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cannot be cancelled (2021)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미술 평론가인 그의 친구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가 주고 받은 편지를 기반으로 젊은 시절부터 시작하여 어느덧 80세를 훌쩍 넘긴 호크니의 작품 활동을 찾아가는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술 애호가이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한 작가의 작품 활동을 쫓아가는 책이 얼마나 재미있겠나 하면서 완독을 자신없어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책에 가득 담겨진 따스한 파스텔톤이 주를 이루는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호크니라는 현대 거장이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해내면서 성찰하는 “인간과 자연”이 감명 깊었습니다. 이 책에는 시대와 사조를 가리지 않는 수많은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베토벤과 바그너와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호크니는 대단한 바그너 애호가 입니다), 그리고 플로베르와 프루스트 같은 당대 최고의 소설가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한 번 읽기도 힘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세 번이나 읽었다니 놀랍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흐, 마네, 모네, 페르메르, 루벤스, 그리고 그가 영웅으로 생각하는 피카소등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과 미술사조 등에 대하여 호크니의 생각과 해설이 너무나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대하고도 다방면에 걸친 분야의 주제에 대하여 두 작가의 깊이있는 해설을 읽는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르망디의 전원을 바라보는 호크니처럼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한 기분으로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호크니가 말하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성찰을 더 깊게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잡생각을 모두 내려놓고 이 노년의 대가가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어느덧 그걸 따라가고픈 생각이 가득해 집니다. 정신없고 햇빛도 없는 칙칙한 도시를 벗어나 노르망디의 넓고 푸른 평원과 자연속에서 한 장 한 장 보여주는 그가 바라보는 자연은 단순히 사진으로 바라보는 자연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의 생각중 가장 공감이 되는 것은 “사진은 기계가 바라본 것을 나타낸 것이지만, 그림은 우리가 눈으로 바라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진은 결국 픽셀의 조합이지만, 그림은 그 안에 움직임과 공간이 담겨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코로나로 고립된 상태에서 그것을 오히려 즐기며 자연과 호흡하는 그의 지칠줄 모르는 작품활동에 어느덧 경외감이 듭니다. 이제 호크니도 85세가 되었고, 코로나도 어느덧 과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정말 봄은 언제나 찾아옵니다.”
- 게이퍼드 : 호크니의 삶과 미술은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실제 시간속에서도 여전히 진화해 가고 있다.
- 호크니 : 훌륭한 미술가는 말년에 이르렀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은 영원히 새로운 작업을 하죠.
- 호크니 : 죽음의 원인은 탄생이죠.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월터 시커트 : 예술가는 한 조각의 부싯돌을 가지고 그것을 비틀어 장미유 방울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다.
- 프루스트 :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는 오직 일련의 서로 다른 순간의 이미지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 호크니 : 우리는 기억을 통해 본다.
- 피카소 : 나는 찾지 않는다. 다만 발견한다.
- 호크니 : 젊은 청년들이 이주해 들어올 수 없게 되면 도시는 죽습니다.
- 호크니 : 나는 항상 이 세계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늘 그렇게 말해 왔죠.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더한층 미쳐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