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lbilly Elegy (2020)
포스터에 한 성질하게 생긴 두 모녀가 있습니다. 의상으로 보아 중산층도 되지 않아보입니다. "힐빌리의 노래"의 "힐빌리"는 미국의 하층 백인 계층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원작을 명감독 "론 하워드"가 영화화 한 것으로 원작의 작가는 놀랍게도 현재 트럼프와 같이 국제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드는 부통령 "J.D.밴스" 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자서전 입니다. "J.D.밴스"는 아이비리그의 명문 예일대학의 로스쿨 출신으로 화려한 집안 출신일것 같지만, 사실은 미국 중부의 아이다호 지역에 위치한 "미들타운" 출신 입니다. 그리고 포스터의 왼쪽(글렌 클로스)이 외할머니이고, 오른쪽(에이미 애덤스)가 어머니 입니다. 미국의 부통령의 배경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여기 한 부부가 있습니다. 둘의 관계는 오래전에 사랑에서 증오로 변질되었고, 남편은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아내에게 엄청난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 아내가 바로 위의 할머니 입니다.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가할 때면 아이들은 뒤주 같은 곳에 숨어 울면서 빨리 이 괴로운 시간이 지나기를 기원합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아내는 남편의 몸에 불도 지르고, 그 광경을 보던 딸은 뛰쳐나와 아빠 몸위에 이불을 덮습니다. 이렇게 부부의 과격한 폭력을 보면서 자란 딸이 바로 포스터의 오른쪽 여인입니다.
세월이 지나 부부는 어느덧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고, 할아버지는 더이상 폭력을 쓸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 조용히 뒷방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든 세월을 견뎌낸 할머니는 실세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 집안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아닙니다. 그런 폭력 부모 하에서 성장한 딸은 완전히 막장의 여인이 되어 버립니다. 심각할 정도의 다혈질에 타인에 대한 피해의식과 거침없는 폭력의 행사, 아들과 딸을 낳았으나 양육에는 별로 관심없고 자신에게 무례하다 싶으면 바로 따귀가 올라갑니다. 이런 성격을 견딜 남자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남편하나 없이 이 남자 저 남자와 동거를 하며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합니다. 그런데 그것 조차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동료의 롤러 스케이트를 빌려타고 병원의 중환자실까지 휘젓고 다니다가 결국 해고됩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 합니다. 따라서 자기를 먹여살려주는 남자와 쉽게 부부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10대의 어린 아들(J.D.밴스)는 엄마를 따라 다니다 나쁜 물이 들기 시작하고 동네 폭력배와 몰려 다니게 됩니다. 집안이 막장으로 돌입합니다.
이제 이 집안은 어떻게 될까요. 할머니가 다시 나서기로 합니다. 할아버지가 죽고, 딸은 망나니가 되어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니 보다못해 할머니가 의지를 가지고 손자를 딸에게 뺏어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무료 식사를 나눠 먹으면서 손자를 강하게 키웁니다. 그리고 정신차린 그 손자는 예일대학 로스쿨에 들어갑니다.
어느날 J.D.밴스에게 하나뿐인 누나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엄마가 헤로인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니 빨리 오라고 합니다. 로스쿨 졸업생을 위한 법무법인 인턴 면접이 있어 잠깐 내려갔다 급히 돌아와야 합니다. "미들타운"의 병원에 도착해보니 병원에서 망나니 엄마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퇴원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갈데가 없습니다. 어쩔수 없이 요양시설에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마저 거부하고, 결국 모텔에 투숙하고 누나에게 어머니를 인계하고 다시 면접을 보러 갑니다. 이 과정에서 누나와의 대화를 통하여 왜 엄마가 이 상태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할머니와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살아냈으며, 엄마가 자신이 태어나서 유일하게 잘 한 일이 정상적인 자식 둘을 낳은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이제 아들은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엄마의 광기에 지긋지긋함을 느끼며 마지못해 내려와서, 결국 가족이 헤쳐온 그 힘들었던 시절을 이해하고, 붕괴된 가족을 회복하고자 할머니가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감사해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들어갑니다.
이 영화에서 포스터의 두 여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실로 놀랍습니다. 의지가 넘치는 강인한 여인을 연기하는 "글렌 클로스"와 완전히 망가진 다혈질의 폐인을 연기하는 "에이미 애덤스"의 놀라운 연기는 왜 두 여배우가 대배우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정말 놀라운 연기입니다. 이 둘의 연기 앙상블이 관객에게 불어넣는 감동의 스케일이 엄청납니다. 물론 "론 하워드"라는 걸출한 감독의 귀신같은 연출에 "한스 짐머"라는 거물급 영화음악 작곡가의 음악이 뒤를 받쳐주지만 두 여배우의 연기를 보노라면 다른 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J.D.밴스"라는 입지전적인 정치인의 가족사이지만, 늘어만 가는 가난한 "백인층"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파고 든 것이 바로 그 부분입니다. "J.D.밴스"가 부통령이 된 것도 그의 배경이 트럼프가 대통령에 되는데 꽤 유용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그런 사실을 뒤로하고, 이 영화는 매우 감동적이고 관객 모두에게 자신들의 가족을 한 번 뒤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잘 만든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