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Westen nichts Neues (1928)
"개선문"으로 유명한 독일 출신의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Erich Maria Remarque)의 초기 걸작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미 1930년, 1979년에 2번 영화화 되었고, 2022년에 또다시 영화화 되어 공개되었습니다. 저도 당시에 이 영화를 보고 감명 받아서 원작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엄청난 사상자를 낸 1차대전의 전장에 불과 18세때 끌려갔던 작가의 전기소설이나 다름 없습니다.
"파울 보이머"라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년이 교장의 꼬임과 선동에 의하여 같은 학교 학생들과 10주간 훈련을 마치고 피바다가 된 전장에 그냥 내던져집니다. 운좋으면 살고, 운나쁘면 2, 3일 안에 시체가 되는 지옥의 참호속으로 총 한 자루 손에 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싸늘한 시체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자신도 전사하면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처참한 현장을 상부에 보고하는 보고서에는 "서부 전선 이상 없음"이라는 문장 하나만 기록됩니다. 전장의 참혹함, 수많은 젊은이의 의미없는 죽음, 대지의 처절한 파괴등은 모두 "이상 없음"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정말로 담담하게, 그러나 상상을 하게 되는 순간 팔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처참함 외에는 떠올릴 것이 없는 상황으로 그려집니다. 군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소설 전체가 피부로 이해가 될 것입니다. 의미없는 돌격, 총알이 근처로 날아갈 때의 그 섬찟함, 그리고 휴가의 무의미함등이 큰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특히 비인간적인 상황과 인간적인 상황이 수시로 교차하면서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전쟁 자체를 받아들이게 되는 삶의 허탈함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완독하고 나서 떠오릅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왜 이 소설이 뛰어난 반전소설이고, 베를린 오페라 극장에서 괴벨스의 지시로 불태워졌는가를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이 소설의 70% 정도를 가져오고 30% 정도를 추가하였고, 특히 전쟁의 참혹함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또한 같은 1차대전 영화인 "1917"보다 몇 배는 더 리얼합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소설이나 영화 모두 훌륭한 작품입니다. 미국으로 피난 온 레마르크의 생애는 그 자체가 하나의 소설이 될 정도로 화려합니다. 당대의 최고 여배우인 마를레네 디트리히, 그레타 가르보 등과 친하게 지냈고, 영화 "모던 타임즈"의 여주인공이자 채플린의 3번째 부인인 폴렛 고다드와는 결혼도 하였습니다. 이쯤되면 거의 연예인 수준입니다. 끝으로 주인공 "파울"은 레마르크의 어릴적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