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순간도 아직 사랑이다.
사랑의 시작은 설레임이지만
사랑의 끝은 이별이 아니다.
이별 후에도 한참을 아파야 하고
그 관계의 끝에서,
서로에게 보내는 마지막 존중이 다 할때쯤
그 사랑을 진짜 떠나보낼 준비가 끝난다.
이별의 순간은 참 길고도 아프다.
이별의 순간은 아직도 사랑이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떠나보내는
이별 노래는 늘 아프지만 아름답다.
‘우리’였던 사랑의 시간을 보듬어 정리하는 노래들.
그래서인가?
가끔 대중은 이별의 노래들을
“너만을 사랑할게”라는 시작의 노래로 받아들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노래? 가 아니고,
아름다운 작별을 고하는 노래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사랑 노래 중 하나이다.
영화 < The Bodyguard >의 엔딩 장면,
수많은 커플 영상, 프러포즈, 웨딩 축가.
[ I Will Always Love You ]는
그야말로 "사랑의 테마송"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이 노래는
사랑을 약속하는 노래가 아니다.
사랑을 정리하는 노래다.
원래 1974년,
Dolly Parton이 발표한 컨트리 발라드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난 떠나야 해요.”
“If I should stay, I would only be in your way.”
내가 계속 당신 곁에 머문다면
나는 당신의 길에 방해가 될 뿐이에요
So I’ll go, but I know
그래서 난 떠나야 해요 하지만 난 알아요
I’ll think of you each step of the way…
떠나는 걸음걸음마다 당신 생각뿐일 거예요.
사랑하지만,
계속 함께할 수는 없는 순간.
이해하지만, 더 머물 수 없는 관계.
Dolly는 이 노래를
자신의 오랜 음악 파트너 Porter Wagoner와의 결별을 위해 썼다.
사랑과 존중의 이별 인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1992년,
Whitney가 영화 < Bodyguard >에서 OST로 부르고 난 후
해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사랑의 불꽃으로
영화의 장면장면을 불태웠다.
그리고 곡은 전설이 되었다.
미국 빌보드 14주 연속 1위
전 세계 1,500만 장 이상 판매
아카데미와 그래미 수상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프러포즈, 결혼식, 커플 영상 등
사랑의 결실이 맺어지는 순간순간을 모두 불태웠다.
한국에서도 이 곡은 “영원히 사랑할게요”의 상징이 되었다.
중간 영어 가사 중에 한국어 "웬 다이야~ "라 들리는
부분을 끄집어낸 개그맨의 농담까지 가세하며
사랑의 영원한 상징 "다이아몬드" 이미지까지 덧 씌워진다.
왜곡의 핵심이자
이 노래가 오해받는 가장 큰 이유는
후렴구 하나 때문이다.
“And I… will always love you…”
사람들은 이 구절만 듣고,
사랑의 약속이라 믿는다.
하지만 앞뒤 맥락을 들으면,
그건 이별의 축복이다.
Whitney의 보컬은 너무도 뜨겁고 아름다워서,
그게 작별의 노래라는 걸 잊게 만든다.
아름다운 작별은
늘 아름다운 사랑 노래처럼 들린다
아마도 이별이 너무 아프지 않고
아름답기를 갈망하는 이들의 바람이 담겨서일까?
< I Will Always Love You >는 이별의 끝에서,
상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존귀와 존중이다.
아름다웠던 사랑을 떠나보내는 노래이고,
‘우리’라는 소중했던 시간을 보듬어 정리하는 노래이다.
하지만 대중은 그걸
“너만을 사랑할게”라는 사랑을 시작하는 노래로 받아들였다.
Dolly Parton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 노래가 결혼식 축가로 울려 퍼질 때
이렇게 중얼거릴지 모른다.
“이 곡은 여기서 부르는 거 아니야.”
[ Kiss And Say Goodbye ]
“이 노래, 신혼여행용 아니에요”
1976년, The Manhattans는
[ Kiss And Say Goodbye ]를 발표한다.
부드러운 멜로디, 중후한 저음의 매력적인 내레이션.
