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뉴스> 리뷰
일본 적군파 일당은 여객기 한 편을 납치하여 평양으로 향하겠다고 요구한다. 김포국제공항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아무개’라 불리는 인물과 공군 소위 서고명이 투입되어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친다. 이들은 김포공항을 평양국제공항으로 꾸미고 허위 착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여객기와 승객을 구출하려 한다. 그러나 납치범들이 사태를 인지하면서 위기는 고조되고, 결국 일본 정부 측 부총리인 이시다 신이치가 인질과 승객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를 인질로 제안한다. 결국 기내·지상 모두 희생 없이 작전은 성공하고, 납치범들의 총기와 폭발물은 실제로는 위협용이었음이 드러난다.
감독의 전작 액션 씬들을 보면 특유의 리듬감이 장면을 맛깔나게 살린다. 불한당, 길복순, 사마귀 등. 전작은 대체로 호불호가 갈리는 액션물이었지만, <굿뉴스>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꽤 단순하다. 지루하지 않아서다. 영화 전반에는 감독이 가장 잘하는 리듬이 깔려있다. 관객에게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대극 특성상 리듬감 있는 전개는 일종의 모험이다. 자칫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따라가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을 살뜰히 챙기면서도 지루할 틈을 절대 주지 않는다. 소위 웨스 앤더슨식 전개. 그렇게 흔해 빠진 시대극이 아니라 새롭고 모험적인 시대극이 하나 탄생했다. 크레딧을 보면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영화관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홍경이 가진 큰 무기 중 하나는 목소리의 톤이다. 그의 대사는 더 슬퍼 보이고, 더 기뻐 보이고, 더 즐거워 보인다. 그런 그가 연기한 서고명은 누구보다 억울해 보이고, 그래서 재밌다. 블랙 코미디 장르에서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가 되는 '주인공의 억울함'을 아주 맛깔나게 잘 살렸다. 또한 명예와 도덕 사이에서 온갖 상상을 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볼 만하다.
아무개를 연기한 설경구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그가 수트를 벗고 등장한 것은 참 오래간만인데 역시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그는 극 내부와 외부, 그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전개의 핵심 축인데 그의 너스레와 넉살이 아니었다면 자연스러운 전개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류승범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류승범의 날뛰는 연기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더욱 반가웠다. 이젠 정치인 자리에 그가 없으면 왠지 심심할 정도다. 그의 존재만으로 장르적 특성은 강화되며, 볼 맛나는 영화가 된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속 각국의 관료들은 무능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저 웃길 뿐이다. 그저 웃길 뿐이다. 만약 관객의 화만 돋운다면 그건 잘 만든 블랙 코미디가 아니다. 관객들은 보는 내내 실소를 터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왠지 모를 분노에 휩싸인다. 그것이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다. 그리고 <굿뉴스>는 아주 잘 만든 블랙 코미디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극장에서 개봉했어도 잘 됐을 거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필자도 적극 동의한다. 이런 한국 영화가 스크린에 걸려야 한다.
<굿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