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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 조던 필

Nope (2022)

by 인문학애호가

어두운 밤에 말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것 같지만, 몸의 상처자국으로 볼 때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밤중도 아닙니다.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낮에 찍고 밤인것처럼 처리한 것입니다. 천재감독이 불리는 "조던 필" 감독의 세번째 작품 "놉"의 한 장면 입니다. "놉", 즉 NOPE 는 "No"의 의미가 아니라 "Not Of Planet Earth"의 약자 입니다. 즉, 이 영화는 외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헐리웃이 하도 마블과 DC의 블록버스터에 오랜 세월을 바치다보니 아이디어의 고갈이 현실화 되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번쩍이는 아이디어의 감독이 나타나니 다행입니다. 이 영화는 "UFO"와 "외계 생명체"와 관계가 있는 SF 호러물인데 그 전개나 연출이 참으로 독창적입니다. 물론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차례 다른 영화에서도 나온 것이고, 특히 "맷 리브스" 감독이 2008년에 연출한 독보적인 아이디어의 "클로버필드"에도 비슷한 컨셉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연출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클로버필드"가 뉴욕의 브루클린 근처의 도심에서 벌어지는 괴수의 이야기라면 "놉"은 캘리포니아의 LA 카운티에 위치한 "아구아 돌체" 협곡의 "말" 농장에서 벌어지는 사건 입니다. 광활한 평야에서 상상을 초월한 일이 벌어집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넓디 넓은 "말"농장이 나오고, 주인공인 "OJ 헤이우드 (다니엘 칼루야)"가 아버지의 지시로 말에게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얼마 후에 하늘에서 금속 물체들이 벼락같이 떨어지고, 동전에 머리를 맞은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구름속에 뭔가가 있습니다. 이어 여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 (키키 파머)"와 같이 영화에 등장할 말을 통제하기 위하여 스튜디오에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에서 말 때문에 소란이 벌어지고 "OJ"는 동생과 집으로 갑니다. 그 곳에는 서커스단 비슷한 단체가 진을 치고 있었고, 행사중의 하나는 말을 타고 카우보이가 밧줄쑈를 하는 것입니다. 이 서커스단의 사장은 "리키 주피터 박 (스티븐 연)"이고, 이 사장은 어렸을적에 TV 시트콤 (Gordy's Home)을 찍다가 흥분한 원숭이에게 자신을 빼고 등장인물들이 몰살당한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구아 돌체"협곡에서 주인공은 하늘에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구름의 뒷편에 "UFO"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해서 저작권을 확보하고 "오프라 윈프리"처럼 유명인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동생도 왔고 해서 본격적으로 지붕에 촬영장비 세팅을 시작합니다. 근처의 대형마트의 전기제품 담당사원인 "엔젤 토레스"를 불러다가 세팅을 시킵니다. 세팅을 하다가 그도 뭔가를 눈치채고 결국 세명이 힘을 합쳐 촬영 준비를 합니다. 어느날 "에메랄드"는 서커스단에 설치된 "모형 말"을 훔쳐 벌판 한 가운데에 설치하는데 한밤중에 구름위로 빨려들어갑니다. 그리고 얼마후 서커스단에서도 이 "UFO"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말을 쇠창살에 넣고 쑈를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헤이우드 남매와 "엔젤 토레스"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잠시후에 UFO가 나타나고 쇠창살의 말을 제외하고 그곳에 있던 관객과 단장을 모두 공중으로 빨아들입니다. (이 UFO는 자신을 바라보는 생명체만 빨아들입니다.) 이제 셋은 이 UFO가 사실 UFO가 아니라 지구의 생명체를 잡아먹는 "외계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상한 동영상만을 찍는 전문 카메라맨을 불러 본격적으로 동영상을 담을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자극을 받은 외계 생명체의 강력한 흡입으로 카메라맨도 빨려 들어가고 남겨진 세 명은 도망을 칩니다. 뒤에서는 이 외계 생명체가 쫒아오고, 결국 서커스장까지 쫒깁니다. 그곳에서 여동생이 기지를 발휘하여 거대한 인간 모양의 풍선을 외계 생명체가 삼키게 하고, 그 내부에서 풍선을 터뜨려 제압을 합니다.


이 영화는 곳곳에 넘치는 아이디어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줄거리가 기발하고, 연출도 신선하기 그지없습니다. UFO 혹은 외계 생명체의 표현도 참신합니다. 게다가 공포영화의 특징인 깜짝 놀래키는 장면도 있고, 원숭에 의한 살인도 있고, 어처구니 없게도 꽤 코믹합니다. 즉, 영화에 관객을 끌어당기는 요소들이 곳곳에 절묘하게 담겨 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흑인 영화감독은 "스파이크 리", "안톤 후쿠아", "스티브 맥퀸" 등이 있는데 "조던 필" 감독은 그들 못지않은 비상한 감각의 소유자 입니다. 앞으로 그의 작품이 기대됩니다.


이 영화의 촬영은 "크리스토퍼 놀런"의 전속 카메라감독이나 다름없는 "호이테 반 호이테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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