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ie conforme (2010)
이 영화는 이란 출신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감독의 2010년작으로 그 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줄리엣 비노쉬)"과 젊은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야 항상 믿고 보는 것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연기는 압도적입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순간적인 변화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연기는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
어느날 이태리의 토스카나 지역에서 영국의 수필가 "제임스 밀러"의 신작 "Certified Copy (인증받은 사본)"의 이태리 번역본 "Copia Conforme"의 발표회가 작가의 참석하에 진행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원본은 잊고, 잘 만든 복제품을 사라" 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플로렌스(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에서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그의 책을 선물용으로 6권이나 구매한 그의 찐팬 "엘르 (줄리엣 비노쉬)"가 참석하여 맨 앞 좌석에 앉습니다. 그런데 그의 말썽장이 아들이 자꾸 귀찮게 하는 바람에 결국 듣다가 나갑니다. 그리고 다음날 12시에 작가가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그녀의 차를 타고 같이 바람을 쐬기로 합니다. 9시까지 기차역에 가면 되므로 시간이 좀 남아 "엘르"가 "리 치뇨라"라는 지역으로 데리고 갑니다. "엘르"는 정말 흥분되는 일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고, 그것도 자신의 차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는 도중에 차 안에서 작가는 그녀가 구매한 6권의 책에 싸인을 해줍니다. 그리고 이동중에 그녀와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특히 그의 책의 주제인 원본과 사본의 가치에 대하여 다양한 예를 들어 논쟁을 합니다. 이제 목적지에 도착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1/3이 흘러갔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는 이제부터 입니다. 둘은 박물관에도 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어갑니다. 레스토랑 안에서도 둘은 계속 티격태격 말싸움을 합니다. 그런데 그 때 걸려온 아들의 전화로 "엘르"는 신경이 쓰입니다. 이어 작가도 전화를 받으러 잠시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는데 레스토랑의 주인이 갑자기 "엘르"에게 말을 겁니다.
주인 : "그래도 좋은 남편 입니다."
엘르 : "뭐라고요?"
주인 : "좋은 남편이라고요."
엘르 : "어떻게 아세요?"
주인 : "보면 알지."
이렇게 시작된 대화에서 "엘르"는 자신이 마치 작가의 진짜 아내인 것인양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결국 "혼자 살려고 결혼한게 아닌데요."라고 말합니다. 이제부터 이 영화는 현실로 들어온 판타지로 변합니다. 이렇게 주인이 작가를 "엘르"의 남편으로 생각했을 때, 작가가 들어왔고, "엘르"는 작가에게 주인이 둘을 부부로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오해하게 놔줬어요."라고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마치 "사실인양". 그리고 레스토랑을 나가서도 작가와 "엘르"의 대화는 실제 관계와 부부 관계의 대화를 계속 오고 갑니다. 관객은 이게 말이되나 하면서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그 이후에 진행되는 대화도 부부관계의 대화이고, 둘의 다툼도 남이 보기에는 부부싸움 입니다. 이제 둘은 진짜 부부인양 (일부러 의도한 게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남의 결혼식 들러리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동네 광장에서 지나가는 노부부로부터 "엘르"의 어깨에 손을 올려주면 부부관계가 좋아질거라는 충고도 받습니다. 둘은 다시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것 저것 토론을 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이 토론이 부부간의 토론으로 변해갑니다. 이제 관객도 헷갈립니다. 이 둘은 스스로를 진짜 부부로 생각하는걸까, 혹시 진짜 부부 아닌가?, 정말 연기가 맞는가? 둘의 대화가 1도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데. 그러다가 둘은 어느 작은 여관앞 계단에 도착합니다. (포스터의 사진이 바로 그 계단입니다.) 그리고 "엘르"는 들어가서 자기들이 15년전 결혼했고, 그 첫날밤을 이 여관에서 보냈다고 하면서 3층의 9번 방에 좀 들려도 될까요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도 둘은 여전히 (이제는 누가 보는것도 아닌데) 부부들의 대화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밖에서 저녁 8시 종이 울립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9시에 기차역에 가야 하는 것을 떠올리며 영화가 끝납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분명히 "뭐야?" 라고 먼저 말했을 겁니다. "둘이 진짜부부 아냐?", "원래 부부였었는데 헤어진것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관객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 순식간에 감정이 변하는 연기를 두 배우가 너무나 잘 해냈다는 얘기입니다. 영화의 원제가 "인증받은 사본"입니다. 이 제목이 작가의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둘의 관계에 대한 암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의 관계는 진짜 무엇일까요? 작가는 결국 9시에 기차역으로 갔을까요. 아니면 계속 "엘르"와 침대위에서 남편으로서 얘기를 나누었을까요?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고, 그만킄 다양하게 토론해 볼 수 있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대한 얘기도 해 볼 수 있는 영화 "원본은 잊고, 복제품을 사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