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ethe ! (2010)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괴테는 23살의 나이에 유럽의 유명인사가 된다.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청년층에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젊은이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
2010년에 발표된 이 한 편의 동화같은 독일 영화 "괴테 !"는 바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초기 히트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탄생 배경에 관한 영화 입니다. 18세기 독일. 즉 "질풍노도"의 시대를 관통하는 이 시대에 법률가 아버지를 둔 머리좋은 청년 괴테는 법과대학에서 박사학위 심사 대기중이지만, 머리속에 든 법률 지식은 얼마 없습니다. 당연히 심사에서 떨어지고, 아버지는 로맨스 소설이나 읽고 다니고,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 문학도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시 발표회에 참석하여 어색하기 짝이 없는 시가 낭독되는 "가식"으로 가득찬 현장을 보면서 안타까워 하고, 첫번째 희곡인 "괴츠 폰 베를리힝겐"을 출판사에 보내지만 당연히 출판거절을 당합니다. 보다못한 아버지는 결국 그를 친구인 고등법원장에게 견습생으로 보냅니다.
법원에 온 "괴테"는 검사(혹은 변호사)인 "알프레드"의 견습생이 되고, 룸메이트 "빌헬름 예루살렘"을 알게 됩니다. "알프레드"는 그를 혹사 시키지만, 그는 불평없이 견뎌냅니다. 그러다가 친구와 댄스파티에 참석을 하게 되는데 "샤를로테 (줄여서 로테)"라는 미모의 아가씨와 충돌하여 윗옷에 와인을 쏟게 됩니다. 다음날, 두 젊은 견습생은 술에 쩔어 출근도 안하고 침대에 곯아떨어져 있고, 화가난 "알프레드"는 더 많은 일을 던집니다. 하루종일 일을 하던 두 단짝은 근처의 교회에서 들리는 찬송가 소리에 끌려 하던일을 멈추가 교회를 방문하게 되고, 거기에서 독창을 하는 "로테"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제 "괴테"는 "로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소에 하필이면 "알프레드"가 나타나고, "로테"의 아버지는 그와 "로테"를 결혼시키기 위하여 둘을 주선합니다. 무려 8남매나 되고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아버지와 어렵사리 집안을 이끌고 가는 그녀에게 "알프레드"는 너무나 좋은 배우자감 입니다. 게다가 "알프레드"도 그녀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일을 모두 마친 "괴테"와 "예루살렘"은 말을 타고 "로테"의 집을 방문하여 가족과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이제 두 연인 사이에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누가 먼저 상대편에게 편지를 쓰는가로. 결국 버티다가 참지 못하고 둘은 상대편의 거주지를 향하여 말을 몰고, 결국 비오는 들판에서 만나 오후를 보냅니다. 집으로 돌아온 두 연인은 감기에 걸려 몸져 눕고, "알프레드"가 "로테"에게 병문안을 오고, 의사를 보냅니다. 한 편, "예루살렘"은 우연히 뒷모습이 "로테'를 닮은 여인을 따라갔다가 아름다운 유부녀를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집니다. 이제 "로테"에게 푹빠진 "알프레드"는 "로테"의 아버지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하고, 그녀가 "괴테"의 연인인 것도 모르고, "괴테"에게 연애 상담을 요청하며, 멋진 문구를 하나 부탁합니다. 괴테는 "결혼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곳이오"라는 명문을 지어줍니다. "알프레드"는 이 명문에 감동받은 "로테"에게 결국 약혼 반지를 끼워주게 됩니다.
이제 "로테"는 "괴테"에게 자신은 약혼하였으니 더이상 만나지 말자는 편지를 보내지만, "괴테"는 미쳐 편지를 수령하지 못하고, 그날밤 그녀의 집으로 선물을 들고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녀의 집에서는 이미 "알프레드"와 "로테"의 약혼을 기념하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고, 집으로 들어온 "괴테"를 보면서 "알프레드"는 둘의 관계를 바로 눈치 챕니다. 한편 "예루살렘"이 사랑에 빠진 유부녀는 결국 남편을 택하고, "예루살렘"은 절망에 빠져, "로테"에게 차인 "괴테"와 시장 바닥의 파티에서 질펀하게 놀다가 들어옵니다. 침대에서 골아떨어진 "괴테"가 잠에서 깨었을 때, 앞에는 총알을 장전하고 있는 "예루살렘"이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살을 택합니다. 사무실에 출근한 "괴테"는 "알프레드"를 만나게 되고, 동료의 죽음에 조금의 애도도 표하지 않는 그와 결국 결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서로 한 발씩 쏘는 순간 경찰이 나타나 "불법 결투" 혐의로 체포되고 "괴테"는 구치소에 갖히게 됩니다. 이 곳에서 "괴테"는 간수에게 종이와 펜을 요청하고, "일필휘지"로 소설을 한 편 써내려 갑니다. 제목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원고는 "로테"에게 전달되고, 앉은 자리에서 완독을 한 "로테"는 구치소로 "괴테"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에게 분명하게 말합니다. 당신의 재능을 이런 촌구석에서 8명이나 되는 식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자신과 같은 여인에게 낭비하지 말라고. "로테"가 나간 뒤에, "괴테"는 "예루살렘"처럼 권총 자살을 준비합니다만, 결국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6개월 후에 "괴테"의 아버지는 그를 구치소에서 꺼내 자신의 비서로 아들을 프랑크푸르트로 데리고 갑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의 서점 앞에 엄청난 인파가 책을 구하려고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곧 그 책이 바로 자신이 쓴 책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아버지도 아들의 재능이 결국 "문학"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격려합니다. 이 책은 "로테"가 간직했다가 출판업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이 책 한 권으로 어느덧 그는 독일 문학의 총아로 도약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매우 아름답습니다. 영상도 아름답고, 음악도 아름다우며, 무엇보다도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아주 빼어납니다. "로테"를 연기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 "미리암 슈타인"의 청순한 매력과, 젊은 혈기와 재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괴테"를 연기하는 "알렉산더 펠링"의 연기가 빼어난 호흡을 이룹니다. 두 배우의 연기에 1시간 40분의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흡입력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거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 자체 입니다. 즉, 이 단편소설은 "괴테" 자신의 이야기 입니다. 소설에는 당시의 여러 사회적 관심 사항들과 "자살"에 대한 종교계의 비정함도 묘사되어 있지만, 영화에는 그런 부분 보다는 당시의 상황을 차분히 훑어 나가고 있습니다.
"괴테!"를 보다 보면 분위기가 "제인 오스틴"의 영화와 꽤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느낌은 비단 화면의 색감이나 당시의 도시의 형태등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괴테"와 "제인 오스틴"은 26년밖에 나이차이가 안나는 사실상 같은 시대의 작가나 다름 없습니다. 아마도 "제인 오스틴"은 분명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정부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괴테"가 감정의 동요로 자살하는 주인공을 그렸다면, "제인 오스틴"은 그것을 이겨내는 성숙함을 그려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20대 초반의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당시 유럽의 수많은 젊은이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에서 이 소설의 내용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도발적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로테"역의 "미리암 슈타인"과 "예루살렘"역의 "폴커 브루흐"는 3년후에 2차대전 영화인 "포화속의 우정"에서 다시 주연급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둘은 실제로도 연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