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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 - 쟝 피에르 주네

Amelie (2001)

by 인문학애호가

"아멜리에"는 배우 "오드리 토투"가 원맨쇼를 하는 프랑스 산 코미디 영화 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아멜리"가 맞습니다. 영화에서도 계속 "아멜리"라고 부릅니다. 영화제목이 세글자이면 흥행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틀린걸 알고도 이런 황당한 일을 벌입니다. 그리고 원제는 "아멜리 풀랑의 멋진 운명(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 입니다. "오드리 토투"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론 하워드" 감독의 흥행작 "다빈치 코드"였습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메로빙거 왕조"의 마지막 자손인 "소피 느뵈"로 나와서 시종일관 심각한 연기를 펼칩니다. "아멜리에"는 "다빈치 코드"보다 5년전의 작품으로 그녀가 아직 헐리웃에 데뷔하기 전입니다. "다빈치 코드"에서 그렇게 심각했던 그녀가 "아멜리에"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 입니다. 시종일관 팡팡 터지고, 끝도 없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프랑스 코미디는 사실 좀 독특해서 한 편의 영화에 삽입된 코믹한 포인트 전부를 우리가 바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편으로는 정말 엉뚱하고, 한 편으로는 독특하며, 또한 정말 기발합니다." 그리고 코믹한 포인트가 코믹해서가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어 웃길때도 많습니다. "아멜리에"도 마찬가지로 프랑스 코믹 영화의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황당함, 속사포처럼 뿜어대는 대화, 순간적인 카메라 이동, 딱 그대로 모두 들어 있습니다. 거기에 걸작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에일리언 4"를 연출한 "쟝 주네"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니 걸작 코미디 영화가 탄생합니다. 우선 포스터를 보면 초록색이 배경이고, 빨간색과 검정색, 그리고 흰 피부가 눈에 확들어오는, 강렬하게 대비되는 색채감이 딱 "쟝 주네"감독 스타일 입니다. 또한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줌인, 줌아웃의 효과적인 사용, 과감한 클로즈업등이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처음 30분 정도는 프랑스 영화 특유의 빠른 캐릭터 설정 때문에 약간 산만한 느낌이 들지만, 그 이후에는 피날레까지 관객의 혼을 빼놓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흥행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쟝 주네"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쟝 주네" 감독은 이 영화의 큰 흥행에 힘입어 3년후에 "오드리 토투"와 "인게이지먼트"라는 다소 진지한 영화를 발표합니다만, 실패했습니다. "오드리 토투"의 매력은 코미디에서만이 제대로 발휘됩니다.


"아멜리 풀랑"이라는 이름의 카페 웨이트리스가 있습니다. 취미는 별것 없습니다. 특이하다면 "물제비"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심장병이 있다는 잘못된 판정을 받고 학교를 안가고 집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엄마는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나오다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에 깔려 즉사하고, 아빠에게 카메라를 선물로 받아서 찍다가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에 있게 되는데 그 사고가 "아멜리" 때문이라는 모함을 받고 억울하여 자신을 모함한 아저씨의 옥상에서 TV 안테나를 끼웠다, 해체했다 하면서 복수를 하는 야무진 꼬마였습니다. 그러다가 커서 여성 4명으로 구성된 카페에서 웨이트리스 역할을 하면서 동료 아주머니를 단골 아저씨(도미닉 피뇽)와 짝지어 주는 등 눈치 100단의 인물이기도 합니다만, 정작 자신은 연애도 한 번 못해봤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마룻바닥의 구석에서 오래된 철제상자를 하나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꼬마 남자애가 수집했던 것이 분명해 보이는 "굿즈"들로 가득해서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마음을 먹고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기필코 장년이 된 주인을 찾아줍니다. 그리고 그 장년의 아저씨의 눈에서 흐르는 감동의 눈물을 보고 "선행"을 베푸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를 깨닫습니다. 그러다가 "즉석사진기"의 바닥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니노(마티유 카쇼비츠)"의 곁을 지나게 되고, 그가 뭘 찾고 있는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업치락 뒤치락 하다가, 그가 "즉석사진기"이용객이 사진을 찍었다가 맘에 안들어 버린 사진 조각을 찾아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처럼 서로 이어붙여 앨범을 만드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상 잘생긴 "니노"는 사실 포르노샾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고, 주말에는 놀이공원에서 해골귀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멜리"는 "니노"와 어떻게 해서든 엮어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결정적일 때 자신감 부족으로 망설입니다. 그러나 결국 같은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는 화가 할아버지의 충고로 결심을 하고, 결국 그와 맺어집니다. 줄거리를 이렇게 쓰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어처구니 없음"과 "황당함"으로 얽히고 설킨 줄거리가 시종일관 관객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아멜리에"에서 카페의 웨이트리스와 연애를 해보고자 단골로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죠셉"을 연기하는 키작은 아저씨 "도미닉 피뇽"은 "쟝 주네"감독이 믿고 캐스팅하는 배우로 "델리카트슨 사람들"에도 나왔고, "에일리언 4"에도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주옥같은 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실패한 작가, 실패한 인생, 나는 '실패'라는 말을 사랑해. 실패는 인간에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야. 실패는 우리에게 인생이 단지 미완성된 원고일 뿐이라고, 또 결코 상연되지 않을 쇼를 위한 긴 리허설일 뿐이라는 걸 가르쳐주지." - 카페의 단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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