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grams (2003)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2003년에 발표한 "21그램"을 보았습니다. 문제적 작가 "기예르모 아리아가"와 같이 대본을 집필하였습니다. 이 영화 제목은 "21그램"입니다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보다 몇 백 배는 무겁습니다.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와 "어떻게든 인생은 굴러간다"로 요약되지만, 그 표현 방법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 "션 펜", "나오미 와츠", "베니치오 델 토로"는 서로 전혀 모르는 가정을 꾸리고 있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지독한 인연과 악연으로 연결됩니다. 정말 "지독합니다." 한 명 만 있어도 꽤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는 명배우 세 명이 한 영화에 들어와 있습니다. 게다가 조연도 "샤를로테 갱스부르 (제인 버킨의 딸이지요)"와 "멜리사 레오" 입니다. 즉, 이 영화는 연기에 관한한 최고의 베테랑이 갖춰진 작품입니다. 실제로 연기로 끝을 봅니다. 특히 "나오미 와츠"와 "베니치오 델 토로"는 거의 신들린 연기를 보여줘서 진짜로 영화보는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먼저 "션 펜"의 가족입니다. 동거녀는 "샤를로테 갱스부르". 션 펜은 심장의 상태가 너무 나빠서 이식을 받지 못하면 얼마 못 살 운명입니다. 동거녀는 죽기전에 꼭 임신을 해서 아이라도 갖게 해달라고 조릅니다. 또다른 가족은 "나오미 와츠" 가족 입니다. 남편은 건축가이고, 어여쁜 딸이 둘입니다. 어느날 아빠가 딸 둘을 데리고 집으로 오다가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나고 세 명 모두 세상을 뜹니다. 애 아빠가 죽기직전에 장기 기증 서약에 아내가 서명을 하고, 죽기직전의 그 심장은 "션 펜"의 가슴으로 이식됩니다. 마지막으로 "베니치오 델 토로" 가족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는 범행을 저지른 후 감방을 제 집처럼 드나들다가 나이먹고 정신차려 기독교에 남은 인생을 투신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직장에서 해고되고 상사와 맥주 한 잔 걸치고 "기독교 문구"가 가득 적힌 트럭을 몰고 집에 오다가 "나오미 와츠"의 가족을 차로 들이받는 일생일대의 사고를 칩니다. 이렇게 세 가족은 서로 연결이 됩니다. 이 세 가족중 "나오미 와츠"와 "베니치오 델 토로"가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모든 것을 잃었고, 하느님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오미 와츠"는 마약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가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합니다. "델 토로"는 자신은 이제 신도 버린 몸, 회개해도 소용없다며 가족을 등지고 세상으로 뛰쳐나가 절망의 수렁에서 죽을 결심만 합니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생깁니다. "션 펜" 입니다. 마지못해 동거녀를 임신시키기는 했어도 아빠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를 가까스로 살려준 심장 기증자에 대하여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리고 뒷조사를 하다가 "나오미 와츠"와 그녀의 엄청난 불행을 맞이하고, 그 불행의 댓가가 자신의 심장이라는 생각에 "나오미 와츠"를 돌보기로 하고 결국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문제는 그의 이식된 심장은 면역거부반응으로 역시 또다른 심장이 필요하다는 사실. "나오미 와츠" 대신에 가해자를 죽이기로 하고 총을 들고 "델 토로"를 찾아가 협박하지만 결국 죽이지는 못하고 돌아왔다가 심장발작으로 죽기 직전에 돌입하고, 그를 뒤쫒아온 "델 토로"는 "나오미 와츠"에게 흠씬 두들겨 맞다가 쓰러진 "션 펜"을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션 펜"은 세상을 뜹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남기고. "델 토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나오미 와츠"는 "션 펜"의 자식을 잉태합니다. 병원 침대위에서 "션 펜"은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사망하면서 똑같이 예외없이 "21그램"이 줄어드는데 그 "21그램"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냐리투"감독은 이 2시간 런닝타임의 영화를 거의 5분단위로 쪼개로 바닥에 흩어놓은 후 여기저기서 절묘하게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서로 이어 붙입니다. 그런데 그 이어붙여서 나온 결과물이 놀랍습니다. 줄거리가 워낙 힘이 넘쳐서 시간이 지날 수록 관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이 줄거리를 이렇게 해부하고 다시 이어붙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적어도 아카데미 주연상과 편집상이라도 주었어햐 하는데 아쉽네요.
이 세상을 뜨는 순간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난다는 "21그램"의 몸무게 감소. 우리는 이것을 "영혼의 무게"라고 합니다. 그러나 영혼의 무게가 겨우 21그램이라면 우리가 한 평생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그보다 400배, 500배는 큰 무게 입니다. 우리는 그 거대한 억눌림으로 힘겨워하며 평생을 보내다가 모두 털어버리고 "21그램"이라는 작은 무게로 훨훨 날아갑니다. 이 영화의 피날레에서 "나오미 와츠"는 자신의 인생을 외롭지 않게할 아이를 "션 펜"에게서 받고, "델 토로"는 용서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모두 다시 시작합니다. "션 펜"이 잃어버리게 될 "21그램"은 그래서 남겨진 두 사람이 새롭게 시작할 "희망"의 무게입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집니다. "21그램"은 정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