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 미셸 공드리

Eternal Sunshine (2004)

by 인문학애호가

이 영화를 보면서 "짐 캐리"라는 배우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짐 캐리"는 두 사람 입니다. 한 명은 "에이스 벤추라"나 "마스크", "덤 앤 더머", "그린치" 등의 완전 코미디에 최적화된 배우이고, 또 다른 한 명은 "트루먼 쇼"라는 충격적인 걸작을 찍고 또 이렇게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걸작에 등장하는 드라마에 최적화된 배우입니다. 이 두 종류의 배역이 한 명의 배우의 얼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가 비록 유명배우를 흉내내는 "스탠드 업" 코미디로 데뷔했고, 대체적으로 코미디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그가 가끔 출연하는 "멜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연기의 깊이는 정말 이 배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터널 선샤인". 대단한 각본가인 "찰리 카우프먼"과 풍부한 아이디어의 "미셸 공드리" 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이 작품은 "사랑의 기억" 혹은 "연애의 기억"에 관한 영화 입니다. 우리 인간은 100년 가까이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에 되지만, 우리 기억에 남는 것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어떤 기억은 왜곡되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조작되기도 합니다. 명확하지 않은 실제 기억은 역시 명확하지 않은 가짜 기억과 다를게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기억"을 뇌를 스캔하여 지우는 과정이 나옵니다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어마어마하게 기억을 소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소실된 기억이 가끔 특정한 계기에 의하여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튀어나온 기억이 소중해서 다시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기억의 소실"에 관한 것입니다.


어느날 잠에서 깬 "조엘 배리쉬 (짐 캐리)"는 출근하려고 나가다가 자신의 차 옆구리에 스크래치가 생긴 것을 보고 짜증을 내며 기차역에 도착해서 통근열차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몬토크(Montauk)'라는 곳으로 가서 해변을 거닐고 그 곳에서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클레멘타인 크루진스키 (케이트 윈슬렛)"를 만납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매우 적극적인 "클레멘타인"의 매력에 결국 둘의 연애기 시작됩니다. 그렇게 연애를 하다 잠시 뜸한 시간을 가진 후에 다시 그녀가 일하는 서점을 찾아갔을 때, 그녀는 그를 조금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라쿠나 (Lacuna)"라는 곳에서 그와 관련된 기억을 모두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충격을 받고 결국 자신도 그녀와의 기억을 모두 지우기로 결심하고, 그녀와 관련된 물건들을 모두 가져 옵니다. 이제 "라쿠나"에서는 헬멧 같은 장비를 준비하고, 그가 그 장비를 착용하고 하룻밤을 자는 동안 그 옆에서 "라쿠나" 직원인 "스탠 (마크 러팔로)"과 "패트릭 (일라이자 우드)"이 기억을 한 땀 한 땀 지워 나갑니다. 그런데 "패트릭"은 예전에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반해 그녀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다가 "조엘"이 가져온 그녀와의 온갖 기념품들과 기록물을 옳다구나 하면서 적극 활용합니다. 그리고 "스탠"도 같은 "라쿠나"의 직원인 "메리 (커스틴 던스트)"와 한창 연애중입니다. 헬멧을 쓰고 자면서 기억을 소실하고 있는 "조엘" 옆에서...


이제 "조엘"의 뇌에서 그와 "클레멘타인"이 공유했던 온갖 기억이 차근차근 소멸되기 시작합니다. 영화에서도 이 "기억의 소멸"을 연출하기 위하여 그의 기억을 구성하고 있던 사람, 물건, 환경 등을 실제로 삭제해 나갑니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백미 입니다. 매우 뛰어난 시각효과 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클레멘타인"과 함께했던 기억이 삭제되다가 "소멸"을 거부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즉, 어떤 기억은 절대로 지워지기 싫어 발버둥을 칩니다. "스탠"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 "라쿠나"의 창업자인 "하워드 박사 (톰 윌킨슨)"을 호출합니다. 그런데 "스탠"이 자리를 잠시 비웠을 때 "스탠"과 연애를 하던 "메리"가 갑자기 "하워드 박사"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합니다. "박사님을 사랑한다고". 이 때 하필 "하워드 박사"의 아내가 오게 되고, 자신의 남편과 직원의 애정행각을 보면서 "원래부터 그는 네것이었어"라고 하며 떠나버립니다.


결국 "메리"도 자신과 "하워드 박사"와의 기억을 모두 지운 것입니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동안 기억을 지워줬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긴 테이프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연인이었었다라는 기억을 상실한 채 친구로 다시 만나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이 "테이프"를 듣고 충격을 받지만 결국 자신들이 다시 만나는 상황을 보면서 둘의 관계가 "운명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줄거리가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만, 보면 볼수록 생각할 것이 많습니다. 특히 어떤 인연은 정말 운명적이어서 평생 그 기억이 보존된다는 것, 헤어지고 재회하고를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평생을 같이 동반자처럼 살아간다는 것, 수 십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기억 저장소에 살아 남은 온갖 추억들은 그래서 정말 운명적으로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영화 제목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에서 촛점을 잃은 마음(Spotless Mind)을 비추는 영원한 햇빗(Eternal Sunshine)은 바로 끝까지 살아남은 소중한 "추억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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