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ame Bovary (1991)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연기하고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연출로 1991년에 발표된, 영문학사상 가장 지독한 불륜 이야기인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보았습니다. 이 작품도 몇 번 영화화 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2014년에도 "미아 와시코우스카"의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 이자벨 위페르는 1953년생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그녀가 38세일 때 촬영된 것입니다. 즉, 젊고 생기 넘치는 보바리 부인을 연기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습니다. 연기의 귀재이므로 연기에는 불만이 없으나 영화가 시작되면서 부터 얼굴에 드러나는 주름살은 "미스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배역이 불륜으로 넋이나간 여인인데, 이자벨 위페르는 너무 지성미가 넘칩니다. 이 역시 적응이 안됩니다. 차라리 2살 어린 같은 이자벨인 "이자벨 아자니"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남자에 눈이 멀어 남편이 지척에 있는데도 서슴치 않고 애인을 만나러 갈때마다 바뀌는 눈부신 드레스 입니다. 무려 30년전 의상들인데 한 벌 한 벌 정말 멋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1991년도 "보바리 부인"은 원작에 매우 가깝기는 하지만 나중에 보바리 부인의 남편이 되는 "샤를 보바리"의 어린 시절과 의사시험에 합격하여 개업을 하고, 자신 보다 나이가 많은 여인과 결혼을 하고, 아내와의 불화로 사별하고 홀로남게 되기까지의 내용을 삭제해 버리고 바로 프랑스 촌구석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엠마 루오"에서 시작됩니다. 어느날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고 의사인 "샤를 보바리"가 치료차 왔다가 촌구석에 사는 여인치고는 미모가 매우 출중하고 세련된 "엠마"에게 사로잡히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 당시의 결혼은 연애 결혼이 아니라 그냥 부모가 하라면 해야하는 시대입니다. 하물며 의사라면 무조건 입니다. 영화에는 안나오지만, 문제는 "샤를 보바리"가 꽤 찌질한 사람이고, 남자로서의 매력은 털끝만치도 없는 호구라는 사실입니다. 허영심에 사로잡힌 "엠마"에게 이 결혼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촌구석 생활이 지겨워진 "엠마 보바리"는 도시로 가서 개원하라고 남편을 꼬득이고 "샤를"은 기꺼이 이사를 갑니다. 그러나 이사한 곳 역시 거기가 거기인 촌동네인지라 크게 낙심하다가 같은 동네의 잘생긴 젊은이 "레옹" 에게 마음을 뺏기고 결국 "불륜인생"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레옹"과는 서먹하게 끝나고 아쉬워하던 차에 동네 파티에서 그녀의 마음 상태를 알아본 바람둥이 귀족 "로돌프"와 두번째 불륜이 시작됩니다. 이 불륜에서 보바리 부인은 완전히 정신을 놓고 마음껏 남자에게 매달리며, 실컷 불륜의 재미를 보았으나 유부녀이기 때문에 덜컥 겁이난 로돌프는 결국 편지 한 장은 남기고 도망갑니다. 완전히 낙심한 보바리 부인은 이 모든 문제를 매력 없는 남편과의 결혼으로 돌립니다. "샤를"은 그녀를 달래려고 "루앙"으로 데리고 가서 오페라를 보다가 그 곳에서 우연히 "레옹"을 다시 만나게 되고, 놀랍게도 그녀에게 휴가를 주고 병원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보바리 부인은 못다한 "레옹"과의 진짜 연애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두 명의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면서 "샤를"이 모은 재산을 전부 탕진하고 사채업자 "뢰레"의 꼬임에 빠져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폭망으로 들어갑니다. 빚이 무려 8000 프랑이 되면서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고, 그녀는 자신과 염문을 뿌린 두 남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리려고 동분서주 합니다만 결국 실패합니다. 이제 선택지는 하나 뿐입니다. 남편에게 약을 공급하는 약국에 잠입한 보바리 부인은 그 곳에서 독약인 "비소"를 들이키고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 앞에서 보란듯이 숨을 거둡니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남편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없습니다. 이어 남편 "샤를"도 아내의 연애편지들을 확인하고 화병으로 죽게되고, 하나뿐인 어린 딸 "베르트"는 공장의 노동자가 됩니다. 이렇게 한 여인의 불륜이 빚어낸 참상으로 영화가 막을 내립니다.
"불륜"이라는 부분만 보자면 세상에 둘도 없는 악녀 입니다만,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닙니다. 한창 타오를 20대에 시골 촌구석에서 아무런 할 일도 없이 아버지 시중이나 들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며, 좋아해서 결혼 한것도 아니니 남자에게 느끼는 애정도 없고, 넘치는 혈기를 감당할 방법도 없습니다. 도대체 이런 지루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어떻게, 그리고 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녀에게 "남자"는 그 무료한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단비같은 존재이고, 자신이 인생을 살아야 하는 "명분"을 제공합니다. 요즘처럼 주변에 시간을 보낼 오락거리가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주변에 오직 "사람" 뿐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미모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충만하다면 정말 이런 답답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이 불륜을 저질렀다 하여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불륜이 정당화 되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