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s In My Mind
1년의 5개월은
이불 같은 롱패딩을 덮어쓰고 다녀야 하는 겨울이고
또 다른 5개월은
반팔에 반바지를 걸치고도 헉헉 대야 하는 여름이다.
찰나 같은 각각의 1개월씩만
봄, 가을로 한숨을 돌리며
"바로 지금이야"를 외치는 순간
봄은 여름을 향해 날아가고
가을은 겨울에게 내주어야하는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함께 모여
복작대며 살아간다.
이런 잠깐의 봄.
긴긴 겨울을 보내고 드디어 찾아온 봄.
아주 잠깐뿐 일
파랗고 노오란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과
얼마 머물지 않고 떠나버릴 아쉬움을 알기에
더 애틋한 봄.
그런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과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을 그대로 담은
Joanna Wallfisch의
[ Moons Of Jupiter ].
앨범 재킷 디자인부터 봄스럽기 그지없다.
영국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며 멀티-인스트루먼틀리스트인 조아나 월피쉬는
클래식음악 교육을 바탕으로 재즈, 포크등과 더불어 다양한 실험적인 요소들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스타일과 우아한 예술적 감각을 펼쳐내는,
나만 혼자 감춰두고
나만 혼자 듣고 싶은 아티스트이다.
2016년,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Dan Tepfer와 함께 발매한 앨범 [ Gardens In MY Mind ]는
영국 출신 Sacconi Quartet의 현악 4중주 반주와
실험적인 그녀의 음악적 시도가 더해져
달콤 쌉싸름한 매력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봄볕의 햇살이 밀려오듯
수줍게 흰돌, 검은돌로 된 돌다리를
종종거리며 밟고 지나는 듯한
피아노 건반소리.
옅은 송진가루 흩날리며
바람결에 실려 궛가를 스쳐가는
현악기들의 무심한 흥얼거림
이라 느끼며 봄에 취해있고 싶지만
사실 곡의 주제는 봄이 아니다.
Joanna Wallfisch의 "Moons of Jupiter"는
사랑의 시작과 끝을 우주적 이미지로 표현한 곡이다.
When first you said my name the stars came out,
The moons of Jupiter spun around.
But nothing's been the same since the fire went out,
This galaxy of embers don't make a sound.
처음 내 이름을 말했을 때 별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목성의 위성들이 빙글빙글 돌았어.
하지만 불이 꺼진 후로 예전 같지 않아요,
은하계 불씨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요.
곡의 가사는 사랑의 시작을
별과 목성의 위성들에 비유하며,
관계의 변화와 소멸을 우주적 이미지로 표현한다
2021년 발매된 윤하의 [ 사건의 지평선 ], [ 오르트구름 ]등이 실린
[ End Theory ]와도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도 든다.
Wallfisch의 시적인 가사와 풍부한 음악적 표현이
처음 듣는 순간,
이건 내가 견뎌낸 겨울을 보내고
드디어 찾아 온 봄을 위한 노래야!
라는 착각이 들만큼
너무도 봄내음 가득한 곡이어서
봄이면 꼭 꺼내 듣게 되는 앨범이다.
앨범에 실린 다른 곡들도 평온한 봄날
햇살 가득 한 창가에서
향 좋은 차와 봄향기를 섞어 마시며
햇살과 봄바람에 취하기 너무 좋은 앨범이다.
2016년, [ Gardens In My Mind ] 발매 후,
미국의 서부해안가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회고록과 그 당시의 영감을 바탕으로
여행과 자기 발견을 주제로 한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2019년에 발매한 앨범 [ Far Away Any Place Called Home ]의 타틀곡!
재즈와 포크, 아트 송, 팝을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담고 있으며,
음악과 문학을 결합한 그녀만의 음악적 색채가 짙게 깔린
예술적 표현이 인상적이다.
봄이다.
완연한 봄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설레는 봄이다.
치덕이는 코트, 패딩들을
옷장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새털 같은 차림에 익숙한 배낭 하나 메고
어디로라도 떠나고 싶은 봄이다.
아무에게도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내게 조차도 미리 허락받지 말고
집이라 불릴 만큼 나를 정겹게 반겨줄
어딘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설레는 봄이 왔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