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문 - 리처드 링클레이터

Blue Moon (2025)

by 인문학애호가

포스터에 남녀 한 쌍이 있습니다. 왼쪽은 "서브스턴스"로 대박을 친 배우 "마거릿 퀄리" 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오른쪽의 대머리 아저씨는? 150 m 도 안되는 작은 키에 큰 머리, 알콜 중독자에 담배보다 시거를 즐기는 이 사람은 놀랍게도 성격파 미남배우 "에단 호크"가 연기한 브로드웨이의 거물 작사가 "로렌츠 하트" 입니다. "에단 호크"가 자신과 완전히 다른 외모의 "로렌츠 하트"를 연기하여 화제가 되었고 금년도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인데, 그 배역이 하필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라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이 무려 "리처드 링클레이터"입니다.


"로렌츠 하트"라는 인물을 언급하려면 20세기의 브로드웨이와 스크린의 빅히트 뮤지컬 작품의 음악을 담당했던 헐리웃 뮤지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멜로디 메이커인 "리처드 로저스"를 언급해야 합니다. 그와 작업을 같이 했던 작사가 2명 있는데, 한 명이 "사운드 오브 뮤직", "오클라호마"를 비롯한 다수의 히트작으로 유명한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이고, 다른 한 명이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에게 작사가 자리를 빼앗긴 "로렌츠 하트" 입니다. "래리 하트"라고도 부릅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세 명의 예술가와 관련된 작품이고, 특히 "로렌츠 하트"의 말년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영화에 세 명이 모두 등장하고, 외모 컴플렉스로 결혼도 못하고 이용만 당하는 47세의 "로렌츠 하트"가 마지막으로 호감을 보였던 작사가 지망생인 21세의 예일대 출신 "엘리자베스 웨일랜드"가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로렌츠 하트"와 "엘리자베스 웨일랜드"가 주고 받은 편지를 각색하여 만든 작품 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술에 잔뜩 취해서 비내리는 뒷 골목을 걸어가는 "로렌츠 하트"를 보여주고 그가 결국 빗속에 쓰러지고 병원에서 숨졌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어 1943년 3월 31에 열린 뮤지컬 "오클라호마"의 초연 공연장이 등장합니다. 공연을 보던 "로렌츠 하트"는 자리를 옮겨 "오클라호마" 공연진의 파티가 열리는, 자신이 단골인 사디 레스토랑 (Sardi's Restaurant)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곳이 이 영화의 주무대이고 영화의 나머지가 모두 이 레스토랑에서 진행이 됩니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카메라가 레스토랑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마 이 곳에서 영화가 끝나나?"하는 의심이 현실이 됩니다. 사실 다른 장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레스토랑에서 "로렌츠 하트"가 보여주는 엄청난 분량의 대사와 온갖 표현들은 그의 본질을 모두 보여주며, 그의 인생이 결국 어떻게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완벽히 드러냅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뮤지컬의 걸작을 같이 만들어 낸 "리처드 로저스"에게 냉대를 받고 작사가 자리 마저 뺏긴 원인은 모두 "로렌츠 하트"에게 있습니다. 알콜 중독으로 매일밤 4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11시나 되어 깨워서 가까스로 일어나고, 작업하는 도중에도 15분을 넘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파트너. 아무리 작사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파트너를 견뎌줄 작곡가는 없습니다. 결국 작사가를 교체합니다만, 그렇다고 "리처드 로저스"가 "로렌츠 하트"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현재의 성공이 "로렌츠 하트" 덕분임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 작품으로 기존의 작품 "코네티컷 양키"를 리바이벌하고 거기에 들어갈 곡의 가사를 "로렌츠 하트"에게 요청합니다. "로렌츠 하트"는 알았다고, 자기가 하겠다고 합니다 (실제로 5곡의 가사를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그의 머리속에는 다른 작품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 자기와 자기가 사랑에 빠진 "엘리자베스 웨일랜드"를 주연으로 한 "마르코 폴로" 입니다. "리처드 로저스"가 받아줄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무려 자신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엘리자베스 웨일랜드"의 성공을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녀는 레스토랑에서 "리처드 로저스"와 같이 파티장으로 갑니다. 그리고 뒤에 남겨진 "로렌츠 하트"는 그의 유일한 벗인 바텐더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매력적인 동료에 비하여 볼품없는 외모를 가졌던 헐리웃의 위대한 작사가의 말로가 안타깝게 끝나지만, 그래도 그의 주변의 평범하지만 그를 인정해주었던 친구들 때문에 힘든 인생을 버텨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는 레스토랑의 전속 피아니스트에 의하여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한 수도 없는 명곡들이 배경음악으로 계속 등장합니다. 달콤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피아노 연주에는 가사가 없습니다. 그는 결국 평생 "리처드 로저스"의 그늘에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중간쯤에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스티브"라는 이름의 아이를 하나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로렌츠 하트"의 작품을 그저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의 정식 이름은 "스티븐 손트하임", 즉,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작사가 입니다.


극 중에서 "엘리자베스 웨일랜드"가 자신의 친구라면서 "예일대" 대학생을 한 명 소개하는데, 이름이 "조지 힐" 입니다. 정식 이름은 "조지 로이 힐". "스팅"과 "내일을 향해 쏴라"의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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