명은 ‘야드버드(Yardbird)’였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남부 속어로 닭을 뜻하는 ‘야드버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그중 하나인데
투어 중 사고로 닭을 차로 치었고, 그 닭을 직접 요리해 달라 했다는 유머 같은 일화와
혹은 닭들이 마당에 뛰놀듯이
늘 클럽 마당에서 밴드 음악을 몰래 옅듣던 어린 시절,
그의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어느 쪽이든, 그 별명은 곧 짧게 줄어 ‘버드’가 되었고,
찰리 파커라는 이름보다 더 널리 통용되는 상징이 되었다.
그의 연주는 별명처럼 새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닮았다.
높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예측 불가능하게 흩날리는 프레이즈,
그 속에 깃든 멜로디의 비상은 그를 단숨에 ‘버드’라 불리게 했다.
그 별명은 단지 애칭이 아닌,
그의 음악 세계를 말해주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명곡들 중에는
[ Ornithology ], [ Yardbird Suite ], [Bird Gets the Worm ]등
모두 그의 별명을 은유한 제목들이 많다.
심지어 뉴욕의 전설적인 재즈 클럽 ‘버드랜드(Birdland)’ 역시 그의 이름에서 태어났다.
가끔 ‘찰리 챈(Charlie Chan)’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이는 영화 [ Bird }에서도 여주인공으로 그려진
그의 연인이었던 챈 파커(Chan Parker)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가의 사적 세계가 예명 속으로 스며든 셈이다.
그는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와 함께 1940년대 비밥(Bebop)을 창조하며
기존 재즈의 언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빠른 템포, 복잡한 화성, 그리고 숨 막히는 즉흥 연주의 새로운 문법이
그의 손끝으로부터 탄생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님을 대부분의 재즈 음악가들은 인정한다.
비록 그는 34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이름 ‘버드’는 여전히 재즈의 하늘을 날고 있다.
그것은 기존 재즈가 가진 질서와 같은
중력의 속박으로부터 벋어 난 자유롭고 창조적인 즉흥,
그리고 재즈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한 선전 포고와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