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ie Parker's Ballads

찰리 파커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

by XandO

가을 낙엽의 색이 점점 더 짙게 물들어 가는 계절이면

그 가을 색에 향기를 더하는 음악들이 있다.


Almaz - Randy Crawford


Autumn Leaves - Eva Cassidy


특히나,

느린 템포의 재즈 발라드들!

우리가 이 계절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가을의 풍경과

재즈가 지닌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가을 감성의 여운을

개인적인 사색의 시간 안으로 끌어당긴다.


Say It Over And Over Again - John Coltrane


어려운 화성과 현란한 스케일로 상징되는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그의 음악은 많은 대중들에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발표한 두장의 발라드 앨범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John Coltrane이라는 거장에 대한 선입견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1962년에 발매된 < Ballads >,

그리고 1963년의 <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은
가을이면 반드시 꺼내 듣게 되는 대표적인 재즈 명반이다.

이 두 앨범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연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문구인

" Sheets of Sound - 음들의 융단"이 아닌

여백과 서정이다.
감성을 듬뿍 머금은 한 음 한 음이

공기 속에 뿌려져 흩어지며 만들어 낸 색소폰 멜로디는
쓸쓸한 계절의 색깔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듣는 이들을 아련한 여운과 재즈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1962년, < Ballades > 앨범의 성공에 연이어 기획된

1963년, <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에서는

자니 하트만의 바리톤 음색을 더해

더 짙은 가을을 담았다.


Autumn Serenade - John Coltrane & Johnny Hartman




찰리 파커 또한 혁신적인 비밥의 개척자이며

현란한 테크닉과 치밀한 논리적 구조 안에서

블루스와 재즈를 재조명한 혁신가이자 즉흥연주의 거장임은 여러 번 함께 확인했다.

하지만,
찰리 파커(Charlie Parker)에게도

비밥의 언어로 이 가을을 물들일 음반이 있다.


현악기들과 오보에, 하프가 깔아놓은 낙엽 쌓인 길 위로

찰리 파커의 알토 연주는 이 가을을 위한 멜로디가 흐른다.

짙은 가을을 머금은 색소폰의 한숨 한숨이

깊어가는 계절 위로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Autumn In New York - Charlie Parker


이 앨범은 파커가 오랫동안 꿈꿔온 작품이었다.
“내 안의 또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의 말처럼, < Charlie Parker With Strings > 앨범은

찰리 파커가 가진 천재적인 멜로디 감각과

재즈의 서정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낸 앨범 중 하나이다.

비밥(Bebop)의 창시자이자 혁명가로 불리던 그가,

현악기를 배경으로 연주한 이 음반은

대중적우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고,

동시에 파커의 음악이 단순한 속도와 기술의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운드로 증명해 보인다.


그는 평소에 아이작 스턴 같은 클래식 연주자들을 존경했고,

콜 포터와 죠지 거슈윈의 서정적인 멜로디를 사랑했다.
비밥의 복잡한 구조 안에서도 그는 언제나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앨범이 기획되는 초기 단계에서

프로듀서 노먼 그란츠(Norman Granz)와 그 주변의 인물들은

찰리 파커의 이러한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얄팍한 상업적 타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녹음이 시작되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찰리 파커의 색소폰이 현악 반주 사이를 깃털처럼 떠다닌다.
그가 가진 천부적인 감정의 섬세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그전과는 다른 형태로 새롭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If I Should Lose You - Charlie Parker




찰리 파커와 함께 연주했던

그 시대의 음악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는 복잡한 화성 위에서도 꼭 필요한 음정과 완벽한 멜로디를 찾아냈고.
그의 즉흥연주은 단 한순간도 단순한 기교의 나열이 아닌

그 순간에 필요한 새로운 멜로디를 작곡하는 행위였다.


찰리 파커는

구태연한 스윙의 틀에 갇힐 뻔한 재즈의 언어를 송두리째 뒤바꾼 혁명가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비밥의 혁명 위에서

멜로디로 자유를 완성한 시인이었다.

그가 불어내던 한 음 한 음은

비밥의 논리 속에서도

그의 천부적인 멜로디 감각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 Charlie Parker With Strings >는
그러한 그의 음악적 중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비밥의 빠른 템포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멜로디들,
복잡한 화성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집(Home)’을 찾아 돌아오는 선율의 회귀성.
그것이 파커의 진짜 천재성이었다.


그의 혁신과 도전,

그리고 시대를 앞선 실험 정신도 분명 위대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그가 설계해 둔 그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항상 잃지 않고 지켜내던 멜로디의 진실함이다.
그의 색소폰은 언제나

"반드시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멜로디가 가지는 주된 정체성을

단 한순간에도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찰리 파커의 음악은

표면에 들리는 유려한 테크닉적 기교에 감추어져

감성적인의 멜로디로 완성된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의 자유였다.


Confirmation - Charlie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