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 <어쩔수가없다>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럭키 데이 인 파리>가 개봉했다.
필자는 그의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아주 만족스럽게 보았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던 복도에서
문득 '고추잠자리'가 맴돌았다.
장과 만수가 겹쳐보이기 시작한 것.
왜 그랬을까?
두 영화의 공통점이라고는
'스릴러'라는 장르 뿐인데.
파리의 부유한 금융맨 장 포르니에와 그의 아내 파니 포르니에는 완벽해 보이는 부부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다.
유만수는 제지 산업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은 전문가이다. 그는 '다 이루었다'는 생각을 할 만큼 삶에 만족감을 가지고 있다. 아내,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만수는 돌연 해고 통보를 받는다. 그는 3개월 내 재취업하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면접을 보러 다니고, 마트 임시직으로 일하기도 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집을 팔아야 할 위기에 처하고, 자신이 가장 적합하다고 믿었던 경쟁사 '문 제지'에 찾아가 이력서를 들이밀지만 냉대와 굴욕을 당한다. 절박해진 만수는 스스로 결심한다.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하겠다고. 그는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극단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장의 아내인 파니는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알랭 오베르와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와의 대화에서 한동안 묵혀두었던 감정이 다시 일어난다. 자신을 향한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알랭에게 끌리는 파니. 둘은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다. 이에 의심을 품은 장은 사설 탐정을 고용하는데...
파니와 알랭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장은 알랭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전에 사업 파트너를 제거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그는 사람을 고용하여 알랭을 납치한 뒤 바다 한 가운데에 던져버린다. 파니는 알랭과 함께하기 위해 이혼하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알랭이 하루 아침에 연락도 없이 사라지자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장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딸의 변화를 마주하고, 장의 수상쩍은 과거를 듣게 된 그녀의 어머니 카밀 모로는 독자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쩌면 장이 알랭을 제거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의심을 품는다.
만수는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극단적인 계획을 세운다. 가짜 구인 광고로 유력한 경쟁자를 유인하고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그렇게 제지 전문가 범모와 시조를 차례로 제거한다. 그 과정에서 만수는 인간성과 윤리를 벗어버리고 살인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과거 성실했던 가장이었던 그는 이 체제 속에서 괴물처럼 변하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 자신의 삶도 붕괴 직전까지 가게 된다.
만수는 문 제지의 반장이었던 선출까지 제거하며, 목표했던 자리를 차지한다. 경쟁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가 원하던 위치에 앉는다. 그는 만족스럽고 기쁜 표정을 짓는다.
장은 카밀 모로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함께 사냥을 나간 뒤 그녀를 총으로 쏘고, 사고로 위장하려 했다. 그때 누군가 장을 쏜다. 그를 사슴으로 오인한 사고였다. 그렇게 장은 본인이 세웠던 계획과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장과 만수의 상황은 너무나 닮아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자리를 빼앗겼다.
만수는 일하던 회사에서 잘렸고,
장은 아내에게 버림을 받았다.
두 남자는 본래 자신의 것이었던 자리를 되찾기 위해
관련 인물을 하나씩 지워 나가고,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만수는 범모, 시조, 선출을 없애며
결국 원했던 자리에 도달한다.
장은 알랭을 처리하고, 카밀 모로까지 죽이고자 한다.
그러나 그는 사고로, 뜻밖의 죽음과 마주한다.
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는 구조에서,
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는 감정에서
출발하여 악에 도달했다.
발화점은 완전히 다르지만
살인이라는 같은 행위로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럭키 데이 인 뉴욕>을 보며
<어쩔수가없다>를 떠올렸다.
만약 장이 계획대로 카밀 모로를 죽이고
아내와의 관계까지 회복했다면
두 영화는 더욱 닮아 있었겠지만,
우디 앨런은 그런 결말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가 없다는
인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어
우리를 어디론가 밀어붙인다.
그곳이 구원일지, 파멸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