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엔 형제

No country for old men (2007)

by 인문학애호가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을 수상한 코엔 형제의 역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미국 문학의 거목 "코맥 매카시"가 2005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코맥 매카시는 이듬해 2006년에 "The Road"라는 소설을 발표하는데 이 작품은 퓰리처 상도 받았고 "비고 모텐슨" 주연으로 영화화도 되었습니다만, 영화 자체로 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훨씬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것은 조엘, 에단 코엔 형제의 뛰어난 각색 능력 덕분 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그리고 시사하는 바도 명확합니다. 그러나 그 시사하는 바를 깊이 있게 관객의 뇌리에 심어주는 것은 탁월한 빌런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안톤 쉬거" 입니다.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버스터 키튼" 스타일의 그 뚱하고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표정에 가끔 웃을때의 그 살벌한 미소 등을 보면 "하비에르 바르뎀"은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고도 남습니다.


어느날 근처의 평야로 차를 몰고 나간 "르웰린 모스(조쉬 브롤린)"는 여러대의 트럭과 다수의 시체를 마주하게 되고, 트럭 하나에 잔뜩 감춰져 있는 멕시코제 마약과 200만 달러가 들어있는 가방을 보게 됩니다. 당연히 가방을 훔쳐 집에 가지고 와서 숨깁니다. 그리고 다시 마약 거래의 현장으로 갔다가 마침 현장에 온 악당들에게 쫓기게 되면서 인생이 틀어집니다. 또 한 축으로는 "안톤 쉬거" 가 이 거액이 든 가방을 찾아다니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죽이고 다닙니다. 무기도 총이 아니라 고압의 기체를 발사할 수 있는 가스 봄베 (아마도 알곤 가스) 입니다. 또 한 축으로 은퇴를 바라보는 지역 보안관 "에드 톰 벨 (토미 리 존스)"이 소극적으로 사건을 추적하러 다닙니다. 르웰린이 가진 돈가방에는 추적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안톤 쉬거의 손에는 추적기가 쥐어져 있습니다. 르웰린은 돈을 지키려고 끊임 없이 도망다니고, 추적기를 든 안톤 쉬거는 그의 목을 조여 옵니다. 그러나 르웰린은 돈을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싸우는 것 뿐입니다. 결국 서로 치명적인 한 방씩을 먹이고, 돈의 원래 주인이 또다른 빌런들을 파견하면서 르웰린은 안톤이 아닌 이 빌런들에게 살해당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르웰린을 구해내려한 보안관은 절망에 사로 잡힙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안톤은 결국 르웰린의 아내를 죽이고 차를 몰고 도망치는데 초록색 신호등이 들어와서 생각없이 지나치던 네거리에서 교통을 위반한 차량이 안톤의 차의 옆구리를 들이 받아 뼈까지 노출되는 중상을 입습니다. 그리고 그의 팔에 부목을 할 셔츠를 동네 아이에게서 큰 돈을 주고 사는데, 이 돈을 가지고 또 동네 아이들이 다툽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사건은 이렇게 종결되고, 보안관은 은퇴합니다.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은 분명합니다. 이 세상은 더이상 살만하지 않다는 것.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일도 아닌 세상이며, 모든 가치의 최정상에 돈이 있다는 것,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모든 인간이 오직 돈 만을 바라보며 언제든 내 몫을 챙기려고 노리고 있다는 것.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빌런 "안톤 쉬거"를 제시하고 그에 비해 르웰린 모스는 평범하고, 보안관은 매우 허약합니다. 게다가 보안관은 자신의 일이 범죄의 규모에 비해 참으로 초라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모든 사람이 돈 앞에서 언제든지 빌런으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원작자 코맥 매카시가 바라보는 세상은 더이상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고, 사실상 돈의 노예들이 살고 있는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영화는 그 지옥을 "안톤 쉬거"를 통하여 가장 분명하게 관객의 뇌리에 꽂아넣습니다. "르웰린 모스"는 결국 죽고, 보안관은 은퇴하지만, "안톤 쉬거"는 그럼에도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 도래한 지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리시맨 -  마틴 스콜세지