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arewell to arms (1932)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는 원작자 헤밍웨이가 살아 있던 1932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원작의 발표가 1929년이니 3년만에 영화화 된 것입니다. 이 작품은 "게리 쿠퍼"가 주연을 맡은 1932년작과 "록 허드슨"이 주연을 맡은 1957년작 뿐입니다. 헤밍웨이가 1961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아마도 두 작품 모두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영화 "헤밍웨이와 겔혼"을 보면 스페인 내전의 와중에도 극장에서 상영했던 이 작품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실제로 얘기 했는지는 모르지만..)
겔혼 : 봐요. 당신 영화에요
헤밍웨이 : 내 것 아니오.
겔혼 : 마음에 안들어요?
헤밍웨이 : 안 봤지만 엉망이라더군.
겔혼 : 맞아요. 헬렌 헤이즈는 캐서린 바클리랑 안 어울리죠
헤밍웨이 : 그래요?
겔혼 : 네.
헤밍웨이 : 다들 평론가라니까..
아마 헤밍웨이가 주연을 맡은 "게리 쿠퍼"와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에 보았겠지만, 나중에 둘은 이 영화에 대하여 절대로 언급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이 영화는 실제로 원작의 1/4 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전 소설"을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스타일로 변질시켰습니다. 절절한 로맨스에 여주인공이 결국에는 죽는 신파입니다. 물론 전쟁 소설이니만큼 폭격장면도 많이 있고, 이탈리아 군의 퇴각 장면도 있지만 그냥 성의를 보인것이라고 봅니다. 대본도 원작의 각 부분을 적당히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원작과 전개가 많이 다릅니다. 제가 헤밍웨이였어도 "엉망이 맞네"라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여주인공 캐스팅 문제, 즉 "헤밍웨이와 겔혼"에서 겔혼과 저우언라이가 똑같이 언급하는 "헬렌 헤이즈"를 "캐서린 바클리"로 잘못 캐스팅 한 문제에 대해서도 영화를 보면 동의하게 됩니다. 연기력의 폭이 매우 좁고, 감정 변화가 얼굴에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작품을 신파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리 쿠퍼"와 30cm 이상 키가 차이가 납니다. 입맞춤을 하려고 해도 여주인공을 들어 올려야 하는 촌극이 벌어집니다. 차라리 "그레타 가르보"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원작을 한참 왜곡한 영화이니만큼 찾아볼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대부분 클래식에서 가져왔습니다. 우선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오는 곡은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전쟁이라 그렇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인형극에 등장하는 음악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등장하는 피가로의 아리아 입니다.
이탈리아 군이 퇴각할 때, 헨리가 탈영하면서 도망갈 때 등장하는 음악은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의 후반부에서 천둥의 신 "도너"가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 입니다.
마지막으로 "캐서린"과 "헨리"가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때 등장하는 음악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마지막곡 사랑의 죽음 입니다. 대체로 적재적소에 유의미한 작품을 삽입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