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995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로버트 제임스 월러"라는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입니다. 내용이 실화에 기반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비록 상은 거의 수상하지 못하고 노미네이트만 많이 되었지만,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크게 흥행한 작품에 들어갑니다. 원작 자체가 5,000 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초베스트셀러이므로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배우가 무려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입니다. 흥행에 필요한 모든게 마련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찍었을 때 "메릴 스트립"은 48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64세 였습니다. 즉, 중년도 아닌 장년층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프란체스카"에게는 17, 18세의 자식이 있었으니 얼추 나이도 배우의 나이와 맞습니다. "장년의 사랑 !". 남편도 있고, 자식도 둘이나 있는 여인이 어느날 사진작가와 4일간의 불같은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평생을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의 묘지의 옆자리가 아니라 단지 4일을 같이 보낸 남자와 저세상에서라도 같이 하고자 매장이 아니라 화장을 해서 연인의 곁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다는 사실이 얼핏 바로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두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빼어난 연출. 그리고 둘도 없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으로 "그럴 수도 있다"라는 타당성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는 장년의 나이에 결국 만나게 되는 "깊고 스산한 고독"을 극복하는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입니다.
때는 1960년대 초반. 집마다 전화기는 있고, TV는 흑백이며, 라디오가 주력인 시절입니다. 아이다호의 매디슨 카운티에서 "워커홀릭"인 농장주 남편과 아이 둘과 하루하루 무료한 인생을 살아가던 이탈리아 출신의 "프란체스카". 어느날 남편과 아이들이 일리노이주를 방문하느라 4일간 집을 비우게 되고, 홀로 남겨진 "프란체스카"의 앞에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킨케이드"가 나타납니다. 그는 잡지의 표지에 올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사진, 특히 다리위에 목재로 붉은 지붕이 얹어진 "로즈먼 다리"를 찍으려고 하고 있으나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의외로 "프란체스카"는 직접 "로버트"의 차에 동승하여 다리로 같이 갑니다. 차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가고 무료한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단비같은 신선함과 청량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을 같이하게 되고, 그가 돌아간 뒤에도 다정다감하기 그지없는 그가 자꾸만 보고싶어 집니다. 이런 그리움은 결국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그를 만나는 동력이 되고, 놀랍게도 순식간에 활활 타오릅니다. 사실 정말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의 차에 같이 동승하고, 갑자기 엄청 친해지며, 결국 잠자리까지 같이 하는게 불과 4일만에 가능한 일일까 생각도 되지만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하는 말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 오는거요"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날, 같이 워싱턴으로 가자는 "로버트"를 앞에두고 짐까지 꾸린 "프란체스카"가 결국 떠나지 못하면서 현실로 돌아옵니다. 다음날은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오고, 잠시 멈췄던 시간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읍내에 남편과 쇼핑을 나온 "프란체스카"는 비를 맞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로버트"를 차안에서 바라보며 "극한의 갈등"을 하게 됩니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 입니다. "프란체스카"가 운전석 옆좌석의 레버를 붙잡고 문을 끝까지 열지 못하는 장면은 실로 명장면 입니다. "메릴 스트립"외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사 하나도 없고, 오직 아름답고도 격정적인 음악이 두 사람의 감정을 보여주고, 이 "아름다운 불륜"이 결국 끝이 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돌아가신 엄마의 격정적이었던 인생의 한 순간을 이해한 두 자식에 의하여 "로즈먼 다리"에 뿌려집니다.
영화중에는 "러브 어페어"와 같이 음악이 특정 장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수시로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바로 그와 같이 음악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러브 어페어"에서도 피아노와 현악합주가 심금을 흔들어 놓듯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역시 피아노와 현악합주의 아름다운 앙상블이 영화음악의 힘을 느끼게 해줍니다. "러브 어페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똑같이 물어보는 질문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러브 어페어"에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나누던 대사 중 아네트 베닝의 대사 "모험을 해볼까요?" 우리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이어지기를 기대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