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in the rain (1952)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아카데미 상은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으나, 현재는 헐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195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한 해 전에 발표된 명감독 "빈센트 미넬리"의 걸작 "파리의 아메리카인"의 성공에 힘입어, 같은 스타일로 또 한 편 만들어보자는 제작자 "아서 프리드"가 "파리의 아메리카인"의 주연이었던 "진 켈리"와 "샤레이드"의 "스탠리 도넌"에게 연출을 맡겨서 완성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두 작품은 스타일이 매우 비슷합니다. 일단 인트로에서 크레딧이 올라갈때 뒷면의 4각형 배경이 기울어져 있는 것도 유사합니다.
사실 이 두 영화는 당시의 소위 "미넬리" 스타일로 완성된 걸작으로 똑같이 영화 후반에 대규모의 댄스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리의 아메리카인"은 작곡가 "죠지 거쉬인"의 관현악곡을 배경음악으로 쓴 것이지만, "사랑은 비를 타고"는 "아서 프리드"가 알던 곡들을 재활용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 켈리"가 비를 맞으며 촬영한 "Singing in the rain"을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이미 다른 배우들과 가수들이 돌아가며 불렀던 히트곡 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들어간 다른 곡들 중에서 오직 이 영화를 위해 작곡된 곡은 딱 2곡,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가 발음 연습을 하면서 부르는 "Moses Supposes"와 "도널드 오코너"가 앞부분에서 화려한 댄스와 함께 부르는 "Make them laugh" 뿐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 영화의 프리미어가 열리고 그 영화의 두 주인공인 "돈 록우드 (진 켈리)"와 "리나 라몽 (진 헤이건)", 그리고 음악 담당인 "코스모 브라운 (도널드 오코너)"가 인터뷰를 합니다. 여기서 "돈 록우드"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회상하는데 이 장면에서 "코스모 브라운"과의 듀오 공연, 차가 고장나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가 "돈 록우드"가 팬들에게서 도망가려고 지나가는 전차에 올라타는 장면, "코스모 브라운"이 "Make them laugh"를 정신없는 댄스와 더불어 부르는 장면 등은 모두 무성영화 시대의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영화의 슬랩 스틱 장면에 "버스터 키튼"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프리미어가 끝나고 열리는 파티에서는 짧은 단편 영화가 한 편 상영되는데, 바로 사람의 목소리가 영상에 입혀진 영상, 즉 유성영화 입니다. 그리고 이어 바로 "캐시 셀던 (데비 레이놀즈)"와 무용수가 거대한 케익에서 나와 노래를 하고 춤을 춥니다. 이 장면, 즉 짧은 유성영화가 상영되고 그 옆에서 무용수가 노래와 춤을 추는 장면은 유성영화의 꽃이 "뮤지컬"이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이어 "버라이어티"지에 헐리웃에 유성영화가 도입되었음을 알리고, 남자 가수 1명과 다수의 여자 무용수가 춤을 추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것은 당시의 흑백 뮤지컬 스타일로 명배우 "프레드 아스테어" 가 무용수들과 노래하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이제 "진 켈리"는 잠시 헤어졌던 "데비 레이놀즈"를 만나서 영화사의 촬영 세트를 구경시켜주며 노래와 춤을 추는데, 바로 이 장면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에서 오마주 한 장면으로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LA가 보이는 언덕에서 춤을 추는 장면입니다.
이제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여 배우들의 음성이 녹음되는 현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아직 마이크를 작게 만드는 기술이 없어 거대한 마이크를 감추기 위하여 화단에 설치하거나 여배우의 드레스 속에 감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도저히 음량 조절도 안되고, 여배우의 심장박동이 녹음되며, 말과 입모양이 싱크가 안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결국 이 유성영화는 완전히 실패하고, 이를 통하여 제작자는 "후시녹음" 즉, 영화를 다 찍고 뒤에 다시 음성을 입히는 "더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실패한 영화를 모두 수정하여 다시 상영하기로 하고, "진 켈리, 데비 레이놀즈, 도널드 오코너" 세 사람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 때 "Good Morning"이라는 명곡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전설의 장면, 즉 "진 켈리"가 "Singing in the rain"을 부릅니다. "진 켈리"는 이 장면을 찍을 때 39도가 넘는 고열로 고생을 하면서도 기필코 성공을 시켜 영화 예술에 대한 그의 집념을 보여줍니다.
이제 빽빽거리는 목소리의 "리나 라몽"의 목소리를 두고 볼 수가 없어 "데비 레이놀즈"가 더빙을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줄거리도 많이 수정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바로 "빈센트 미넬리" 스타일의 대규모 집단 댄스장면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당대 최고의 댄스 배우인 "시드 샤리스"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초록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여 "진 켈리"와 환상적인 무용을 보여줍니다. 이 대단하고 영화예술의 극치인 "브로드웨이" 장면이 끝나고 흑백의 영화에 더빙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아주 잠깐 "리나 라몽"을 연기하는 "진 헤이건"의 진짜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그녀가 빽빽거리는 목소리를 내지만 사실 원래 "진 헤이건"의 목소리는 매우 중후하고 묵직한 아름다운 목소리 입니다.
이제 "리나 라몽"의 악행이 시작됩니다. 즉 "캐시 셀던 (데비 레이놀즈)"를 영원히 자신의 더빙배우로 만드는 것입니다. 수정된 영화의 프리미어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영화속 목소리와 자신의 목소리를 착각한 "리나 라몽"은 관객 앞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겠다고 합니다. 물론 뒤에서 "캐시 셀던"이 진짜로 노래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제작자와 "진 켈리" 그리고 "도널드 오코너"가 무대를 올려 앞의 "리나 라몽"과 뒷쪽은 "캐시 셀던"이 동시에 무대에 등자하게 되고, 관객은 폭소를 터뜨립니다. 이렇게 빌런은 물러나고 두 남녀는 사랑의 키스를 하며 영화가 끝납니다.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1952년 유성영화 입니다. 즉, 이 영화도 "후시녹음" 입니다.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고 다시 모여 영상에 맞춰 목소리를 다시 녹음 했습니다. 심지어는 탭댄스 마저도 모두 다시 레코딩 된 것입니다. 이 때, 각 배우들의 목소리는 진짜로 그 배우의 목소리 일까요? 아닙니다. 적어도 "데비 레이놀즈"는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이 영화에서 직접 부른 곡은 케익에서 튀어나올 때 부른 노래와, 비오는 밤에 방안에서 "진 켈리", "도널드 오코너"와 부른 "Good Morning" 두 곡 입니다. 즉, 그녀가 마지막에 "리나 라몽"의 뒤에서 "Singing in the rain"을 부를 때, 그녀 역시도 다른 가수("베티 노이스")가 더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은 이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특히 "진 켈리"는 자신의 영혼을 갈아넣었으며, 그 결과가 헐리웃 영화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칭호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