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Martin - In My Life ( 1998 )
음악 듣는 것을 많이 좋아한다.
여러 해 전, 한 지역단체의 행사로 연주를 하고
간단한 뒤풀이에 참석한 적이 있다.
지역단체 공무원 중에 한 분이
"나는 음악을 왜 듣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시끄럽고 귀에 거슬려서
집에서도 절대 음악 같은 거 못 틀게 합니다 "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하는 말이 농담 같지는 않았고
그날을 위해 수고롭게 준비한 십 수 명의 사람들을 앞에 앉혀 두고
꼭 했어야 할 말인가? 싶었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얼마만큼 좋아하고
어떤 음악들을 좋아하며
얼마나 더 좋아하는지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뿐.
"음악을 듣다."
어쭙잖은 영어 실력으로 구분해 보자면
같은 "듣다"의 의미로 쓰이는
" Hear "와 " Listen"은 차이가 있다.
보통 " Hear "는 딱히 집중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일을 하며, 친구와 잡담을 하며 적막함을 채우기 위한 배경음악
그냥 들려오는 것을 듣는 "듣다."가 그중 하나이다.
반면 "Listen"은 " Hear" 와는 다른 " 듣다"이다
들리는 소리에.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집중하여 듣는 것을 말한다.
강의를 듣거나 듣기 평가 때 문제를 듣는 것,
잘 안 들리는 소리를 억지로 찾아내려 집중하기도 한다.
음악을 듣는 경우에도 "Hear"와는 구별되어
'Listen"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들었던 다른 음악들과 비교도 해보고
들리는 음악소리를 지난 과거의 추억이나 여행했던 풍경들을 상상하기도 한다.
또는 전문적인 음악가들이나 음악공부를 하는 전공생들은
연주기법, 음악적 이론등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집중하여 듣기도 한다.
초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듣기"이다.
일반적인 음악 감상의 사전적인 의미라면,
" 鑑賞 감상 " - 예술작품을 이해하고 즐기고 평가한다는 의미이지만
나의 개인적인 음악감상은
" 소리로 전해지는 느낌을 이미지와 이야기로 상상한다 "는 의미의
소리의 느낌을 상상하다.
전문적인 음악이론과 기술을 공부한 예술가의 분석적 감상은 아니지만
음악 소리에 담긴 느낌들에 집중하여
나만의 상상을 펼쳐보는
앨범 [ Let It Be ]를 제외한 비틀스의 모든 앨범을 진두지휘하며 프로듀싱했고
다섯 번째 비틀스의 멤버라 불리던
George Martin 이 1998년에 직접 발매한 앨범으로
비틀스의 곡들과 본인의 오리지널 곡인 " Friends and Lovers"로 구성되었다.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남긴 George Martin에게 있어서도
비틀스와 함께 했던 순간들은
누구와 함께했던 시간들보다 더
애틋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총 14 트랙 ( 마지막 14번째 트랙 [ Blackbird ]는
일본 발매 앨범의 보너스 트랙이다 )으로 구성된 앨범으로
존 윌리암스, 제프 벡, 바비 맥페린, 셀린 디옹, 필 콜린스, 바네사 메, 골디 혼 등등
당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원곡들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앨범이다.
1990년대, 최고의 O.S.T들로 최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에 조지 마틴의 앨범에 참여했다.
당시로, 셀린 디옹은 오케스트라 편곡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팝보컬이었음을
그녀의 여러 히트곡들을 통해 검증받은 상태였다.
George Martin의 앨범에서도, 화려한 오케스트라 편곡과 함께
마치 원곡이 그녀의 곡이었던 것 같은
[ Here, There and Everywhere ]를 재창조해 냈다.
이 앨범에서는
무려, 비틀스의 프로듀서와 영화 음악의 거장 John Williams의
[ Here Comes The Sun ]을 들을 수 있다.
웅장하면서도 배려심 싶은 오케스트라 편곡들과
비틀스의 원곡을 떠 올리게 하는
소박하고 순수한 멜로디를 클래식 기타가 소리로 만든 마법의 주문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 앨범에서 꼭 들어봐야 할 하이라이트 부분이라면
제프 벡이 연주에 참여한 [ A Day In The Life ]로 꼽고 싶다.
존 레넌이 작곡한 염세적이며 허무함이 느껴지는 전반부의 멜로디와
폴 맥카트니의 기분 좋은 거리 산책이 느껴지는 후반부의 멜로디를
블루지한 감성이 충만하게 제프 벡의 기타가 연주해 준다.
그리고 곡의 앞뒤 부분을 연결해 주는 기상천외한 오케스트라 편곡은
더욱 정리된 느낌으로 재현되었고
원곡에서는 3대의 피아노가 한순간에 울려 퍼지던 금세기 최고의 종지를
이 곡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낸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가끔 혼자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에 비틀스에 링고 스타를 대체할 만한 드러머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겠지만
혹시 " 필 콜린스"라면 어떨까?
Abbey Road Medley의 후반부를 필 콜린스가
드럼연주까지 맡아 멋지게 참여했다.
비틀스의 곡은 비틀스의 곡으로 들어야만 하는 감성과 추억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이 시대의 거장들이
또 다른 색깔로 그 감성과 추억을 다르게 채색한 느낌도 새롭다.
음악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오늘도 이런저런 음악들을 뒤적 뒤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