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nows of Kilimanjaro (1952)
"킬리만자로는 해발 6000미터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이 산의 서쪽 봉우리 가까이에는 바짝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하나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이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다."
1952년에 발표된 "헨리 킹" 감독 연출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입니다. 그런데 원작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본 사람이 나중에 원작을 읽는다면, 이 영화에서 원작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즉, 거의 대부분의 줄거리가 각색을 한 "케이시 로빈슨"의 창작물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줄거리는 마치 "헤밍웨이"가 대본 전체를 작성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고, 게다가 매우 잘 쓴 고전 로맨스 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을 줍니다. 대본이 매우 문학적이미 낭만적 입니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수준의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헤밍웨이"가 관람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불만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헨리 킹" 감독은 이 영화를 발표하고 5년뒤인 1957년에 "헤밍웨이"의 초기 장편소설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연출합니다. 그런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보다는 이 "킬리만자로의 눈"이 좀 더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프리카 케냐의 평야에 캠프가 만들어져 있고, 목재 소파에 "해리 스트리트 (그레고리 펙)"이 누워서 죽네 사네 하고 있습니다. 옆에는 아내인 "헬렌 (수전 헤이워드)"이 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해리"는 한 때 잘나갔던 베스트셀러 작가로 본인의 의지로 아내와 함께 케냐로 여행을 왔습니다. 그가 누워있는 자리로부터 저 멀리 눈 덮인 거대한 "킬리만자로 산"이 펼쳐져 있습니다. "해리"는 사냥을 나갔다가 나무의 가시에 찔렸는데 초기 치료를 하지 않아 일종의 "파상풍"으로 다리가 썩어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 앞에서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고 계속 떠들어댑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아내에게 해줍니다. 이게 사실상 원작 소설의 전부 입니다.
원작에 등장하는 그의 과거의 이야기는 일종의 성장담에 가깝지만, 영화에는 판이하게 다른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제부터는 "헤밍웨이"가 아니라 각색을 한 "케이시 로빈슨"의 작품입니다. "해리"는 한 때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였다가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 위하여 파리에 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어느날 친구와 춤을 추고 있는 "신시아 그린 (에바 가드너)"를 만나게 되고, 한 눈에 반해버린 끝에 결국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첫번째 소설 "읽어버린 세대"가 출판이 채택되어 괜찮은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해리"는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면서 집은 그냥 두고 아내와 계속적인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 첫번째 여행지가 바로 아프리카 케냐 입니다. 이곳에서 그는 아내는 버려둔채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찾아 다닙니다. 아내는 지칩니다. 파리로 돌아온 "해리"는 또다른 여행을 계획하는데 아내는 임신한 상태입니다. 집에 안주하고픈 "신시아"는 "해리"와 다투게 되고, 결국 유산을 하게 되며, 아내의 임신사실을 몰랐던 "해리"는 분노합니다. 그러나 결국 둘은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서 투우 경기를 관람합니다. 이곳에서도 "신시아"는 이제 여행 그만하고 돌아가자고 하지만 "해리"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결국 "신시아"는 그의 곁을 떠납니다.
"신시아"가 떠난 이후에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승승장구하는 "해리"에게 두번째 연인이 생깁니다. "리즈"라는 백작부인 겸 화가 입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신시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는 "신시아"가 스페인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편지를 쓰며, "신시아"도 그에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리려고 편지를 쓰지만 "리즈"가 편지를 가로챕니다. 그리고 그가 보는 앞에서 찢어 버립니다. 분노한 "해리"는 그 자리에서 짐을 싸고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그러나 스페인은 한창 내전중이었고,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내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신시아"가 군용트럭을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지만, 겨우 찾아낸 그녀는 폭격에 의하여 파괴된 트럭에 깔린 상태였고,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자신 때문에 그녀가 죽었다고 죄책감을 느끼는 그는 주변에 비슷한 여성만 지나가도 따라가는데, 어느날 파리에서 "신시아"와 매우 비슷한 뒷모습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도 "신시아"는 아니었고, 바로 "헬렌"이었습니다. 남편과 이혼한 "헬렌"은 금새 "해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은 아프리카의 케냐로 여행을 오게 된 것입니다. 그는 하필 왜 아프리카로 다시 왔을까요. 원작에서는 "해리"는 결국 사망합니다만, 영화에서는 "헬렌"의 정성어린 간호로 목숨을 건집니다.
파리가 등장하고 스페인 내전이 등장하며,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 입니다. 즉, "해리"는 바로 "헤밍웨이" 자신 입니다. 작색을 한 "케이시 로빈슨"은 이 작품이 결국 "헤밍웨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대본을 썼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창작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작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에 대하여 좌절하는 작가의 심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앞부분에 "킬리만자로의 서쪽 정상에서 죽어있는 표범"은 바로 "헤밍웨이" 자신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정상에 올랐으나 그 정상에서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지 못하여 방황하는 "작가"가 바로 "킬리만자로의 표범" 입니다. 표범이 그 높은 산 정상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창작의 고통"에 처한 작가의 고민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히치콕" 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사이코" 등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버나드 허먼"으로,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해리"와 "신시아"의 연애장면에서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줍니다.
영화에서 "해리"의 첫번째 소설 제목인 "잃어버린 세대"는 "거트루드 슈타인"이 당시의 세대를 바라보며 "헤밍웨이"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머리말에 적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