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 (2003)
2004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샤를리즈 테론"에게 여주주연상을 안겨준 이 영화는 그녀가 진정한 "연기파" 배우임을 온 천하에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여성 연쇄 살인마라는 희대의 캐릭터로 분한 그녀는 영화가 진행될 수록 관객이 경악을 하도록 만듭니다. 단 한 순간도, 단 한 구석도, 이 매춘부 연쇄살인마가 헐리웃의 미모순위에서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최고의 여배우라는 사실을 관객은 깨닫지 못합니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혀를 내두를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감독은 "원더우먼"으로 DC코믹스를 잠시나마 살렸던 "패티 젠킨스" 입니다. "샤를리즈 테론"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 감독이 그녀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옷 저옷을 입어보는 "에일린"이라는 이름의 어느 꼬마 여자아이에게 촛점이 맞춰진 작은 화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회고가 시작됩니다.
" 난 언제나 영화에 나오고 싶었어.
어렸을 때 난 언젠가는 대스타가 될 줄 알았어. 아니면 그냥 아름다운 여자라도.
TV에 나오는 예쁘고 돈 많은 그녀들처럼 말야.
그래, 나도 꿈이 많았어. 꽤 낭만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
언젠간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말야. "
누구나 다 어렸을 적에는 이랬던 적이 적어도 한 번은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 꿈들이 대부분 이뤄지지 않더라도 작은 화면에서 보여주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면서 건전하게 잘 성장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여자아이는 8살에 아빠 친구에게 강간당하고, 그것 때문에 아빠한테 두들겨 맞고, 13살이 되어 첫번째 임신을 하고, 그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입양을 시키는 험난한 경로로 인생이 나아갑니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의 자살과 더불어 동생들과 집에서 쫒겨납니다. 이제 가장인 그녀는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하여 "매춘"의 길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몰랐던 동생들이 어느날 이 사실을 알고 그녀를 내쫒아 버립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의 길로 접어든 그녀는 세상사는게 지겨워 술 한 잔하고 세상을 등지려고 Bar에 들렸다가 그 Bar에서 외톨이로 있는 "셀비 (크리스티나 리치)"라는 젊은 여성에게 붙잡힙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동성연애자"로 아는 줄 오해하고 화를 냈다가 그냥 "친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급격히 친해집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매춘부"라는 사실도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난생 처음으로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셀비"는 한 마디로 "제 밥값도 못하고 남에게 기생하며 사는 것에 익숙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에일린"에게는 짐승같은 남자들 뿐인 이 더러운 세상에서 자신을 좋아해주고, 자신도 애정을 바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셀비"는 아빠가 직장에 자리를 구해놓았다고 해도 그냥 가출해서 그녀와 동거를 시작합니다. 따라서 "셀비"를 먹여살리기 위하여 돈을 벌어야 합니다. 다른 돈버는 재주는 없습니다. 오직 "매춘" 뿐..
그러다가 폭력적인 남성에게 걸려 숲속에서 두들겨 맞고 기절합니다. 그리고 잠시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차에서 권총을 발견하고, 그 남성을 쏴죽입니다. 숲속에 유기되었으니 들키기도 어렵고, 잘되었다 싶어 그의 차를 몰고 "셀비"에게로 옵니다. 그런데 "셀비"는 이제 점점 "골치덩어리"로 변모해 갑니다. 자신 때문에 돈버느라 동거인이 고생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돈이 떨어졌다고 닥달하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에일린"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친구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여 또 나갑니다. 그리고 하나 둘, 자신을 겁탈하려는 남성들을 처단해 나갑니다.
어느날 둘은 놀이공원에 갔다가 대관람차를 보게 됩니다. 이 때 "에일린"은 자신이 어렸을 때 목격했던 네온사인 가득한 대관람차를 "몬스터"라고 불렀다고 회상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셀비"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에일린"을 버려둡니다. 이제 "셀비"는 자신이 운전해서 집에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앞마당에 차를 들이 받아버리고 경찰이 오면 곤란하므로 도망칩니다. "에일린"은 자신의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셀비"가 서운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돈을 뜯을 목적으로 숲속으로 나이든 남성을 유인해서 그곳에서 총으로 살해를 하는데, 하필 경찰입니다. 결국 "셀비"와 도망가기 위하여 차를 탈취하려고 또 아무 죄도 없는 노인을 죽입니다. 이제 그녀에게 살인은 일도 아닙니다. 현상수배가 내려지고, "셀비"를 고향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런데 얼마후에 "셀비"에게 전화가 옵니다. 그녀와 대화를 하는 도중, 아무래도 범행을 자백하는 쪽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경찰이 "셀비"의 옆에서 녹음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녀는 체포되고, 재판에서 "셀비"는 무관하다고 하면서 자신이 모든 죄를 짊어집니다. "에일린"은 결국 감옥에 투옥되고, 사형수로 12년을 복역하다가 2002년 10월 9일에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귀여웠던 꼬마 여자애가 성장하면서 어리석은 부모를 두고, 자신에게 해가 되는 사람만 계속 만나며, 수도 없이 배신당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계속하고, 결국 "생명의 가치"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도 없는 살인마가 되어 사형수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녀에게는 쓸모 있는 기회가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고, 쓰레기 같은 기회만 계속 던져지는지, 무엇이 그녀의 인생을 이렇게 허망하게 만들어 가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기회에 봉착하고,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인생의 조각을 이어 붙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는 정말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인가. 영화를 보면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배경이 필요하며 이런 것이 없이 배포만 크다거나 자신감만 넘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견디기 힘든 세상에서 버림받은 인생이 걸어가는 길을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단 한 번도 "에일린"이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놀라운 분장과 그에 걸맞는 뛰어난 연기.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지배한 아카데미 2004에서 단연 돋보이는 여우주연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