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i Driver (1976)
이 영화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려 발버둥치는 어느 외로운 젊은이의 이야기 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트래비스"를 연기하는 "로버트 드니로"가 얼굴로 표현해 내는 "페이소스" 가득한 깊은 고독은 이 고독이 결코 이 영화의 주인공의 것만은 아닌 현대인 모두에게 내재한 것임을 공감하게 합니다. 심각한 표정, 웃는 표정, 즐거운 표정, 뚱한 표정. 이런 수많은 다양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지만 놀랍게도 모두 결국은 감상자에게 고독의 아픔을 남깁니다. 영화가 발표된 1976년을 한참지나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에도 26세의 택시 운전사 "트래비스"가 느끼는 그 힘든 인생의 무게는 여전합니다.
해병대를 제대한 26세의 "트래비스 비클"은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어차피 오지 않는 잠을 견디느니 한밤중에 운행하는 택시를 몰아보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왜 "택시"일까요. 택시는 매우 제한된 공간이고, 운전자의 옆이나 뒷좌석에 처음보는 누군가가 탑승해 있고, 차가 운행하는 동안은 어쩔수 없이 운전자와 뭐라도 얘기를 나누거나 조용히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독에 찌들어 있는 "트래비스"에게 이런 공간은 누군가와 무슨 얘기라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동시에 창문 밖의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트래비스"는 택시 회사와 계약할 때 "할렘"가도 갈 수 있다고 하고, 흑인도 태울 수 있다고 하면서, 대신 최대한 오랫동안 운전을 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즉, 자신의 인생을 "택시"에 맡겨본 것입니다. 심야에 운행을 하던 "트래비스"는 창밖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쓰레기는 밤에 쏟아져 나온다. 매춘부, 깡패, 남창, 호모, 게이, 마약 중독자 등등. 인간 말종들이다. 언젠가 저런 쓰레기를 씻어내버릴 비가 쏟아질 것이다."
때는 대통령 선거기간. 대통령을 목표로 한 상원의원 "챨스 팰런타인"의 캠페인 사무소를 지나던 "트래비스"는 그곳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벳시 (시빌 쉐퍼드)"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인생인 "택시"에서 잠시 일탈하여 과감히 그녀에게 대쉬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에게 반한 "벳시"도 마음을 열고 그와 식사도 같이하고 이야기도 나누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날 야간 운행을 하던 "트래비스"는 우연히도 대통련 선거에 나가는 "팰런타인"후보를 태우게 되고, 자신의 속마음을 말합니다. 도시에 쓰레기 같은 인간이 너무 많다. 다 쓸어버려야 한다고. 살짝 당황한 "팰런타인"은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트래비스"는 자신이 "팰런타인"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하고 찜찜한 "팰런타인"을 내려줍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매우 어려보이는 매춘부가 포주로 부터 도망치려고 "트래비스"의 택시에 올라타려는 걸 포주가 다시 설득해서 끌어내립니다.
이제 "트래비스"와 "벳시"는 매우 친해져서 영화도 같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가고싶다는 생각에 그만 "포르노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가 바로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차입니다.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흑인과 바람난 아내를 감시하려는 손님을 태웁니다. 이 손님은 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직접 연기합니다. 연기 엄청 잘합니다. 집에 돌아와 TV를 통해 "팰런타인"의 인터뷰를 보던 "트래비스"는 불현듯 자신도 뭔가 직접 해보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불법 무기거래상에게 다량의 권총을 구매합니다. 왜 1정이 아닌 다량을 구매했을까요. 각종 쓰레기들을 모두 싹쓸이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이런 쓰레기인간에겐 이런 총으로, 저런 쓰레기인간에게는 또 저런 총으로.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몸에 이리저리 장착을 합니다.
다음날 그는 "팰런타인" 유세 장소에 얼쩡거립니다. 그러다가 또다시 어린 매춘부 "아이리스 (조디 포스터)"를 보게 되고, 그녀와 얘기를 해보려는 생각에 포주 "스포트(하비 카이텔)"에게 허락을 받고 그녀와 여관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여관방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같은 패거리에게 10달러를 지불하고 드디어 그녀와 대화를 나눕니다. 너무 어리니 집에 가라. 내가 구해줄께. 그리고 다음날 그녀를 레스토랑에서 만나 또다시 설득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스포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제 "트래비스"는 작정을 했습니다. 머리를 "스킨헤드"처럼 한 가운데만 한 줄로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밀어버리고, 말로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대통령이 목적인 "팰런타인"에게 실망해서 해치우려다가 들켜 도망을 칩니다. 그리고 도로에서 다시 "스포트"를 만나 총알을 한 방 먹이고, "아이리스"를 찾아 여관으로 갔다가 입구를 지키는 패거리도 사살해 버립니다. 그러나 뒤따라온 "스포트"에게 자신도 목에 한 방 맞고 기절합니다.
얼마 후, 그는 병상에 있고, 언론에 의하여 매춘부 뒤를 봐주는 갱단을 소탕한 영웅이 되고, "아이리스"의 부모에게서 감사의 편지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도 회복하여 다시 "택시"를 운전합니다. 어느날 "벳시"가 택시에 타게 되고, 그는 더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녀를 목적지에 내려주고, 요금도 받지 않고 가버립니다.
이 영화는 흥미로운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우선 이 영화의 음악은 작곡가 존 윌리엄즈나 존 배리, 대니 엘프먼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히치콕" 감독의 전속 작곡가나 다름 없었던 "버나드 허먼"의 마지막 작품 입니다. 끈적끈적하고 퇴페적인 밤거리를 색소폰 소리 가득한 곡들로 채워 가는데 더이상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딱 맞는 곡들을 펼쳐놓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아카데미 작곡상 후보에까지 오릅니다. 또하나는 촬영입니다. 택시 안쪽에서 앞유리를 통하여 내다보는 창밖의 모습을 마치 "뮤직 비디오"처럼 촬영을 하여 그런 어지럽고도 동시에 매우 고독한 밤거리를 바라보는 "트래비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영화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갑니다. 실로 감탄스럽습니다.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 4개 부문에 후보를 올리지만, 수상은 하지 못하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합니다. 하여튼 "마틴 스콜세지"의 미국에 대한 삐딱한 시선은 항상 오스카상을 비켜가지만, 그래도 역시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작품을 찍을 수 있을까 하며 독보적인 명장이라는 사실 만큼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