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재즈의 탄생과 확산
쿨 재즈는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 초반 사이에
뉴욕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재즈계의 중심에 있던 비밥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빠른 템포와 복잡한 즉흥성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일부 연주자들은 보다 부드럽고 절제된 접근을 모색하게 된다.
이 흐름이 이후 ‘쿨 재즈’라는 양식으로 이어진다.
쿨 재즈의 등장 배경을 설명할 때 종종
비밥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여러 연주자들이 보다 여유 있는 음색과
짜임새 있는 편곡을 선호하는 성향이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인데
그것을 비밥의 반작용이라는 하나의 원인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모순이 있다.
다양한 음악적 취향과 연주 환경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타당하다.
쿨 재즈의 탄생을 설명할 때 종종 비밥에 대한 반작용이 언급된다.
이 과정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초기 활동,
특히 Koko 세션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일화를 쿨 재즈의 형성과 연결하며
종종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실제 근거보다 서사적 흥미를 우선한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마일스가 겪던 어려움이나 음악적 고민을
쿨 재즈의 직접적인 출발점으로 보는 관점에는 한계가 있다.
쿨 재즈는 개인적 경험보다도
당시 여러 연주자들이 함께 시도한 편곡 중심의 작업,
새로운 음색 실험,
그리고 보다 정돈된 연주 방식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적인 시도이자 흐름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결국 쿨 재즈는 비밥 이후의 자연스러운 확장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양식이었다.
쿨 재즈 운동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주도한
마일스 데이비스 노넷(Miles Davis Nonet - 마일스의 9중 주단)의 활동과,
그 결과로 나온 앨범 < Birth of the Cool >을 통해 분명한 양식을 갖추게 된다.
마일스는 비밥의 폭발적인 분위기와 전개에서 벋어나
보다 구조가 뚜렷하고 음색이 풍부한 연주를 추구했다.
프렌치 호른과 튜바 같은 비밥 시대의 소규모 밴드에서는 드물게 사용하던 악기를 포함해
9인조 편성을 구성했고, 보다 우아한 실내악적인 사운드를 목표로 삼았다.
노넷에는 이후 쿨 재즈를 대표하게 되는 재즈 연주자들이 다 모인다.
제리 멀리건은 바리톤 색소폰 연주와 함께 핵심 편곡을 담당했고,
훗날 쳇 베이커와의 피아노 없는 콤보로 쿨 재즈의 미학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리 코니츠는 찰리 파커와 뚜렷하게 다른 부드러운 알토 색소폰 톤을 확립한다.
존 루이스는 피아노와 편곡을 맡았고,
뒤에 모던 재즈 쿼텟(MJQ)을 통해 재즈의 지적인 스타일을 발전시킨다.
이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는 단연코 길 에반스였다.
그는 1940년대 후반 뉴욕의 아파트에서 마일스와 개인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한 그는,
< The Birth Of Cool >노넷 편곡의 핵심인물이다.
길 에반스는 드뷔시와 라벨 같은 유럽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화성 감각을 재즈에 적용했다.
그의 편곡은 부드럽고 몽환적인 음향을 만들어 냈고,
마일스의 절제된 중음역 트럼펫에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러한 작업들이 쿨 재즈의 실내악적이며 서정적인 성격을
구체적인 사운드로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제리 멀리건은 1949년 마일스 데이비스 노넷의 편곡자로 참여하며
쿨 재즈 사운드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악기들이 서로의 선율을 교차하며 진행하는 대위법적 편곡을 사용했고,
이는 차분하고 정제된 쿨 재즈의 전형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1952년, 멀리건은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쳇 베이커와 함께 제리 멀리건 콰르텟을 결성했다.
이 콰르텟의 가장 큰 특징은 피아노를 제외한 구성이다.
당시 피아노는 재즈의 화성을 담당하는 중심 악기였지만,
멀리건은 그 역할을 과감히 비워 두었다.
일부 자료에서는 이들이 자주 연주하던
헤이그 클럽의 공간적 한계도 영향을 주었다고 전한다.
피아노의 부재는 베이스 음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콘트라베이스가 화성적 기반을 넓게 지탱했고,
그 위에서 바리톤 색소폰과 트럼펫이 서로 대화를 나누듯 선율을 주고받았다.
이 조합은 서부 해안 재즈 특유의 부드럽고 여유 있는 사운드의 전형이 된다.
또한, 이 시기는 드럼의 와이어 브러시 연주가 널리 퍼진 시기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섬세한 브러시 사운드는
쿨 재즈의 음향적 성향과 잘 맞아떨어졌고,
이후 재즈 드럼 연주의 기본 기술로 자리했다.
쳇 베이커의 트럼펫은 맑고 가벼웠고,
멀리건의 바리톤 색소폰은 안정된 중저음을 들려주었다.
두 음색은 자연스러운 대비를 이루며 균형을 만들었다.
베이커는 절제된 즉흥 연주와 독특한 톤으로 대중적 호응을 얻었고,
서부 해안에서 쿨 재즈가 널리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Night Lights >(1963)는 제리 멀리건 후반기의 대표작으로,
쿨 재즈 시기의 정서를 이어받으면서도
이후 재즈가 향할 서정적이고 오케스트라적인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쿨 재즈의 전성기가 지나간 뒤,
멀리건은 다시 오케스트라 편성에 관심을 돌렸고,
현악기와 프렌치 호른 등을 활용해 음향적 폭을 넓히고자 했다.
앨범 전체는 밤의 정적을 떠올리게 하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멀리건은 자신의 바리톤 색소폰을 더욱 부드럽고 명상적인 톤으로 다듬었고,
복잡한 즉흥 연주보다 선율의 아름다움과 풍성한 화성에 무게를 두었다.
길 에반스와의 협업에서 보여준 실내악적 접근이
이 앨범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셈이다.
< Night Lights >는 이후 유럽 재즈가 보여준 서정적 흐름과도 닿아 있는 작품으로,
멜로디 중심의 재즈가 지닌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음반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