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곡을 듣느냐? 어떻게 연주한 곡을 듣느냐?
비틀스가,
1960년대가 아닌
17세기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바로크 시대에 태어난
폴 맥카트니가 헨델 같은 가발을 쓰고
[ Girl ]을 송진가루 휘날리는 스트링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연주했다면
지금 우리가 듣는 비틀스의 [ Girl ]과는 어떻게 다를까?
1957년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거장 Peter Breiner 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그는 260여 장의 앨범을 녹음하여 수백만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음악가이며
특히나 비틀스외에도 다양한 팝 음악들을 바로크 스타일로 편곡한 앨범들이 유명하다.
Peter Breiner의 [ Girl ]은 단순히 클래식 악기로 연주한 팝송이 아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적 기법들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원곡의 선율을 바이올린, 오보에, 플루트를 사용하여 표현함으로
비틀스 원곡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바로크 음악 특유의 대위법과 현악 앙상블 특유의 섬세함을 적극 활용하여
클래식적인 풍성함과 독특한 음악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
1993년에 발매된 [ Beatles Go Baroque ]의 획기적인 앨범에 이어
2019년에는 그 보다 더욱 발전된 음악으로 [ Beatles Go Baroque, Vol.2 ]를 발매하여
비틀스와 클래식 팬들을 다시 한번 감동시킨다.
에릭 클랩튼의 애절하고 깊이 있는 블루스 감성을
쳄발로( 합시코드)와 유려한 현악기들의 앙상블을 사용하여
바흐, 비발디 스타일의 협주곡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바로크 시대의 전형적인 기악곡 형태인 협주곡 / Concerto Grosso 스타일은
주멜로디를 담당하는 솔로 악기와 오케스트라 간의 대화 또는 경쟁구도로 편곡된 음악스타일이다.
원곡에서의 기타 연주를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로 대체했고
쳄발로 ( 합시코드 )와 현악앙상블이 주요 악기로 솔로 악기들과 경쟁구도를 이루는 구조이다.
리듬 부분에 있어서도
원곡은 느린 4/4박자 록발라드 형태이지만
Peter Breiner의 편곡에서는 의도적으로 고전적이며 우아한 느낌의 3/4 또는 6/8 박자로 변형하여 편곡한 부분도 흥미롭다.
1993년 앨범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019년도 앨범에 실린 [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 역시
단순한 클래식 악기들로 편곡된 팝송의 수준을 너머
바로크 시대로 시간을 돌려놓은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경험을 감상자들에게 선물한다.
Peter Breiner는 1995년에 [ Elvis Goes Baroque ]를 발매하기 전에
1990년에 [ Especially For You ]라는 앨범을 통해 심포닉 팝 오케스트라와
Elvis Presley의 [ Love Me Tender ]를 미리 선보이기도 했다
1990년 앨범에서의 연주는 영화음악과 같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오케스트라 연주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1995년 [ Elvis Goes Baroque ]의 연주에서는
전형적인 바로크 형식인 쳄발로 ( 합시코드 )와 현악앙상블을 활용한 대위법과
바로크 시대의 춤곡 형식의 경쾌함을 가미한 편곡이
1990년 앨범과 대조를 이룬다.
비교해서 들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다.
알고 있는 곡, 좋아하는 곡을
전혀 다른 스타일, 장르의 음악가들의 작품들로 찾아 비교해 가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익숙한 멜로디와 늘 듣던 반주가 아닌 새로운 편곡들이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를 통해
눈만 감으면 떠날 수 있는 시간여행.
우리 시대의 타임머신은 음악과 함께하는 유튜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