노래가 시작되면 어딘가 와인잔 기울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곡이다.
한국에서는 실제로 그런 분위기에서 자주 사용된 시대가 있었다.
말 그대로 "연인들이 와인 마시며 듣는 로맨틱한 노래"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문제는 딱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곡, 그런 노래가 아니다.
아니, 전혀 아니다.
아니어도 너무 아니다.
이건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사랑의 장례식을 위한 노래인데 이 곡을 한때는
신혼여행 첫날밤
감성 와인바 또는 무도회장에서 첫 눈에 반한 상대와의 블루스 타임
‘사랑이 흐르는 밤’ 재즈 편집 앨범의 단골 수록곡으로
로맨틱한 사랑의 설레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이 노래가 오해받은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멜로디가 너무 좋다.
너무 부드럽고, 너무 그윽하다.
그리고 저음 내레이션.
슬퍼서 읊조리는 그 목소리는
한국인인들에게 매혹적이며 섹시한 사랑 고백으로 들린다.
This has got to be the saddest day of my life.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슬픈 날이 될 거 같아요.
I called you here today for a bit of bad news.
좀 나쁜 소식을 전하려 전화했어요.
I won't be able to see you anymore because of my obligations,
내 운명은 당신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하네요.
[ Kiss and Say Goodbye ]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
정리되어야만 했던 사랑에 대한 노래다.
하지만 대중은 그걸
와인과 조명, 그리고 커플의 저녁에 더 어울리는 사랑고백으로 기억했다.
음악가의 의도나 가사의 내용보다는
듣는 이가 느끼는 직관적인 분위기가 더 앞선 해석이 소비로 이어진 예이다.
The Manhattans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 노래가 두 연인의 와인잔 사이를 떠돌 때
이렇게 중얼거릴지 모른다.
“이 곡은 이럴때 듣는 거 아니야.”
2012년, 버스커 버스커는 [ 벚꽃 엔딩 ]을 발표했다.
봄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해마다 꽃이 피는 계절이면 매년 다시 깨어난다.
벚꽃놀이의 주제가, 봄맞이 광고의 단골,
캠퍼스 축제의 배경음악.
이쯤 되면 봄 = 벚꽃 피는 계절 = 설레임 그리고 = 벚꽃 엔딩
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정작 이 곡을 만든 장범준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이 노래를 썼다.
"벚꽃은 정말 예쁘지만,
금방 져버리잖아요.
그걸 볼 때마다 설레면서도 슬펐어요."
— 장범준, 2012년 인터뷰
벚꽃 엔딩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시작과 동시에
곧 흩뿌려질 꽃잎들의 흩날림을 아쉬워하며
봄과의 작별을 서운해하는 이의 노래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봄날, 벚꽃 흩날리는 거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순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노래는 알게 모르게
조용히 이별을 암시한다.
이 벚꽃이 지면
이제 서로 떠나야 하는 이별.
벚꽃의 계절은 한순간이다.
그 벚꽃이 지는 걸 알면서도
너와 함께 걷고 싶어졌어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벚꽃도, 이 감정도, 이 순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지금 이 길을 걷고 싶다.
지금 이 마음을 붙잡고 싶다.
[ 벚꽃 엔딩 ]은
끝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는 이야기다.
대중은 봄의 환희만 기억한다
그리고 대중은 이 곡을
단순한 봄날의 캐롤로 소비한다.
꽃놀이 테마송
가족들의 행복한 봄나들이 여행길
한없이 행복한 연인들을 위한 광고 배경음악
경쾌한 멜로디와 따뜻한 기타 사운드가
노래 속 쓸쓸한 마음결을 덮어버렸다.
봄은 늘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다
[벚꽃 엔딩 ]은
봄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설레임,
그리고 그 설레임이 사라질 것을 미리 아는 이의 마음에 대한 노래이다.
그건 달콤한 고백이기보다는
아주 조용한 작별 인사이기도 하다.
장범준은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벚꽃 엔딩이
환호와 축제 속에 울려 퍼질 때
조용히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그런 뜻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