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bie (2023)
이 영화는 아마도 2023년에 상영된 영화중 가장 창의적인 작품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대담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페미니스트"영화라고 하고, 실제로 그렇게 판단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단적으로 분류하기에는 내용이 충분히 깊이가 있고, 생각할거리도 정말 많은 "철학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성의 마초적인 특징이나, 가부장적인 특징, 여성위에 군림하려는 성향, 폭력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단순한 성향 등, 여성들이 싫어할 만한 남성의 특성이 모두 까발려지고 놀림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합니다만, 그런것들은 일종의 장치이고, "남성과 동등한 여성으로서의 자각"이 더 중요한 내용입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오마쥬로 시작하는데 기발한 아이디어 입니다. 또한 "바비랜드"의 묘사도 정말 꼼꼼하고 빈틈이 없어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영화 전반에 걸쳐 감독이 얼마나 심사숙고 했는지 놀라운 부분의 연속입니다. 코믹한 부분의 연출도 그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 입니다. 다만 영화 만들기는 요즘처럼 1, 2 초로 컷이 나뉘는 시대에 관객이 견디기 약간 어려울 정도로 장황한 부분도 있고, 교훈적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있어,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잘못 홍보한 탓도 있을 것이고, 이 영화를 보는 여자는 "페미니스트"라고 오해받을까봐 보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충분히 즐길거리도 많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많은 영화이라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점도 몇 가지 있는데, 우선 그레타 거윅 감독이 창의성은 정말 풍부하지만, 연출자로서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약간 겉돈다는 생각이 들고, 주연인 마고 로비의 연기도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습니다. 마고 로비는 전작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의 여주인공 연기가 진짜 백점짜리 연기 입니다. 이런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온갖 말도 안되는 히어로물과 액션물, 그리고 시퀄, 프리퀄 천지인 영화판에서 이렇게 오리지널 아이디어의 참신한 영화가 등장하고 큰 호응을 받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끝으로 남자 주인공을 너무 "라이언 고슬링"만을 띄우는것 같은데, 마블의 히어로물 "샹치"의 주인공 "시무 리우" 도 고슬링 만큼 대접 받아야 합니다. 자기 배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연기도 빼어납니다. 하여튼 오랜만에 꽤 괜찮은 풍자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