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pastoral (1997)
2018년에 작고한 필립 로스 (Philip Roth)에게 1998년도 퓰리처상을 안겨준 문제작 “미국의 목가 (American Pastoral)”를 읽었습니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 스테인”과 더불어 아메리칸 삼부작의 하나인 이 작품은 1, 2권 합해서 총 634 페이지나 되는 장편소설 입니다. 도전하기 쉽지 않은 분량입니다만, 일단 시작하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게다가 욕설이 난무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티의 상황이 전개됩니다.
때는 베트남 전쟁에 미국이 휘말려든 린든 존슨 및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재임하던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 입니다. 시작은 네이선 주커먼이라는 나이든 작가가 동창회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시작이 됩니다만,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도 모르게 주커먼이 소개하는 진짜 이야기로 빨려들어갑니다. 네이선 주커먼은 사실상 필립 로스 입니다. 장소는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로서 작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배경 묘사가 손에 잡힐듯 생생하고 정밀하기 그지없습니다. 이곳에 이민자 출신인 유대인 가족이 여성용 장갑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부유하게 살고 있습니다. 자식은 아들 둘을 두었는데, 그 중 장남인 시모어 스위드 레보브가 이 소설의 주인공 입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성실함과 자신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관리로 다양한 운동에서 스타플레이어가 되어 온동네에 유명세를 떨치다가 프로로 전향하지 않고 장남답게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사업을 번창시키고, 미스 뉴저지로 미스 아메리카에 출전할 정도의 미인인 아일랜드 출신 아내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외동딸이 하나 생깁니다.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서 미국이 허우적대고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터지면서 나라가 극심한 혼란의 상황으로 돌입합니다. 사방에서 온갖 반전운동과 참전을 막으려는 테러가 우후죽순으로 터지면서 그 여파가 시골의 레보브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외동딸인 메리가 그 영향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메리는 사실상 이 집안을 몰락으로 이끄는 모든 문제의 원천인데 말더듬이병을 앓고 있지만, 매우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입니다. 바로 이 외동딸이 반전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이 어린아이가 결국 테러리스트가 되어 반정부시위를 목적으로 폭탄을 터뜨려 4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집안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스위드는 어떻게 해서든 몰락에 저항하려고 하지만, 부질없습니다. 가족관계에도 균열이 생겨 하염없이 몰락하고 온갖 불신과 배신에 휩싸이며 붕괴 직전까지 돌진하고 회복하지 못한채 소설이 끝납니다.
이 소설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미명하에 베트남전이라는 수렁에 빠진 미국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와서 고생끝에 정착한 유대인이라는 비주류 이방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시대가 기다리고 있는가를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당시에 실제로 있었던 수많은 테러가 언급이 되고, 수 많은 등장인물간의 가식과 위선이 쉴 새 없이 충격적으로 등장하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전개가 피날레까지 이어져 소설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런 와중에도 주인공 스위드는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딸 메리가 비록 완전하지는 않고(말더듬이) 내부에서부터 썩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끝까지 완성시키고 싶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마지막 퍼즐조각이기 때문입니다. 다읽고 나면 정말 작품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퓰리처 상을 받고도 남는 작품입니다.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의 본질은 아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역사를 장기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는 사실 아주 갑작스러운 것이다.
어이 흰둥이, 미쳐버린 어떤 것이란 바로 미국의 역사야! 미 제국이라고! 체이스 맨해튼이고 제너럴 모터스고 스탠더드 오일이고 뉴어크 메이드 레더웨어라고! 승선을 축하해, 개 같은 자본가! 미국 때문에 x같이 희생당하는 인류에게 온 것을 환영해!
우리 모두 집이 있어요. 집은 항상 모든게 잘못되는 곳이죠.
질서를 만들던 낡은 체제는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그의 두려움과 놀라움뿐이다. 하지만 이제 어떤 것으로도 감추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