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Thief (2013)
중앙에 부녀로 보이는 한 쌍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고, 뒷쪽에는 책을 산더미만큼 태우고 있으며, 앞쪽에는 타다 남은 책이 흩날리고, 좌우의 건물에는 나치의 휘장이 내려와 있습니다. 1933년 나치당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는 독일인을 쇠뇌하기 위하여 "비독일인의 영혼을 정화시키자"라는 명목으로 책을 불태우자고 선동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의 대학을 시작으로 대규모의 "분서"가 시작이 됩니다(베를린 분서 사건). 책들은 위의 포스터와 같이 광장 한 가운데에 쌓이고, 주변의 주민을 모두 모아놓고 책을 던지면서 "지식의 유치함에서 자유를 얻고자 함입니다"라고 선동합니다. 영화 제목이 "책 도둑"인데, 정작 포스터에는 책이 태워지고 있습니다.
2013년에 독일-미국-영국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바로 인류의 지성을 수세기 뒤로 되돌리려 했던 이 어리석은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조명한 작품으로 "마르쿠스 주작 (Markus Zusak)" 이라는 독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영화는 구름위에서 나레이터의 해설로 시작되고, 어느덧 지상을 달리는 기차속으로 카메라가 들어가며 아들과 딸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 여인에게로 이동합니다. 이 나레이터는 "죽음의 신", 즉 "저승사자"입니다. 잠시후 어린 아들은 영양실조와 관리소홀로 바로 사망하고, 기차역 근처의 땅에 매장되며, 딸아이는 다른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됩니다. 공산주의자라는 미명으로 곧 사라질 엄마는 딸을 맡긴 후에 사라집니다. 새로 맞이한 부모 중 엄마는 아들을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아빠는 "Your Majesty (우리 공주님)" 하면서 아껴줍니다. 10살정도 되어 보이는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리즐" 입니다. "리즐"은 곧 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첫날부터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루디"라는 아이와 친해지지만,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로 나머지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새아빠는 "리즐"에게 책을 읽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녀에게는 죽은 남동생이 지니고 있던 책이 이미 한 권 있습니다. 책 제목은 "묘지관리인의 지침서". "리즐"과 새아빠는 이 책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하고, "리즐"은 어느새 독서에 푹 빠져듭니다. 그런데 얼마후 바로 "베를린 분서 사건"이 터지고, "리즐"이 사는 동네의 광장에도 산더미 만큼의 책이 쌓여서 불타오릅니다. 모든 책이 불타고,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 남은 "리즐"은 타다 남은 책을 한 권 찾아냅니다. 바로 영국의 문호인 H. G. 웰즈의 "투명인간" 입니다. 그런데 이 광경을 차를 타고 지나가던 시장과 그의 아내가 목격합니다.
얼마 안있어, 새아빠가 군복무할 때 목숨을 걸고 지켜준 전우의 아들이 부상을 입고 "리즐"의 집으로 피신합니다. 이름은 "맥스". 그는 "리즐"의 침대 옆의 침대에서 병간호를 받고 있는데 손에 책을 한 권 들고 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인 "Mein Kampf (나의 투쟁)" 입니다. 어느날 "리즐"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시장부부의 세탁물을 돌려주려고 시장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한쪽 방에 책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됩니다. 분서 사건에서 "리즐"이 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눈치 챈 시장부인은 그 서재의 주인이었던 자식을 잃고 낙담하던 차에 책들에 관심을 보이는 "리즐"에게 언제든 와서 책을 읽어도 된다고 합니다.
한 편, 부상에서 약간 호전된 "맥스"는 "리즐"에게 책을 마음으로 읽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맥스"는 "Mein Kampf"의 모든 페이지를 하얗게 페인트 칠 한 후에 "리즐"에게 일기장으로 쓰라고 줍니다. 그런데 얼마 후, 시장댁에서 책을 읽는 현장을 시장에게 들키고, 바로 쫒겨납니다. 고정 세탁일감이 하나 줄어든 사실을 안 새엄마는 이제 끼니를 세끼에서 두끼로 줄여야 할 만큼 상황이 안좋다고 합니다. "리즐"은 비록 쫒겨나기는 했지만 독서를 중단할 생각이 없습니다. 과감히 시장의 집의 창문으로 잠입하고 책을 훔쳐서 나옵니다. 그러다가 "루디"에게 들키는데, 자신은 절도가 아니라 빌린거라고 합니다. 둘이 같이 집으로 오다가 "프랭크"라는 악동에게 들키고, "누군가를 숨기고 있지?"하면서 고발하겠다고 협박 합니다. 정말로 얼마후에 모든 집의 지하실을 뒤지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리즐"의 집에도 찾아오지만 가까스로 넘어갑니다.
"맥스"의 병은 다행히 호전되고 이제 가족을 위해서라도 떠나야 합니다. 다시 유대인 색출이 시작되고 "리즐"의 이웃집 아저씨가 끌려갑니다. 그 광경을 보던 새아빠가 항의하다가 이름이 적히고, 얼마뒤에 "징집"통지서가 날아옵니다. 노인에 가까운 새아빠는 결국 기차를 타고 떠나고, "연합군의 대공습"이 시작됩니다. 동네사람들과 참호에 숨은 "리즐"은 이야기를 지어내어 분위기를 완화시킵니다. 얼마후, 징집되었던 새아빠는 군용트럭에 폭탄이 떨어지는 바람에 고막이 터지고, 의가사 제대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다시 대규모의 공습이 시작되고, 안심하고 있던 "리즐"의 집에도 폭탄이 떨어집니다. 지하실에서 책을 보다가 잠든 "리즐"은 다행이 살지만, 부모는 모두 사망합니다. 그리고 이웃집에 살던 절친 "루디"마저도 사망합니다. 절망에 빠진 "리즐" 앞에 시장부부가 나타나고 "리즐"은 시장부인의 품에 안깁니다. 2년이 지난후, 독일은 미국의 군정하에 놓이게 되고, "리즐"이 일하는 세탁소에 "맥스"가 나타나 재회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90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리즐"의 방을 카메라가 훑으며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으로 끝이 납니다.
"그녀는 삶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 준 몇 안되는 영혼 중 하나였습니다."
이와 같이 나치 치하에서는 독일인 조차도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라는 내용을 담은 영화는 더 있습니다. 거의 같은 해에 TV용 3부작으로 제작되었다가 극장용으로 편집, 상영되어 많은 찬사를 받은 "포화속의 우정 (영어명 Generation War, 독일어명 Unsere Mütter, unsere Väter)도 같은 맥락의 영화입니다. 이와 같은 영화는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이 영화의 제작에 하필 독일이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2차대전을 일으키고 "히틀러"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나라에서 자신의 국민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너무 비난하지 말고 용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듯이 읽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포화속의 우정"은 걸작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애매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포화속의 우정"이 젊은 5명의 친구들의 이야기인 반면, "책 도둑"은 주인공이 10살 남짓 된 여자아이 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남동생이 죽고, 친어머니는 사라지며, 얼마 안있어 자신에게 책 읽는 것을 알려준 "맥스"도 떠나고, 결국은 새부모와 하나 뿐이었던 절친마저 세상을 떠나는 비극의 중심에 어린 여자아이가 놓입니다. 이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결국 사람이 전부인데, 그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혼자만 남습니다. 이 사실에서 전쟁 비극이 극대화 됩니다. 즉, 독일 내부에서의 비극이 제재이지만, 내용은 강한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비록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깊이있는 연기와 주연 "리즐", 그리고 친구 "주디"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오히려 더욱 강한 "평화"의 메시지를 불러 일으키는 좋은 영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