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arewell to arms (1929)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걸작 중의 하나인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었습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책장에서 꺼내어 읽게 되었고 완전히 빠져들어 3일만에 끝을 보았습니다. 아마 얼마전에 본 영화 "헤밍웨이와 겔혼"에서 겔혼과 중국의 저우언라이가 영화화 된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여주인공인 "캐서린 바클리"역을 맡은 헐리웃 배우 "헬렌 헤이즈"의 캐스팅이 잘못되었다고 안타까워 하는 장면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서 읽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은 1929년에 발표되었고, 발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바로 영화화가 진행된 작품입니다. 아마도 제 1차 세계대전을 겪고 미래가 안보이는 독자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 작품이어서 그런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설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챕터는 명확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 "프레더릭 헨리"라는 미국인이 있습니다. 이태리 이름은 "페데리코 엔리케" 입니다. 그는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간의 전쟁에서 앰뷸런스를 이용하여 부상병을 수송하는 의료팀의 중위입니다. 군의관은 아닙니다. 제 1부에서 "헨리"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캐서린 바클리"라는 간호조무사(정식 간호사는 아닙니다)를 알게되고 바로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스스로 이런 호감이 아직은 사랑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근처의 군인을 상대하는 유곽의 여인과는 다른 일반인을 연인으로 둔다라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캐서린"도 약혼했던 남자가 일찍 죽고 "헨리"가 그 정신적 치유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얼마후 "헨리"는 전투현장에서 적이 쏜 박격포에 부상을 당하고, 치료를 위하여 "밀라노"의 신축 병원으로 후송되는데, 절묘하게 "캐서린"도 그곳의 간호사로 배정됩니다.
이제 2부가 시작되고 밀라노의 병원에서 "헨리"와 "캐서린"은 서로에게 푹 빠져들고 "헨리"가 다리 수술 후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애정행각을 지속합니다. 그러다가 "헨리"가 완치되고 다시 전장으로 떠나고 "캐서린"은 뒤에 남겨집니다.
3부가 되면 전장의 상황이 극도로 나빠져서 결국 전 사단이 전장을 버리고 퇴각을 하게 되고, "헨리"도 짐을 꾸려 앰블란스 운전병들과 전장을 떠납니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동시에 후퇴하는 바람에 조금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헨리"는 병장들과 다른 길로 접어들어 퇴각하다가 병사들은 적의 총에 맞아 사망하거나 다치고, "헨리"는 탈영한 장교로 오해되어 다른 장교들처럼 "즉결처분(총살)"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 때 "헨리"는 죽음을 피하기 위하여 호수로 뛰어들고 온갖 고생을 겪고 결국 탈출에 성공하여 가까스로 "캐서린"을 재회하게 됩니다. "캐서린"은 이미 "헨리"의 아이를 뱃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제 4부에 접어들면 "헨리"를 체포하기 위하여 뒤쫒는 군경찰을 피하기 위하여 "캐서린"과 보트를 타고 밤새 호수를 건너 인접한 스위스로 도망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다행히 둘은 스위스에 도착하여 이 호텔, 저 호텔을 전전하며 세월을 보냅니다.
제 5부에 접어들면 어느덧 이듬해가 되고 "캐서린"이 출산을 해야하는 시점에 놓입니다. 둘은 안면이 있는 의사에게 가게 되고 그곳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미 아이는 (아마도) 뱃속에서 죽어있는 상태였고, 그렇게 사망한 채로 몸 밖으로 나왔으며, 그 사실도 모르는 "캐서린"은 출산후에도 피가 멈추지 않아 결국 출산 후 몇 시간 만에 사망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자신의 전부인 가족 둘을 모두 잃은 "헨리"는 절망하여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갑니다.
4부와 5부에서 "헨리"와 "캐서린" 둘의 장면이 매우 길게 묘사되는데 지극히 행복하게 묘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계속 불안에 사로잡히며 읽게 됩니다. 왜냐하면 장소가 중립국인 스위스임에도 불구하고 군경찰이 "헨리"를 잡으러 오지는 않을까, 이렇게 정말 지루할 정도로 평화롭게 이야기가 끝날리가 없다, 분명히 무슨 일이 터져 다치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내와 아이를 잃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헨리"의 행복의 원천이 자신의 아내이기 때문에 아내의 죽음은 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행복을 꾸리는 "헨리"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은 셈입니다. 잔인한 세월입니다. "헨리"는 그의 인간미 넘치는 성격으로 인하여 많은 친구들을 두었고, 사병에게도 매우 존경 받는 장교로 나옵니다. 그와 정을 나누고, 같이 담배를 나눠 피고, 술을 마셨던 이 모든 사람들,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이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 호수에 뛰어들면서 인연이 끊어집니다. 그리고 "캐서린"과 연애하면서 만났던 주변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스위스로 도망가면서 그 인연이 모두 끊어집니다. 남은 것은 오직 "캐서린" 뿐입니다. 잔인한 세월은 바로 그 "헨리"의 마지막 인연을 빼앗으며 독자들에게 극도의 허무함을 선사합니다. 오래 여운이 남을 정도의 상처 깊은 "허무함" 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전쟁관련 이야기 하면 어느 한 쪽이 반대쪽의 진지를 빼앗거나 온갖 다양한 무기를 동원하여 격퇴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만 "무기여 잘 있거라"는 그런 살벌한 전투가 아닌 도대체 왜 이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반전"의 메시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같이 퇴각하던 사병의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장면, 퇴각을 탈영이라고 우기면서 "중령"급의 장교도 거침없이 총살해버리는 장면, 가까스로 살아남아 사복을 입고 사람들을 만나지만, 군인이 사복을 입고 다닌다하여 군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 전쟁은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 전부가 아니라, 그 전장 이면에서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그 일부분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꼼꼼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독자들이 이 소설에 열광한 이유가 결국 이 "비극"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 소설의 흡입력은 장난이 아닙니다. 소위 "하드보일드"스타일로 짧고 간략하면서 빠른 진행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다음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어떻게 이 암울한 상황을 뚫고 나갈까 하는 궁금증을 끊임없이 유발합니다. 내용도 걸작이지만, 글쓰기도 과연 "헤밍웨이다!"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