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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장 자크 아노

The name of the rose (1986)

by 인문학애호가

"장미의 이름"은 고품격의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 온 프랑스 출신의 거장 "장 자크 아노"의 1986년작 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당대의 위대한 철학자, 중세 전문가, 기호학 권위자 겸 소설가인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중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는 중세시대의 다양한 문헌이 등장하고, 그 문헌에는 읽기 어려운 글자와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움베르토 에코"는 그 책들이 모두 무엇인지 알고 있었을겁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워낙 방대한 지식을 보유한 작가였기 때문에 내용이 풍부하고 줄거리가 탄탄하며, 볼 때마다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에코"의 책을 영화로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영화로는 정신없이 2시간이 훌쩍 넘는 재미있는 영화인데 원작 소설은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훌륭하게 영화화 한 "장 자크 아노"감독이 대단하게 생각됩니다.


영화는 아래의 포스터의 등장인물만 알면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우선 수도원 이름은 "베네딕트 수도원" 입니다. 가운데는 윌리엄 수도사(숀 코너리)로서 청빈을 중요시 여기는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입니다. 왼쪽 맨 위는 교황청에서 보낸 이단 재판관 베르나르도 구이 수도사(머레이 에이브러햄), 그 아래는 곱추이면서 기괴한 외모에 지능이 낮은 살바토레 (론 펄먼). 그 아래는 서고를 관리하는 수도사, 오른쪽 맨 위는 서고의 부관리자인 베렌거 수도사, 그 아래의 장님은 노인인 호르헤 수도사, 맨 아래의 남녀 중 남자는 윌리엄 수도사의 제자이자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드조(크리스탄 슬레이터) 입니다.


이야기는 종교인의 청빈에 대하여 각 종파의 수도사들이 토론하고자 수도원에 모이기로 하는데, 그 중 프란치스코 수도사 윌리엄이 그의 제자 아드조와 같이 맨 먼저 도착했고, 하필 그 때 수도원에 연쇄 살인사건이 터지고 있습니다. 가장 총명한 수도사였던 윌리엄에게 그 조사를 의뢰하게 되고, 윌리엄은 사망자의 혀와 손가락에서 검은색의 독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독이 묻은 책을 읽고 죽게 되었다는 것을 간파합니다. 이제 그 책을 찾으러 아드조와 같이 몰래 서고에 들어갑니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눈이 먼 "호르헤" 수도사를 만납니다. 독이 묻은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 이었습니다. 호르헤 수도사는 이 책을 못 읽게 하려고, 혹은 읽은 자는 그 내용을 발설하지 못하게 하려고 책에 독을 묻혀 놓았던 것입니다. 결국 윌리엄에게 그 사실을 들킨 호르헤는 책을 들고 도망을 치다가 서고에 불을 내면서 같이 타죽고, 윌리엄과 아드조는 가까스로 책 몇 권을 가지고 탈출을 합니다. 그러나 이단 재판관은 살인 사건을 수도원에 몰래 들어오는 마을의 여자, 바보인 곱추, 그리고 타락한 수도사 한 명을 지명하고 화형을 선고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여자와 관계를 가진 아드조는 그녀가 무죄이니 살려달라고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고, 기도 덕분인지 화형이 거행되는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여인은 구조되고, 이단 재판관은 마을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가 죽게 됩니다. 모든 사건이 결국 이렇게 마무리 되고, 윌리엄과 아드조는 수도원을 떠납니다.


이 영화의 핵심. 즉, 살인 동기는 여러 피해자가 돌려 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 입니다. 이 책에는 웃음에 대한 내용(희극)이 들어 있는데, 호르헤 수도사는 웃음은 두려움을 몰아내서 신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은 사람을 모두 독살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곱추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도 웃지 않습니다. "중세"를 다루는 영화는 대체로 분위기가 칙칙하며 어둡고 스산하여 웃음이 자리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살인의 동기가 "웃음의 억제"라는 사실이 매우 독특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는 "희극"에 관한 내용은 "시학"에서 논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전해진 "시학"에는 없습니다. 즉, "시학"이라는 책이 더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두 권이 집필된 것으로 되어 있고, 2권은 소실되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바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설을 집필하였을 것입니다. 가난에 찌든 민중과, 온갖 부를 가로채며 수도원에 갖혀 지내는 수도사의 시대. 그런 시대를 "웃음"과 연결시킨 아이디어는 역시 움베르토 에코 답다고 할 것입니다.


-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라는 책은 국내에서는 그리스 고전 해설의 권위자인 "천병희"선생의 번역이 나와 있습니다.

- 시즌 오브 더 위치 : 마녀 호송단"이란 영화도 중세 시대와 관련이 있는 영화인데, 그 분위기는 아마도 "장미의 이름"에서 가져왔을 것입니다. 거의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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