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rishman (2019)
너무나 훌륭한 영화를 만들고도 상복은 지지리도 없는 스콜세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은 무려 3시간 20분이나 하는 장편 정치느와르 영화입니다. 스콜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도 역시 3시간 20분이 넘어갑니다. 이제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보려면 작정하고 시작을 해야겠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진이 빠집니다. "아이리시맨"은 유명 평론가나 감독들에 의하여 21세기 최고의 걸작 느와르 영화로 평가되었으나 여전히 상복은 없습니다. 그런데 아카데미가 지향하는 바를 보면 미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계속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와 결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콜세지 감독은 마블 영화도 상을 주는 판에 자신의 영화가 아무런 수상도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이 다릅니다. "아이리시맨"도 시대는 1963년대 후반으로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이어지는 "린든 존슨"부통령의 대통령 취임, 그리고 그 다음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리처드 닉슨"대통령까지의 기간동안에 벌어진 "전미 트럭 노조"와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마피아간의 대립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의 현대사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어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영화는 찰스 브랜트의 "I heard you paint houses"라는 책을 영화화 한 것으로, "당신이 페인트 칠을 한다고 들었다"는 "당신이 살인청부업자"라는 뜻으로 이해되던 당시의 속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영화 제목에 맞춰 "아이리시맨"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거물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아이리시맨 프랭크 시런), 알 파치노 (지미 호파), 조 페시 (러셀 버팔리노) 는 이런 배역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전문배우들로서 영화 리허설도 별로 안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로 합이 기막히게 잘 맞습니다.
줄거리는 너무나 복잡합니만 큰 그림은 "전미 트럭 조합"의 지도부와 미 정부, 그리고 마피아 간의 세력 다툼 입니다. 미 정부가 포함되어 있는게 흥미로운데 특히 케네디와 닉슨 대통령의 당선과도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아일랜드 출신인 "로버트 드 니로" (등장 인물이 너무너무 많아 배우 이름을 적습니다)는 일개 트럭 운전사이면서 가끔씩 트럭 내용물을 빼돌려 착복하는 인물인데, 우연히 마피아인 "조 페시"의 눈에 들어 그의 요청(살인 청부)을 들어주고 조금씩 입지를 다지다가 "조 페시"의 소개로 "전미 트럭 노조"위원장인 "알 파치노"의 수하로 들어가서 역시 그의 요청을 들어주며 세력을 키워 나갑니다. 수시로 들어오는 "요청"일거리의 확실한 처리와 뛰어난 균형감으로 마피아와 "알 파치노"사이에서 입지를 다지지만 "조 페시"와 "알 파치노" 사이의 이익다툼에서 결국 "조 페시"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알 파치노"를 암살합니다. 그리고 "조 페시"와 같이 감옥에 수감되고(살인 혐의는 아닙니다) 얼마 안 있어 풀려나고 평소에 자신을 너무나도 무서워했던 딸들에게서도 외면받고 스스로 장례식 준비를 하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정리는 이렇게 되지만 줄거리는 정말 복잡합니다. 게다가 거의 30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는데 세 명의 주연 배우가 실제로는 모두 노인입니다. 특수효과(디에이징 기술)를 사용하여 젊은 시절의 주연 배우들을 만들어내지만, 얼굴만 젊어졌을뿐 몸이 굼뜬 것은 해결이 안되었습니다. 관객은 "드 니로"의 젊은 시절을 이미 "대부2"를 통하여 잘 알기 때문에 30대 정도로 "디 에이징"한 "드 니로"는 적응이 안됩니다. 결국 동작이 굼뜨기 때문에 액션이 억제되어 있고 영화 흐름도 그만큼 무겁습니다. 줄거리에서는 미국역사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이해되기 어렵고, 배우들의 움직임은 굼뜨고, 등장인물은 수도 없이 많고, 그 많은 인물 모두에게 이야기를 부여하니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결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몇 번을 본다면 다르겠지요.
영화 말미에 "드 니로"가 병실의 간호사 앞에서 옛날 사진들을 들쳐보다가 딸과 같이 사진을 찍은 "알 파치노"의 얼굴이 나옵니다. 간호사에게 누군지 아느냐고 물어보는데 간호사는 모릅니다. 즉, 세간을 흔들고 당시의 모든 사람의 입에 회자되던 유명인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두 추억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영화로 되살려내니 그게 어디인가요.
영화에는 당대의 유명한 팝송이나 칸소네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스콜세지 감독의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실화이고, 등장인물도 모두 실제 인물입니다만, "드 니로"의 진술만을 가지고 쓴 책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가 "알 파치노"를 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자막이 나오지 않습니다.
예상외로 이 영화는 "알 파치노"가 "스콜세지"감독의 작품에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드 니로"와는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이후에 오랜만에 같이 한 영화에 출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